▲ 서울대교구 총대리 조규만 주교가 2014년 12월 서울구치소에서 거행된 성탄 미사에서 최고수(사형수)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제공
교정사목 현황
2015년 12월 말 현재 전국 65개 교정 시설에서 수형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1087명에 이른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교정사목을 하고 있는데, 서울ㆍ대구·대전ㆍ수원교구 등 8개 교구는 교정사목 전담 사제를 두고 있다.
6개 교구는 사회사목국에서 교정사목을 담당하고 있고, 마산교구는 삼위일체 수도회가 교구로부터 교정사목을 위탁받았다.
교정사목 봉사자는 1007명인데, 서울대교구가 170명으로 가장 많고 수원교구(150명), 부산교구(132명), 광주대교구(115명)가 뒤를 잇는다.
봉사자들은 미사 준비, 수형자 상담, 교리교육, 성경공부반 운영,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운영, 간식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구치소ㆍ대전교도소ㆍ춘천교도소, 청소년 보호시설 고봉중고등학교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는 매주 또는 2주일에 한 번 종교 집회(미사)가 열린다. 교정사목 전담ㆍ협력 사제들과 교정사목 봉사자들은 이 시간에 수형자들을 만나고 미사를 봉헌한다.
남부교도소, 서울ㆍ성동구치소 등 5개 교정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김지영 신부)는 미사 봉헌뿐 아니라 교리교육, 다채로운 문화 행사, 외부 강사 초청 특강 등을 열어 수형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춘천교구 교정사목 봉사회는 춘천교도소에서 매주 목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화요일에는 예비신자 교리, 수요일에는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주회합을 연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은 ‘좋은 이웃’이라는 신앙상담 시간을 갖는다.
다른 교구 교정사목위원회 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6년째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봉사하고 있는 안옥수(데레사)씨는 “수형자들은 얼굴도 모르는 자신들을 꾸준히 찾아주고 관심을 두는 사제와 수도자,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한다”고 말했다.
출소자 자활 돕기도 적극적
교정사목위는 가난한 출소자들의 자활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출소자들에게 창업 자금을 대출해줘 자립을 돕는 ‘기쁨과 희망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기쁨과 희망은행은 지난 1월 말까지 192명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줘 출소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전국 교구에서 가장 많은 교정시설(12곳)을 담당하는 대전교구 교정사목부(담당 강창원 신부)를 비롯한 6개 교구가 출소자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를 운영한다.
전주교구(전담 이정현 신부) 교정사목위는 소년원을 퇴소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 ‘천사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교정사목위(담당 정황래)는 출소자들이 일할 수 있는 식품 공장 ‘빠스카의 집’을 운영한다. 13명의 출소자가 이곳에서 두부와 묵을 만들어 판매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대전 교정사목부는 2010년부터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범죄 예방 교육인 ‘윤슬 교육’을 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지영 신부는 “교도소를 하나의 본당, 수형자들은 본당 신자라고 생각하고 사목하고 있다”면서 “신자 수형자들이 언젠가는 교도소 밖 일반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할 텐데, 그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교도소 안에서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또 “수형자들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새롭게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교구 교정사목 담당자들의 협의체인 ‘한국 가톨릭 교정사목 전국협의회’(회장 강창원 신부)는 매년 봉사자 연수, 사제ㆍ수도자 연수를 개최해 교정사목 봉사자를 길러내고 있다. 또 전국 교정시설 신자 교도관 모임인 ‘성심회’ 가족의 날 행사도 열고 있다.
수형자들이 원하는 것은?
갇힌 공간에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수형자들은 늘 자유가 제한된다. 신앙생활도 정해진 시간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매주 수형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주는 교정사목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시간 제약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다.
일반인들은 언제든지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 기도하고, 미사 참례하고, 고해성사도 할 수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 있는 ‘종교 집회’ 시간에만 사제를 만날 수 있다.
이것도 그날이 공휴일이면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 집회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또 여름과 겨울 각 한 달여 간은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쉬어야 한다.
종교 담당 교도관들이 휴가를 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사정으로 수형자들은 꾸준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전국 51개 교도소 가운데 수형자를 위한 경당은 단 한 곳도 없다. 봉사자들이 쉬거나 종교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종교실은 마련돼 있지만 그것마저 창고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수형자들이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도소 내 공간이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그래서 ‘감방’ (수용 거실) 안에서 기도하거나 성경을 읽기라도 하면 수형자들 간에 시비가 붙기도 한다.
춘천교도소에서 교리교육 봉사를 하는 박영선(프란치스코)씨는 “종교 때문에 다른 종교 신자 수형자와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한 종교 집회, 쁘레시디움 회합 시간을 제외하면 동료 신자들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서 “결국 홀로 신앙을 키워야 하는데 교도소 안에는 신앙 서적도 부족해 수형자들이 ‘공부’를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아쉬워했다.
신앙생활 공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한 수감 시설에서 재소자를 교화하고 교정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수형자들은 출소 후에도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전과자’에 대한 신자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춘천교구 교정사목 봉사회 이효원(스테파노) 회장은 “본당 신자들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아 성당에 발길을 끊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출소자들이 많다”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영 신부는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수감자들에게 자비의 희년인 이 성년에 우리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며
“갇힌 이들을 위로하고 하느님 자비로 감싸주며 연대와 세심한 배려로 치유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모든 그리스도인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