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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운의 명작? 과대평가된 졸작? 2001년판 화이트데이 리뷰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118
3.후일담 화이트데이 구버전 리뷰
http://cafe.daum.net/ReviewRepublic/bIZ4/181
이 리뷰는 주관적이다.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또한 글의 비중이 많으므로 시간을 들여 읽는 것을 추천한다.
2001년 패키지 판 인트로 음악
동물원 - 기억속으로
2015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바일'로 귀환을 알린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2015년 11월 26일 출시 (구글 플레이 기준)
로이게임즈. 가치온 소프트 개발
1인칭 생존 호러
안드로이드 , iOS 지원
완성이라는 말은 딱 한 가지의 의미다. 완전히 다 이루었다는 뜻. 바로 이전에 2001년 패키지판 화이트데이를 리뷰하며 나는 '완성도가 떨어졌던 이유는 대대적 개편으로 인했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개편이라는 말은 다시 고쳐 편성한다는 말인데, 이미 존재하던 것을 고친다는 말은 아무래도 더 좋은 쪽으로 개선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그렇질 않았다. 되려 몇 가지 컨텐츠가 삭제 되어버리는 말그대로 퇴화의 과정을 겪었다. 즉, 개편이라는 말이 어울리질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게이머들은 플레이하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점들을 눈치챘는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조금 둔감한 게이머인것이다.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이 존재하고, 학원괴담은 있는데 귀신이 등장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을 살짝 비속어를 사용해 빗대자면, '떡밥 회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2001년 화이트데이에서 사용되지 않은 아이템의 대표격인 교장실의 비디오 테이프.
위 사진의 아이템은 교장실을 따고 들어가 서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서랍을 당기자마자 곧바로 본관 2구역의 CCTV 화면이 책장이 펼쳐지며 전개되는데, 게이머들은 이 아이템을 보고 미친, 여자 샤워실 녹화한거 아니야? 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저 비디오 테이프는 CCTV가 녹화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교장 역시 남자다' '저 안에 여선생들만 있을 것 이다' 같은 추측이 나돌았다. 하여튼 교장실의 비디오는 그만큼 베일에 싸여있었고 분명 스토리 진행에 큰 역할을 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스토리를 다 깨보니까 훈훈한 엔딩 뒤에 이런 의문이 남았다. 교장실의 비디오는 어디에 썼더라?
맥거핀이란 말 들어보셨는가? 미션 임파서블 3이라는 영화에서는 토끼발이라는 아주 위험한 생화학무기가 등장한다. 아주 잠깐동안. 그 무기의 진짜 이름을 아무도 모른다, 토끼발은 암호명이다. 작중 인물들이 저 위험한 무기 찾겠다고 뺑이를 존나게 치는데, 정작 영화 끝날 때 까지 저게 뭐하는 무기인지 모른다. 그냥 존재감이 없어진다. 저런 게 맥거핀이다.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싶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아이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교장실의 비디오가 머리를 스쳤다면 당신은 깨달았을 것 이다. 시바, 맥거핀이구나.
웰컴 백, 친구들!
지현이다. 등장인물들은 외모가 엄청나게 버프되어 등장한다.
자, 맥거핀이니 뭐니했던 지루했던 서두를 읽으주신 여러분들 대단히 감사하다.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건 2001년 패키지판의 불완전성이었고, 이번 리뷰에서는 완성도라는 주제에 초점을 두고 2015 모바일 판에서는 얼마나 게임이 완전해졌을지에 대하여 파헤쳐보려고 한다. 여러분들도 새로워진 화이트데이의 모습을 기대하며 천천히 이 글을 따라와주시면 한다. 물론 장단점 비교와 날카로운(?) 비판은 여전하다. 글의 비중이 많아 지루하더라도 이런 리뷰정도는 있어야 진지하게 게임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테고, 또 게임에 대해 깊은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을까.
보고싶었어 소영아. 무려 14년 만이다.
무언가 달라져있다. 우리 여주인공들의 외모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대격변. WOW.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인트로가 나오는데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눈에 띄게 달라진 주인공들의 외모다. 2015년 기준의 아름다운 외모상을 기준으로 모델링을 했는지 다들 잘생겼고 예뻐졌다. 그 어벙하고 어색한 외모의 이희민이 아니고, 잘생겼고 얼굴에서 수줍음이 잔뜩 묻어나는 이희민이 되었다. 소영이는 그래픽의 정변으로 절세가인이 되었고 지현이 역시 귀여움 가득한 여학생으로 변신했다.
