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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섹션은 2014년 6월 29일 연재 종료되었습니다.
마블이 만들지 않은 마블 영화들
[아이언 맨] 이후 연이은 초대박으로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결코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제작사, 바로 마블 스튜디오입니다. 자신들의 만화를 자신들의 손으로 영화화하며 가능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곳이죠. 그러나 그들의 첫 영화였던 [아이언 맨]이 나온 건 2008년으로,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는 판권 장사로 먹고산 탓에 다른 제작사들에 판권이 넘어가 있는 상태인 만화들도 많죠. 그렇다면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했음에도 외주 제작(?)된 영화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이 나올 예정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ㅣ 엑세니악 구성ㅣ 네이버 영화
[하워드 덕](1986,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리들만 사는 행성에서 살던 오리 하워드가 지구에 떨어져 외계 문명의 침략과 맞서 싸운다. 듣기만 해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설정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유명한 조지 루카스는 이 프랜차이즈에서 밝은 미래를 발견했던 모양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루카스필름 합작으로 제작된 [하워드 덕]이죠. 이렇다 할 CG 기술이 없던 때라 에드 게일을 비롯한 여러 명의 스턴트 배우들이 하워드의 탈을 쓰고 연기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하워드의 외양이나 인간 여자와 수컷 오리의 로맨스(!) 등 온갖 괴상망측한 설정들이 한데 뒤엉키며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냈죠. 3,700만 달러를 들여 제작되어 3,8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제작사 측에서도 그들의 판단이 한참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겠지요.
[캡틴 아메리카](1990, 21세기 필름 코퍼레이션)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져],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를 거치며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어느새 '우주 최강 도덕성을 갖춘 어깨 깡패(…)'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나오기 20년 전, 미국의 한 소규모 제작사에서 만든 [캡틴 아메리카]는 이렇다 할 극장 개봉도 없이 비디오용으로 사라진 영화치고도 끔찍한 영화였죠. 틈만 나면 자전거나 차에 부딪혀 날아가고, 도망치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의 차를 훔쳐 달아나는 스티브 로저스는 '수퍼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성조기 수트,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방패, 레드 스컬까지 갖출 건 모두 갖춘 캡틴 아메리카 영화임에도 결과는 영 좋지 못했죠.
[블레이드](1998), [블레이드 2](2002), [블레이드 3](2004, 뉴 라인 시네마)
'테크노 뱀파이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웨슬리 스나입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입니다. 가죽 코트와 선글라스, 온갖 화려한 무기들로 무장한 블레이드의 화끈한 액션은 마블코믹스 원작의 첫 대성공을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비록 3편에서 할리우드의 상업주의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줄거리로 나아가며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봐도 삼박한 시리즈임에는 틀림이 없죠. 한창 불미스러운 일로 할리우드를 떠났던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레이드]의 이미지 덕에 복귀작 [갤로워커:블레이드의 귀환]을 찍었지만, B급 영화로도 최악에 가까웠던지라 성공적 귀환은 아직도 너무나 멀어 보입니다.
[엑스맨](2000), [엑스맨 2](2003), [엑스맨 3](2006, 20세기폭스)
20세기폭스의 손에서 자라난 [엑스맨] 시리즈는 갈수록 힘을 더하며 아직도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휴 잭맨을 비롯한 많은 신인을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수없이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의 대결은 전 세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죠. 2편에서 3편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원작 팬과 영화 팬들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고 있지만, 1편이 나온 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리즈는 끝날 줄을 모르네요. 원작에서는 어벤져스 팀과의 연관성도 꽤 짙은 집단이지만, 마블로 돌아가기엔 덩치가 너무 커져 버린 시리즈라 판권 문제가 너무나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팬들은 어떻게든 20세기폭스와 마블 스튜디오가 잘 협상을 해서 크로스오버가 가능해지길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죠.
[스파이더맨](2002), [스파이더맨 2](2004), [스파이더맨 3](2007, 콜롬비아픽쳐스)
감독 샘 레이미와 배우 토비 맥과이어, 제임스 프랑코, 커스틴 던스트를 전 세계에 알린 [스파이더맨] 3부작입니다. 거미에게 물려 손에서 거미줄을 뿜고 강력한 전투력까지 손에 넣게 된 청년, 피터 파커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죠. 거미줄을 발사하는 장치인 웹 슈터 대신 손목에서 실제로 거미줄을 뿜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원작을 각색한 탓에 제작 초기엔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엔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그린 고블린, 그린 고블린 주니어, 베놈 등 원작의 다양한 악당 캐릭터들도 골고루 등장하며 재미를 키워나갔죠. 다만 이 당시의 여느 시리즈들이 그러했듯, 속편에 속편을 거듭할수록 팬들의 만족도도 떨어져 갔습니다. 3부작이 끝나며 마블이 스파이디의 판권을 돌려받을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콜롬비아픽쳐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다시금 피터 파커를 부활시켰습니다.
