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김정길 산악연맹 부회장 장수산하 책 발간
“일제가 왜곡한 전북의 산하 바로 잡는 책 냅니다” 김정길 산악연맹부회장
경향신문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입력 : 2019.07.07 08:13 수정 : 2019.07.0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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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이 4일 자신이 출간한 <장수의 산하>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장수문화원 제공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이 4일 자신이 출간한 <장수의 산하>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장수문화원 제공
“<산경표>를 들고 산하를 누비며 살펴보니 도로를 내거나 개발을 이유로 끊긴 산줄기가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왜곡되고 훼손된 곳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오늘날의 위성사진보다 <산경표>가 더 정확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전북산악연맹 김정길부회장(66)은 4일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산세와 자연환경, 역사를 각각 망라한 책을 내는 것은 의미있다”면서 “이번에 장수의 산 126곳과 하천 30곳, 자연환경을 담은 책을 낸 것도 <산경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경표>는 조선후기 학자 신경준이 조선의 산맥체계를 도표로 정리하여 영조때 편찬한 역사지리서다.
장수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펴 낸 <장수의 산하>는 산과 하천외에 문화유적지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수가야 이야기도 담아냈다. 그는 “일제가 왜곡한 우리 산하를 <산경표>를 토대로 바로잡아 실존하는 산줄기와 강줄기, 그 안에 형성된 인문지리, 풍수지리, 하천지리까지 엮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70개의 산과 20곳의 하천을 조사대상으로 삼았어요. 그런데 금강과 섬진강 유역의 하천을 비롯한 주변문화까지 바로 잡다보니 분량이 많이 늘게 됐어요. 무엇보다 일제가 왜곡한 이 지역 전통지리를 올바르게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지요.”
그는 <산경표>란 책이 새롭게 평가돼야 할 역사지리서적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지리학이든 근대지리학이든 근본 과제는 현재,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국토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인데 <산경표>가 우리국토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예컨데 <산경표>는 우리 산을 할아버지 산부터 아버지 산, 아들 산 등 족보식으로 너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입니다. 일제는 대동여지도같은 어려운 책은 없애지 않았는데 이 책은 민족정기 말살차원에서 공개를 못하도록 했어요.”
김 부회장이 산악인이 된 것도 <산경표>와 무관치 않았다. 1769년 편찬된 이 책은 1980년에야 인사동 한 고서책방에서 발견돼 일반인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섬세함에 매료돼 1988년부터 이 책을 들고 산줄기를 따라 발품을 판지 30여년이 됐다.
그간 김 부회장은 <전북의 100대 명산을 가다> <모악산의 역사와 문화> <완주 명산> <임실의 산과 강>을 펴냈다. 또 고창, 김제, 순창지역 <산과 강>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전라도 정도 천년에 맞춰 <천년의 숨결>을 펴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한문으로 쓰여진 이 책을 근간으로 앞으로도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산과 강을 집대성해서 <전북의 산하>로 엮을 것”이라면서 “후손들에게 올바른 전통지리의 길라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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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70813001&code=100100#csidxba78c5f862f4679bb6005bbc489aa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