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전 각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찰들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전각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각각의 이름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름들은 아무렇게나 지어진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그 건물에 모셔져 있는 불. 보살들에 따른 것으로서, 그 건물의 이름을 보면 우리들은 그곳에 모셔진 분이 어느 분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일반적인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으로서, 대웅(大雄)이란 부처님의 별명이기 때문입니다. 또 대웅전과 비슷한 것으로 대웅보전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아울러 아미타부처님과 약사여래부처님을 함께 모십니다. 한편 법신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은 비로전, 화엄전, 대적광전 등으로 부르고,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건물은 무량수전, 극락전, 아미타전 등으로 지칭하고 있으며, 미륵부처님을 모신 전각은 용화전, 미륵전 등으로 부르고,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신 곳은 약사전이라고 부릅니다.
보살들의 경우에도 관세음보살이 본존일 때는 관음전, 광명전, 대비전, 원통전 등으로 부르는데, 특히 명부전은 지장보살과 함께 명부의 시왕을 함께 모신 곳이므로 시왕전이라고도 합니다. 이 밖에 사찰의 주요 전각들에는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각, 산신령을 모신 산신각, 용왕을 모신 용신각, 칠성님을 모신 칠성각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토속신앙이 불교에 포섭되어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전각의 이름에 따라 교리상 그 사찰이 본래 어느 종파의 소속이었나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화엄종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을 광명전이라 했고 천태종에서는 원통전이라 했던 것이 그 예입니다.
1) 대웅전 :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봉안한 전각으로 대웅이란 말의 뜻은 인도의 옛말 마하비라를 한역한 것으로 법화경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위대한 영웅, 즉 대웅이라 일컫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즉 석가모니 부처님은 일반인이 가질 수 없는 큰 힘이 있어 마군의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부처님이 되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손 모양(수인手印)은 오른손을 무릎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는 항마촉지인(降摩觸地印)으로 마군을 항복받았던 모습을 나타낸다.
협시보살로는 문수보살(文殊菩薩)과 보현보살(普賢菩薩)이 모셔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왼쪽에 모셔진 분이 문수보살로 부처님의 지혜(智慧)를 상징하는데 여의주나 칼, 청련화(靑蓮花)를 들거나 청사자를 탄 모습으로 표현된다. 또 보현보살은 오른쪽에서 부처님을 모시며 부처님의 행원을 상징한다. 흔히 연꽃을 들고 코끼리를 탄 모습으로 나타낸다. 대웅전은 법화 천태종의 금당이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법화 계통의 전통이 남아 있는 사원에서 주불전으로 사용했다. 불국사 대웅전, 통도사 대웅전, 쌍계사, 관룡사 대웅전 등 많은 걸작들이 남아 있다.
2) 대적광전(大寂光殿) : 대적광전 또는 대광명전(大光明殿) 줄여서 대광전(大光殿)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의 주불(主佛)인 비로자나부처님이 두루 비치는 빛, 즉 광명이나 적광의 성질을 갖고 있어 이렇게 이름 지어진 것이다. 또한 화엄종 사찰의 주불전일 경우 이 이름을 붙이지만, 주불전이 아닐 경우에는 비로전(毘盧殿)이라 한다.
대적광전은 삼신불(三身佛) 사상에 따라 중앙에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시고 왼쪽에 보신(報身) 노사나부처님, 오른쪽에 화신(化身)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법당으로, 사찰에 따라 법신 노사나부처님, 보신 아미타부처님, 화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
비로자나부처님의 수인은 오른손으로 세운 왼손의 검지를 감싸 쥔 지권인(智券印)으로 이것은 이(理)와 지(智), 중생(衆生)과 부처(佛), 어리석음(迷)와 깨달음(悟)이 본래 하나라는 의미를 상징한다.
3) 극락보전 : 타부처님은 법장비구로 수행하던 시절에 48대원을 세워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모든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서방의 극락정토를 건설하셨다고 한다. 그때 세웠던 서원에 따라 누구나 일념으로 ‘아미타불’이란 명호만 부르면 극락왕생 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아미타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 다음으로 많이 모셔져 있다.
아미타부처님은 설법인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말로 미타정인(彌陀定印)이라 하며 중생의 근기에 따라 아홉 가지 다른 수인을 취한다. 아미타부처님의 협시보살로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혹은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地藏菩薩)이 모셔진다. 대표적인 극락전은 천은사와 무위사에 있는 극락전이고 무량수전으로는 부석사가 유명하다.