[데어데블](2003), [엘렉트라](2005, 20세기폭스)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어 시력을 잃고 엄청난 신체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 [데어데블]입니다. 개봉 2년 뒤 [데어데블] 주인공 맷 머독의 연인으로 등장한 엘렉트라의 스핀오프 [엘렉트라]도 제작되었죠. 지금은 [맨 오브 스틸2]에 배트맨 역으로 출연하게 된 벤 애플렉이 데어데블 역을 맡았었고, 벤 애플렉의 부인인 제니퍼 가너가 엘렉트라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불스아이나 킹핀 등 원작의 캐릭터도 살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를 만들 때 참고했을 성싶은 시각효과 등 지금 봐도 나쁘지 않은 매력점들이 몇 개 있죠. 지금은 시리즈를 만들지 않은 지 10년이 지나면서(계약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판권이 마블로 돌아온 상황이고, 2015년 TV 시리즈로 새로이 출범한다고 합니다. 영화 리부트도 계획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TV 시리즈가 확정된 이상 당분간은 만나보기 힘들 것 같네요.
[헐크](2003, 유니버설 픽쳐스)
에드워드 노튼과 마크 러팔로의 헐크가 있기 전, 이안 감독과 에릭 바나의 [헐크]가 있었습니다. 2시간 15분에 달하는 기나긴 상영시간과 수퍼히어로 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줄거리 등 어째 시대를 조금 잘못 타고난 것 같기도 한, 특이한 영화였죠. 1억 3,700만 달러의 제작비에 2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엔 그럭저럭 성공했고, 지금 꺼내 보아도 [인크레더블 헐크]나 [어벤져스]의 헐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이상하게 집중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헐크 역시 현재는 판권이 마블로 돌아갔지만,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독립 시리즈는 아직 발표된 게 없습니다. 그러나 마블 내부적으로는 2028년까지의 시리즈 계획을 다 짜 놓은 상태라니, 그중에 헐크 영화 하나쯤은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겠지요.
[퍼니셔](2004, 아티산 엔터테인먼트), [퍼니셔 : 워 존](2008, 라이언스게이트)
마블 히어로들 중 가장 코스프레 하기 쉬운 히어로(…)이자 애초에 히어로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애매한 히어로, [퍼니셔]입니다. 거대 검은 조직의 수장에게 가족을 참혹히 살해당한 전직 FBI 요원 프랭크 캐슬의 이야기죠. 돈과 권력 앞에 법과 정의가 산산이 부서지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악을 처단하기 위해 나섭니다. 톰 제인과 존 트라볼타를 내세운 1편은 액션영화로서의 흥미는 만족시키며 제작사 입에 풀칠은 해 주었지만, 대놓고 잔혹한 B급을 지향한 2편은 제작비의 반도 건지지 못하며 침몰했습니다. 워낙에 매력이 한정적인 캐릭터라 리부트된다 할지라도 평범한 액션 영화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맨-씽](2005, 라이언스게이트)
석유 재벌의 산하에 있던 한 요원이 개발을 앞둔 늪을 조사하다가 늪에 빠져 괴물이 된다는(!) 충격적인 설정에서 출발하는 영화, [맨-씽]입니다. 당초 TV 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된 뒤 일부 극장에서 소규모 개봉했던 영화인데, 여러모로 악명 높은 영화로 남고 말았습니다. 감독이며 배우며 지금 할리우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놀랍게도 현재 마블 스튜디오의 최고 권력자(?)인 케인 파이기와 스탠 리도 참여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결국 마블 딱지가 확실히 붙긴 붙은 영화인 셈인데, 제작 시기를 고려하면 마블 딱지 붙은 영화 중 최악의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판타스틱 4](2005),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위협](2007, 20세기폭스)
수퍼히어로들이 팀을 만들어 악과 맞서 싸우는 설정만으로는 [어벤져스]의 부모뻘에 가까운 [판타스틱4] 시리즈입니다. 미스터 판타스틱, 인비지블 우먼, 휴먼 토치, 더 씽 4인조에 메인 악당 닥터 둠까지 모두 등장했죠.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어 수퍼히어로가 된 주인공들과 그들을 질투하는(?) 악당의 이야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퍼히어로 영화들엔 왠지 모를 유치함이 곳곳에 있어 과연 만화 원작 영화라는 향내가 폴폴 풍겼죠. [판타스틱 4] 시리즈는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들보다 더한 편이었고요. 흥행엔 문제없이 성공했지만, 팬들과 평단의 질타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눈 뜨고 [데어데블] 판권을 뺏긴 20세기폭스 측에서는 [판타스틱 4]만큼은 줄 수 없다며 마일즈 텔러, 케이트 마라, 제이미 벨, 마이클 B. 조던, 토비 케벨을 주인공으로 한 리부트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한 바 있죠.
