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떤 상태이며 죽음의 과정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누구나 매일매일 죽음을 경험합니다. 그것은 바로 잠이라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꿈 없는 잠입니다.
꿈 없이 자는 순간이 바로 내가 죽었을 때의 상태와 똑같지요. 죽음과 잠의 차이는 잠은 다시 깨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다시는 안 깨어난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가 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과 믿음이 있지요. 영혼이 있어서 사람 주위를 맴돈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천당 또는 지옥에 간다라고 가르치는 곳도 있습니다.
죽었다가 나중에 다시 깨어나거나 환생을 한다라는 믿음도 있지요.
죽음 후에 대한 이러한 의견과 믿음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생각입니다. 정작 죽은 사람은 어떤 생각도, 어떤 설명도 하지 않지요.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역사가 있지만, 천당과 지옥은 역사가 없습니다.
어떻게 가르치든 죽음을 가장 확실하게 미리 아는 방법은 잠입니다. 죽음을 맞이 한 이후부터는 아무 느낌이 없고 아무 생각도 없게 되지요. 죽은 내몸이 어떻게 되는지는 남은 사람은 알지만 죽은 나는 전혀 모르게 됩니다.
죽은 다음에 남은 시체가 장례가 잘 치러질지, 구덩이에 던져질지, 갈갈이 찢어져서 동물한테 먹이가 될 지도 나는 모릅니다. 내 후손들이 항아리에 넣어서 매년 기념을 한다든지, 나무 밑에 묻는다든지, 바다에 뿌린다든지 하는 것도 정작 나는 알 수가 없지요.
죽음은 고통스러울까요? 전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죽음 이후에는 고통이 있을 수가 없지요. 고통은 오로지 살아있을 때만 느끼는 것입니다. 죽음이 실제로 닥칠 때, 내몸이 느끼는 고통은 그리 크지 않지요. 내몸의 고통보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마음의 고통이 훨씬 더 큽니다. 그렇더라도 죽음이 닥치기 때문에 그 시간은 길지 않지요.
문제는 살아있으면서, 죽지 않으면서 죽음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지요.
첫째, 죽지 않는데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
둘째, 죽지 않는데 죽을 것 같다는 생각,
셋째, 죽는데 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죽지 않는데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별 상황이 아닌데도 크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죽음이 닥칠 위험이 큰 데도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크게 느끼는 사람도 원하면 덜 느끼게 하는 둔감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오래 사는데, 어떤 이유든 일찍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 일찍이라고 생각하는 시간 동안 사는 것도 고통이지만, 더 큰 고통은 그 시간이 지났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지요. 하루하루를 언제 죽나, 왜 안 죽나를 생각하면 사는 고통입니다.
이 고통은 일찍 죽는다는 생각만 바꾸면 바로 없앨 수 있지요.
죽는데 죽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큰 고통입니다. 연명치료라는 더 큰 고통을 선택하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에는 본인도 고통이지만,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원망하거나, 가족에게 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모든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무생물도 시작과 끝이 있지요. 영원한 것 같은 우주도 시작이 있었고,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끝이 있을 것입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서 자연적인 것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사람만이 하는 인위적인 것이지요. 죽음을 받아들이면 고통도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