유승호와 이승기를 반반 섞은 듯한 비주얼의 희민.
그리고 어색해 보일수 있었던 전작의 오프닝과는 다르게 표정변화 역시 확실해져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희민이를 보며 내성적인 아이고 눈을 마주친 순간 소영이에게 반했다는 것을, 소영이는 차갑디 차가운 마음을 지녔다는 것을, 그리고 지현이는 내성적이고 순수한 아이라는 것을 표정연기로만 캐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트로만 놓고 보자면 단연코 합격점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난 이 게임 깔면서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이 게임에 많은 애착을 가졌었는데 그것 때문에 게임에 대해 냉정하게 좋고 나쁨을 가려낼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 인트로를 보고 바로 확신했다, 성공적인 시작이다 라고. 이 다음에 화이트데이 로고가 뜨고 화면을 터치하라는 메인화면이 뜨는데, 와우, 나는 그 화면에서 마치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발표회를 보았던 것 처럼 흥분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참, 그리고 학생 신분인지라 기프트카드 15000원 사서 결제했는데 구매 후 좀 후회했으나 게임 시작하면서 다 잊어먹었다. 나는 그만큼 이전보다 발전한 모습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이 게임을 시작했다.
자신이 예쁘다는 소문을 말하는 걸까?
선택지도 여전하고 소심한 희민이도 여전하다, 반갑다 얘들아.
이전 2001년 패키지판(이하 패키지로 통칭)에서의 시작에 대해 나는 '초반부는 마치 하나의 카오스'라고 묘사했다. 라이트 게이머들의 시선에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바로 문 따고 들어가면 위의 사진처럼 두 여자애가 얘기 중이고 나한테 그렇게 나타나면 어떡하냐고 면박주고, 사이렌 땡땡땡. 성아 징징징.
당연히 플레이어는 뜬금없는 이벤트에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서 헤매고, 사이렌 소리에 멘탈이 조금씩 무너져가며 결국 공략을 보거나 게임을 종료하게 된다. 모르니까. 난 그런 급전개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알고 계시는 분만 게임하세요~ 라는 거잖아? 화이트데이는 저것 때문에 공략없인 깰 수 없는 게임이라는 오명까지 들었다.
그런데 2015년 모바일 리메이크(이하 리메이크로 통칭) 에서는 다르다. 일단 들어가고 바로 방화벽 맞은편의 문을 열 수 없다. 방화벽 옆의 2학년 6반을 조사해야한다. 화면 중앙 상단부에 주인공, 이희민이 생각하는 것들이 표시된다. "일단 2학년 8반 (소영이의 반이다) 으로 가보자." , "나 말고 학교에 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때문에 게임이 갑자기 친절해진다.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하는건 어떨까요, 같은 분위기의 게임으로 변한다. 내 움직임을 제한하지도 않으므로 아주 편안하기까지 하다.
2학년 6반을 조사하면 아까 말했던 방화벽 맞은편의 문을 클로즈업 시켜주고는 끼릭하는 소리가 들려 안에 누가 있음을 암시해준다. 문 열고 들어가면 저 두 여학생이 있다. 소리없이 들어오면 놀란다는 대사는 앙칼지게 성아가 치지 않고 지현이가 나긋나긋하게 말해준다. 정말 행복했다.
'난 8반 김성아야, 너는?'
패키지와는 다른 바람직한 전개다. 진작에 이랬어야 한다. 지현이가 또 전학생인 희민이의 뒷담화를 까고 떠나는 등, 전반적인 이벤트의 분위기는 같지만 성아와 대화 중 사이렌이 울리지도 않고 성아는 가사실 안에 교재를 두고 왔는데 기계실에 열쇠가 있다며 구구절절한 사연을 대고는 날 좀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하여 초반부부터 여주인공과 동행한다. 이 동행이라는 시스템을 언급안했었는데, 이벤트가 끝나고도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패키지에선 동행 중에 순찰 중인 수위한테 걸리면 여주인공이 맞아죽으며 배드엔딩이었는데 모바일에선 삭제되었다. 물론 어려움 이상에서만 동행 이벤트 중 수위가 등장한다.