[고스트 라이더](2007), [고스트 라이더 : 복수의 화신](2012, 콜롬비아픽쳐스)
이때만 해도 이 영화들이 니콜라스 케이지 필모그래피를 망치는 영화들인 줄만 알았건만, 지금은 진흙 속 진주입니다. 평소 고스트 라이더를 너무 좋아해 문신까지 새겼다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마블 세계관의 인간형 캐릭터 중 최강 클래스에 속하는 자니 블레이즈를 맡은 [고스트 라이더] 시리즈입니다. 돈만 벌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1편에 이어 속편도 아니고 리부트도 아닌 괴상한 2편도 제작되었지만, 두 영화 모두 원작 팬들에게 처절히 외면당했습니다. 분명 잘만 만들면 엄청나게 큰 규모에 삼박한 비주얼까지 자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였지만, B급의 향내를 진하디진하게 풍기며 실패를 거듭했죠. 다행히도(?) 얼마 전 판권이 마블에 돌아가며 원작 팬들의 가슴엔 다시금 불이 붙었습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20세기폭스)
[엑스맨] 시리즈에서 원작 팬들의 우려를 거스르고 가장 성공한 캐릭터가 된 울버린. 원작에선 160센티미터의 단신 캐릭터를 19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휴 잭맨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 인기 덕에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까지 제작되었고, 휴 잭맨은 한 캐릭터로 가장 오랫동안 같은 시리즈에 출연하는 기록까지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울버린이 있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던 영화들이지만, 애석하게도 [엑스맨] 시리즈 중 가장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울버린은 주인공급 캐릭터는 아니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와 버렸죠. 그럼에도 20세기폭스는 2017년 [더 울버린 2]를 발표하며 울버린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2011),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엑스맨 : 아포칼립스](2016, 20세기폭스)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거치며 조금은 주춤했던 엑스맨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퍼스트 클래스] 시리즈입니다. 워낙에 줄기와 가지가 복잡한 시리즈라 분류가 애매하긴 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를 필두로 탄생한 과거 버전의 엑스맨들은 따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을 다루며 다양한 뉴페이스 돌연변이들과 탄탄한 줄거리로 엑스맨 시리즈의 새 팬층을 두텁게 형성했죠. 특히 시간여행 설정의 힘으로 기존의 3부작과 [퍼스트 클래스]가 크로스오버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역대 엑스맨 영화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며 여름 시즌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2016년 개봉 예정인 [엑스맨:아포칼립스] 역시 과거 엑스맨들을 주인공으로 절대 악 아포칼립스와 맞서 싸우는 엑스맨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구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2014, 콜롬비아픽쳐스)
샘 레이미에서 마크 웹으로, 토비 맥과이어에서 앤드류 가필드로, 제임스 프랑코에서 데인 드한으로, 커스틴 던스트에서 엠마 스톤으로(배역은 다르지만 어쨌든 여주인공이죠) 물갈이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입니다. 제목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부터 원작 시리즈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물론 웹 슈터 등 기존의 3부작들보다 원작 설정들을 더욱 잘 따르고 있죠. 피터의 학창시절로 무대를 바꾼 시리즈는 1편에선 리자드, 곧 개봉될 2편에선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라이노 등 다양한 악당들을 등장시킵니다. 괴짜 이미지의 피터 파커를 훈남으로 바꿔 버렸다는 데에 원성이 없지는 않지만, 확실히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대세인 지금 흥행을 막을 정도로 큰 문제는 못 되는 모양입니다. 벌써 4편까지의 제작 스케줄이 확정되어 있는 탓에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는 오래도록 손가락만 빨며 과거의 잘못(…)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