극락보전 극락전 혹은 극락보전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주이시며 중생들의 왕생 극락을 인도하시는 아미타부처님을 주불로 하는 법당으로 미타삼부경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찰에 따라서는 무량수전(無量壽殿), 수광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수명장수의 성격을 갖고 있는 무량수불을 모시지만 아미타불의 한 속성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경우는 정토신앙 계통의 종파나 화엄종 등 사찰의 주불전이 될 때이다. 주불전이 아닌 경우에는 미타전 또는 아미타전(阿彌陀殿)이라 한다.
4) 미륵전 : 어떠한 두려움도 없애 준다는 의미로 오른손 끝을 위로 향하게 들어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게 하는 시무외인과 중생의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미로 왼손 끝은 아래로 하여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는 여원인을 하고 있다. 협시보살로서 법화림보살과 대묘상보살 혹은 묘향보살과 법륜보살을 모신다 미래에 출현할 미륵부처님이나 미륵보살을 주불로 모신 불전이다. 또한 미륵불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도하여 용화세계를 이룩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미륵전 혹은 용화전(龍華殿)이라 부르기도 한다.
5) 영산전 : 영산회상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의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시던 광경을 묘사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10대 제자, 16나한 또는 5백 나한을 모시기도 하고,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여덟 단계로 구분하여 묘사한 팔상도를 봉안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팔상전이라 부르는데 팔상 탱화를 봉안하고 존상을 모실 경우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함께 왼쪽에 미륵보살, 오른쪽에 제화갈라보살을 모신다.
미륵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아 미래에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부처님이 되실 분이고 제화 갈라 보살은 아득한 과거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행자이던 시절 장래에 부처님이 될 것이라고 수기를 주신 분이다. 따라서 석가모니 부처님과 더불어 이 두 협시보살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를 상징하고 있다. 법주사, 쌍계사, 운흥사, 선암사, 범어사, 보경사 등의 팔상전이 알려져 있다.
6) 약사전 : 좌우 협시보살로는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을 모신다. 우리나라에는 이 전각이 상당히 많은 편으로 통도사 약사전, 송광사 약사전, 관룡사 약사전, 고운사 약사전 등이 남아 있다.
7) 지장전(地藏殿) = 명부전. 十王전 = 영혼이 가는 저승상징 지장전은 중생구제의 큰 원력을 세운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신 전각이다. 그러나 지장보살이 지옥 중생의 구세주이기 때문에 협시인 도명존자 및 무독귀왕 이외에도 염라대왕을 위시한 지옥의 시왕상(十王像)을 봉안하고 있어 명부전(冥府殿)이라 더 많이 불린다.
지옥시왕(地獄十王)은 인도 고대 신화에 나오는 사후세계의 지배자인 야마왕이 불교에 들어와 지옥을 다스리는 염마왕이 되었다. 그것이 중국의 도교 영향을 받아 10가지 지옥과 그곳의 왕을 설하는 시왕사상으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시왕 중에 한 분으로 변모하였다.
지장의 특색 : 지장은 부처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성불을 뒤로 미루고 중생제도에 나선 보살로서 업보를 면죄시키고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여 성불하도록 하며 부처가 있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중생들도 모두 행복하게 하려는 보살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날로부터 49일까지 7일마다, 그 뒤에는 100일, 소상 대상까지 10번을 각 왕 앞에 나아가 살아있을 때 지은 선악의 업을 심판받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49재. 100제. 소상, 대상) 지금도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에서는 매월 일정한 날에 명부전에서 지장제를 지내고 있다. 명부전은 일반적으로 대웅전을 향하여 오른쪽에 위치한다.
8) 응진전 : 응진전은 부처님의 제자들을 모신 곳으로 응진이란 ‘존경받을 만하다’‘공양받을 만하다’라는 의미이다. 또한 나한전(羅漢殿)이라고도 하여 석가모니불의 직제자 가운데 정법을 지키기로 맹세한 16나한이나 경전 결집에 참여했던 500나한을 모시기도 한다.
16나한의 각 명호는 빈도라발라사, 가낙가벌차, 가낙가발리타사, 소빈타, 낙거라, 발타라, 가리가, 벌사라불다라, 술박가, 반탁가, 라호다, 나가서가, 인게타, 벌나바사, 아시다, 주다반탁가 등이다. 500나한을 모신 곳으로 유명한 곳은 금산사 나한전, 옥천사 나한전, 기림사 오백나한전, 송광사 나한전 등이다.
9) 원통전 : 중생구제를 위한 대자대비의 원력으로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한 보살인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모신 전각이다. 대비전(大悲殿), 보타전(菩陀殿)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주불전일 때는 원통전이라 부르며, 부속 전각일 때는 관음전(觀音殿)이라 부른다.