하여튼 여자화장실로 같이 가면 성아가 '어서와! 여자 화장실은 처음이지?' 라는 대사를 날린다. 전작보다 붙임성있는 말괄량이라는 점을 더 강조하고 싶었나보다. 성아는 실제로 게임상에서도 톡톡튀는 매력으로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뭘 도와주냐고 물으면 환풍구를 가리키며 저걸 뜯어서 기계실가서 열쇠좀 가져다주라고 말한다. 즉, 교내 기물파손과 열쇠 무단 절도를 주인공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마음에 걸려 몇 번 거절하면 애교까지 날린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직접 보게 된다면 아마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우 만족스러운 초반부, 좋은 분위기를 타고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환풍구에서 '그 이벤트'를 보게 된다. 손달수 수위가 한 학생을 무자비하게 패고 시신을 끌고 다시 들어가는. 그게 패키지에선 진짜 참혹하고 임팩트가 있어서 게임을 접고 싶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었는데, 이 모바일 판에서는 딱히 그렇지가 않았다. 되려, '연기하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직접 보면 알겠지만 그 이벤트가 뭐랄까, 효과를 잘못 넣었는지 박력이 없다. 행사장의 풍선인형처럼 흐물흐물한 움직임과 함께 이벤트가 지나가 버리는데 방망이도 가벼워보이고 맞는 학생에게도 묵직한 느낌이 없고, 시신을 끌고 가는데 저렇게 맞아도 사람이 죽는건가, 싶다. 마지막 일격을 머리에 날릴 땐 일부러 화면을 흔들고 쾅 하는 큰 효과음을 넣어주는데 더 어색하다.
이 이벤트의 문제는 비단 이 수위 이벤트 뿐만이 아니다. 모바일판 대부분의 이벤트들이 맥아리없고 짜여져있는 대본의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 끝나면 감독이 오케이! 혹은 NG를 부를 것 같다. 아마 내가 감독이었음 계속 NG를 불렀을 것이다. 4회차 플레이 중인데도 이벤트들은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복도에서 수위에게 주인공이 쫓기는 이벤트에선 주인공이 달리는 포즈가 너무나도 웃겨서 피식하기까지했다.
안녕하세요, 형제님. 좋은 말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저 사람이 누굴까? 봉구 아저씨다. 무려 14년 만인데 14년동안 뭘 하셨는지 더 날카로워졌다. 후덕하고 멍청하던 인상은 어디가시고, 얼굴에서 사악하고 귀신에 사로잡혔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지현이가 수위로부터 쫓기는 희민이를 살려주는 그 이벤트 중 밤에 학교에 들어오면 수위 아저씨가 엄청나게 화낸다는 말을 해주는데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직감했을 것 이다. 저 사람한테 잡히면 혼나는 정도가 아니라 죽는다는 것을. 수위들은 더 똑똑해졌고 무서워졌다. 사실상 게임의 주 적이었던 수위가 이렇게 호러틱하게 변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달수 수위는 신관을 순찰할 때 무려 휘파람을 불며 다니고, 봉구 수위는 열쇠 꾸러미 소리를 내고 다닌다. 둘 다 표정연기와 음침한 웃음소리가 아주 일품.
신관은 더군다나 맵이 완전히 열려 있어 걸어다니더라도 달수 수위에게 걸리기 굉장히 좋은데 둘다 속도가 무지하게 빨라져서 안전히 도망치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걸리는 부분이지만 신관의 맵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은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듯 싶다. 술래잡기를 하기 싫다면 그저 숨어 다니는 수 밖에.
실시간으로 저 사람이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내 뒤를 추적해온다, 이만큼 무서운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시야가 제한되어 있고 수위의 위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실제로 그 문제는 게임의 난이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지만, 로이 게임즈(손노리 사의 후신)는 여기에 위생장갑을 부활시키는 것 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치를 설정해두었다.
아저씨가 라이트로 장난을 거신다. 화면 중앙 상단부의 눈동자가 보이는가?
미카미 신지의 '디 이블 위딘'(The evil within) 이라는 게임에서 저 눈동자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온 것 같다. 디 이블 위딘에서는 필드상의 적이 근처에 다가오면 눈동자가 화면 상단에 뜨게 되는데, 화이트데이의 눈동자 역시 수위가 근처에 왔음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열쇠 꾸러미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눈동자가 활성화되었다면 유저들은 심혈을 기울여 숨을 곳을 조용히 찾아야 한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눈동자가 양 옆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아직 순찰, 눈이 완전히 떠져있고 눈동자가 양옆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면 경계, 눈을 부릅뜨고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으면, 곧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서 추적 상태에 들어올 것이다. 게임의 난이도를 너무 낮추지도 않으면서 긴장감을 적당히 유발시키는 좋은 시스템이다. 물론 왕리얼모드에서는 저런 거 없으므로 순수 청력으로 수위의 위치를 가늠해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난이도에서 현기증이 발생한다. 전작과 같은 마라토너는 진작에 잊어라. 아기귀신 이벤트에서는 계단 몇 번 오르락, 복도를 미친개 마냥 달리다가 보면 화면이 어질어질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기에 속도까지 느려진다. 즉 현기증 디버프가 완전히 새로이 리워크 된 것이다.
거기다가 달리는 순간 수위가 주변에 있다면 수위가 경계 상태로 플레이어가 달렸었던 자리로 가서 주변을 살피려고 할 것이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는데, 어쩔 수 없이 플레이어는 또 뛰어야하고 수위에게 머지않아 걸린다. 수위가 경계 상태에 돌입했다면 곧 당신은 걸릴 것이고 몽둥이 찜질을 당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즉 달리기가 패키지판보다 엄청난 너프를 먹었다.
패키지판처럼 수위들의 상태는 동일하다.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 변했는지, 대화 이후 '너 때문에 나가지 못했다'는 선택지가 있다.
지금까진 군더더기없는 아주 말끔한 게임이다. 자잘한 버그가 있었지만 패치가 되며 수정이 되었고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크나큰 버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패키지를 해본 유저들도 공략법이 자잘히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이 단장한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하며 추억을 되새기고 또 새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영 좋지 못했던 그래픽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니까.
하지만 이런 수많은 긍정적 변화를 싸그리 무시한 채 화이트데이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을 계속하는 유저들 역시 많다. 아마 과거에 불법복제로 망했다며 언론플레이를 일삼았던 모습이 겹쳐진 것 과 모바일 게임치고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해서일 것 이다. 정작 게임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앱결제는 없다. 리그오브레전드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돈을 지불하고 외형을 바꾸는 스킨의 개념은 있다. 많이 비싸긴 하다. 크리스마스 세트가 약 3000원이니까.
게임 발매 전에 인앱 결제는 없을 것이라고 신신당부 했음에도 이런 요소가 생긴 것이 조금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니까. 몇몇 악성 유저들의 비판에는 그저 눈살이 찌푸려질 뿐이다.
...조선인민군?
2016년 1월 6일 자로 로이게임즈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기기제한 정책을 파기했다. 더 이상 모바일판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큰 문제점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자잘한 버그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관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한 뒤 거미귀신과 조우하게 되면 게임 진행이 불가한, 치명적인 버그라던가.
그렇지만 버그라는 것은 모든 게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화이트데이 모바일만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아니라는 의미. 역시 사소한 버그들이 게임 몰입을 방해하지만 진행에 아주 치명적인 버그는 저 거미귀신 버그 하나 뿐이다. 그마저도 업데이트로 인한 지속적 버그 수정을 약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될 게임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기기제한 정책을 파기함으로써 대다수의 유저들은 기뻐하고 있지만, 소수의 유저들은 불법 유저들, 이른바 '복돌이' 들이 성행할까 걱정하고 있다. 로이게임즈에서는 다수의 기기에서 다발적으로 사용자 인증을 시도할 시엔 계정이 차단된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거미귀신 나오는 소리가 아닐까?
패지키판 리뷰에서 나는 학원괴담이라는 문서를 언급했었다. 주로 귀신들의 기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고 있었던 그 문서에 나오는 귀신들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것은 게임의 몰입도를 낮추고 전반적인 완성도 역시 하락시킨 게임을 평가절하시킨 주범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그 역할이 '게임의 효자'로 완전히 바뀌었다. 학원괴담의 귀신들은 노말 혹은 어려움 난이도 이상에서 온전히 등장하게 된다. 한 층 더 호러스러운 귀신들의 비주얼과 깜짝 연출, 잘 짜여진 스토리로 말이다. 학원괴담들은 소소한 부분들이 변했고 학원괴담에 등장하는 귀신들을 만나기 위한 아이템까지 따로 있다. 이쯤되면 작정하고 제작진들이 사라졌던 귀신들을 온전히 등장시키자고 결심한 것 같다.