남순동자와 행상용왕을 협시로 모셔져 있고 후불탱화로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나 수월관음도 혹은 아미타불화를 봉안한다. 송광사 관음전, 통도사 원통전, 법주사 원통전, 선암사 원통전, 범어사 관음전 등이 대표적이다.
10) 천불전 : 부처님이란 진리를 깨달은 이를 의미함으로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에서 과거, 현재, 미래에 각각 천불씩 존재한다는 의미로 천불전이라 이름한다.
천불전에는 구류손불(拘留孫佛),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 가섭불(迦葉佛),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미륵불(彌勒佛)을 위시하여 누지불까지 현겁천불을 모시며, 과거 장엄겁천불, 현재 현겁천불, 미래 성수겁천불의 삼천불을 모신 사찰도 있다.
11) 독성각 : 나반존자라는 분이 모셔져 있으나 정확히 어떤 분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아서 16나한의 한분인 빈도라발라사가 아닌가 여겨진다. 빈도라발라사는 코삼비국 재상의 아들로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하여 구족계를 받았다고 한다.
12) 산신각 : 칠성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고유하게 발달한 토속신인 산신과 호랑이를 모신 곳으로 사찰이 산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종의 외호신중으로 산신령을 모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신앙에서는 산에 사는 영물로 호랑이를 산군으로 모시기 때문에 산신은 언제나 호랑이를 거느리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13) 삼성각 : 삼성각은 칠성(七星)과 독성(獨星) 및 산신(山神) 세분을 한곳에 모셔놓은 곳으로, 나누어 모셨을 때는 칠성각(七星閣), 독성각(獨星閣), 산신각(山神閣)이라 이름한다.
14) 칠성각(七星閣) : ‘칠성’이란 북두칠성을 일컫는 것으로, 사찰에 칠성을 모시게 된 것은 중국의 도교사상이 불교와 융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칠성을 부처님들로 화한 경우가 보통인데, 치성광여래를 주존으로 모시고 있다. 손에 금륜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좌우에 협시로 배치된다. 특히 조선시대 가장 성행한 전각으로 운문사, 옥천사, 선암사 칠성각 등 수많은 예가 남아 있다.
15) 장경각 : 장경각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경(佛經)이나 목판(木板)을 봉안한 전각으로 사찰에 따라 대장전(大藏殿) 혹은 판전(板殿), 법보전(法寶殿) 등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곳으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과 예천 용문사 대장전, 선암사 장경각, 용주사 경각 등 많은 예가 있다. 특히 용문사 대장전에는 경을 넣어 돌리면서 열람하거나 예배하는 윤장대라는 것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16) 조사전 : 조사전은 역대 조사나 그 종파의 조사 스님, 사찰의 창건주, 역대 주지스님 등 해당 사찰과 관련하여 후세에 존경받는 스님들의 영정이나 위패를 모신 전각이다. 사찰에 따라서는 조당, 조사당, 국사전(國師殿) 등으로도 부른다. 특히 통도사의 영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영정을 보존하고 있으며, 송광사 국사전과 해인사 조사전, 신륵사 조사당 등이 대표적이고 불영사의 의상전에는 의상조사의 영정과 더불어 원효대사, 종봉대선사, 청허대선사의 영정이 안치되어 있다.
17) 승방 : 스님들이 참선하시는 방으로, 선종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각이라 하여 선불당(選佛堂)이라고 한다
18) 선방 : 강당은 불교의 교설을 강의하는 곳으로 조선시대의 선종에서는 법당이라 불렸다. 신라 때까지는 모든 절에 강당이 반드시 있었으나 조선시대에는 법당 앞에 있는 만세루 등의 누각(樓閣)이 강당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모든 설법은 원칙적으로 이곳에서 행해졌다. 그래서 설법전(說法殿)이라 부르기도 한다
19) 강당 : 강당은 불교의 교설을 강의하는 곳으로 조선시대의 선종에서는 법당이라 불렸다. 신라 때까지는 모든 절에 강당이 반드시 있었으나 조선시대에는 법당 앞에 있는 만세루 등의 누각(樓閣)이 강당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모든 설법은 원칙적으로 이곳에서 행해졌다. 그래서 설법전(說法殿)이라 부르기도 한다.
20) 종각 : 종을 매달아 놓은 곳으로 종루(鍾樓)라 부르기도 하며, 북을 매단 곳을 고루(鼓樓) 또는 고각(鼓樓)이라 하지만 대개 절의 사물(四物)이 함께 안치되어 있어 통칭하여 종각이라 부른다.
21) 포살당 : 스님들은 보름마다 모여 참회하는 포살법회를 갖는데, 이때 모이는 곳을 포살당이라 하며, 이때 계를 설하기도 함으로 설계당(說戒堂)이라 부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