또한 라이트 유저들을 배려, 노말 난이도 미만에서는 머리귀신을 비롯한 학원괴담들의 귀신은 절대로 등장하지 않게 했고 하드 유형들의 유저들에게는 난이도의 전반적인 상승, 그리고 귀신들의 온전한 등장을 선물하여 호러성과 게임성 역시 단번에 사로잡았다. 게임의 완성도가 더욱 올라가 이제야말로 퍼펙트한 게임이 되었다는 생각을 게임플레이 내내 들게 한다.
여담이지만 노말 난이도 이상, 신관에서도 플레이 할 때 머리귀신이 등장한다. 보면 이제는 무섭다기보다는 미미한 데미지를 입을 때 마다 짜증만 날 뿐이다. 머리귀신을 조금 다르게 등장시켰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했다.
귀목 등 귀신과의 보스전이 끝나면 이런 퀵타임이벤트(QTE) 또한 존재. 방심은 금물.
도플갱어는 도갱이라는 별명이 생기고, 주인공의 외모 버프와 함께 더 잘생겨졌다.
여담으로 이 사립학교는 무슨 재력이 있는 건지, 자체 화폐를 발행했다. YD(연두동전)라는 화폐인데, 도시락은 3YD, 커피는 1YD 등으로 자판기에서 동전을 넣고 뽑아 먹을 수 있다. 참으로 기묘한 학교.
전작에서 사라졌었다고 언급이 되었던 학원괴담 3은 패지키판에서도 이름없는 문서라는 문서로 등장, 인게임에서 획득이 가능하다, (나의 실수다. 죄송.) 다만 학원괴담 10은 패지키판 인게임에서 입수가 불가능하고 '경쟁심' 이라는 이름으로 더미 데이터로만 남아있다고 바로잡는다.
패키지에선 구현되지 않았지만 모바일에서는 열람실에서 경쟁심 문서의 주인공 귀신이 등장한다. 이렇듯 원작인 패키지판과는 다르게 공략법들이 자잘하게 달라졌고 등장하는 귀신들의 공략법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므로 전작보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플레이어들을, 즉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화이트데이의 모습을 지금 이 리뷰를 읽으며 느끼는 설렘을 그대로 간직하여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사탕놓으려다, 봉변..은 여전하다.
수위들의 인공지능도 전반적으로 상승, 게임의 템포가 빨라져서 전작처럼 느릿느릿한 리듬의 게임을 기억하고 이 모바일판을 플레이한다면 조금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과 배경은 여전하다, 이희민, 그리고 세 여주인공, 김성아, 설지현, 한소영. 은미 아주머니와, 학교의 다른 이름인 미궁. 학교가 미궁이 되는 것 역시 동일하다.
이전 리뷰에서 언급을 하지 않았었는데, 학교엔 부적들이 존재한다. 火·水·木·金·土의 부적들이 바로 그것이다. 게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아이템으로 연두고등학교를 감싸고 있는 결계를 해체하고 마지막에는 미궁을 해체하고 미궁의 귀신을 물리치는 스토리 진행의 핵심이다. 얻는 순서는 金 - 木 - 土 - 水 - 火의 순서다.
위 사진은 귀목을 물리치면 얻는 木의 부적.
학교에서 얻는 동양학 문서와 본관 2구역에서 얻는 CD의 내용을 확인해보면 해당 부적들은 오행의 기운이 강한 구역에 상극의 원리로 배치되어 학교 전체에 강력한 결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계실에는 금의 부적, 나무귀신에 목의 부적, 아기귀신의 토우에 토의 부적, 물귀신의 물의 부적, 불이 나는 강당에 화의 부적 순으로. 각 부적은 액을 물리치는 기운이 담겨져 있다고 알려진 복숭아 나무로 제작되어 있으며 각각 축귀(逐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축귀의 힘을 가진 부적들이 상극의 원리로 배치되어 있는 이유는 서로의 힘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본작의 주된 원리인 오행 상생(검정색), 상극(하얀색)의 원리.
왜 학교에 부적들을 이용하여 영들을 억제하냐면, 학교는 한국 전쟁 시절 병원으로 쓰였고 그 터가 기가 강한 장소라고 한다. 거기에 학생들과 선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들의 사람들을 몰아넣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는 귀신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어버린 것. 때문에 귀신들이 멋대로 학교에 출몰하지 않게 억제기의 개념으로 부적을 사용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희민이 게임 초반부에서 금의 부적을 해제하자마자 2학년 8반에서 나무귀신이 나타났던 것은 나무귀신이 발동되는 것을 막고 있었던 금의 기운이 봉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부적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적 하나의 기운이 봉해질수록 학교의 공고하던 결계는 깨지고 결계 안에서 꼼짝 못하던 영들이 서서히 실체화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학교에 귀신들이 깽판을 놓는다는 소리다.
반대로 미궁에 가면 金 - 水 - 木 - 火 - 土의 순서로 부적을 구해야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데 이는 오행 상생의 원리이다. 이 순서대로 부적을 구하면 부적이 한데로 모이게 되는데 이때 원기에 대한 강한 구속력이 발생하며 여기에 태극의 힘(태극패)을 더하면 영에 대한 완벽한 제압이 가능해진다. 이 내용은 각각 태극패, 교감의 동양학 문서, 음악선생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CD 속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게임은 갓흥겜이다. 당장 사라!
슬슬 이 긴 리뷰의 끝을 맺을 때가 되었다. 마침내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미궁의 이름은 하나의 완전한 게임으로서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예전의 그 어색함, 그리고 미묘한 무서움과 개그성이 짙던 부분들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진지하고 깊은 공포가 서려있는 학교의 분위기와 다양한 사연의 귀신 그리고 전작보다 쉽게 풀 수 있는 퍼즐들이 남아있다.
나는 굉장한 돌머리라서 공략을 볼 수 없이는 게임을 진행할 수 가 없는 노답 게이머인데 게임 초반부에 문서를 획득하면 구겨넣지 말고 좀 잘 읽어보세요 제발. 같은 뉘앙스의 도움말들이 몇 가지 뜬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우리 게임을 같이 해보아요 같은 느낌이다. 패키지의 너 맘대로 해라 같은 매몰찬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100% 아이템 컬렉션을 위한 이스터에그 개념의 퍼즐들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학원괴담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 말이다.
하지만 이벤트들의 박력의 부재, 그리고 전반적으로 상승한 게임의 난이도와 불편할 수도 있는 조작감은 약간의 장애물이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크게 느껴져오지만 수려한 그래픽들과 적당한 공포 분위기로 저런 문제점들을 그대로 덮어버리는 느낌. 썩 좋은 해결책은 아니지만 임시처방으로는 쓸만하다.
비싸다면 비쌀 수 있는 가격과 인앱 결제요소도 유저들에게는 그리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개발 이전에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더더욱. 이전처럼 해피엔딩들을 보기도 쉽지는 않지만, 원래 해피엔딩들을 수집하기 쉬우면 게임이 너무 재미없어지므로, 난이도의 상승은 나로서는 대환영이다.
이번 작에서도 교장실의 비디오 테이프는 사용되질 않는다. 제작진의 명백한 맥거핀 인증이다.
학원괴담 중 '경쟁심' 문서의 주인공 귀신. 한 미모하는데, 이후 곧바로 돌변하여 공격해온다.
넌 진짜 좀 맞아볼래?
꽤 긴 리뷰였으니 정리하자면 이렇다.
1. 화이트데이 2015 모바일 리메이크판은 갓흥겜이다.
2. 당장 사라. 그리고 추억을 되새겨라.
3. 그리고 완전해진 공포와 학교를 즐겨라!
글씨 선물해 주신 금손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_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후 구버전, 삭제된 아이템, 인물설명 등 과거의 화이트데이에 대한 여러가지를 묶어 한번에 리뷰하고 이 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봐요!
- 2015/12/29 오후 1:42 1차 수정 오후 4:51 사진 크기 조정
- 2015/12/30 오후 4:27 2차 문맥 수정
- 2016/01/08 오후 1:08 '기기제한' 문단 수정
첫댓글 모바일판 재밌어보인다 리뷰 굿굿
잘 봐줘서 고맙다 활기찬 한주 되길
정성들여 썼네 ㄷㄷㄷㄷ
1편하고 연계되게끔 썼어..아직 부족한게 많아서..잘 봐줘서 고맙다
리뷰 퀄리티 좋내요.
굳굳
다운횟수 제한은 뭐 복돌이때문에
게임 터졌으니 이해는 어느정도 가긴 가내요..
부족한 리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기기제한만 아니었더라면 완벽했을텐데..
맥거핀이라는 말을 여기서 처음 알게 되었네요. 기기제한은 dmr 문제의 연장선 같은 느낌입니다. 위쳐3에서 drm free를 추구하면서 drm에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아직 대부분의 게임계는 유저를 믿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이 게임을 옛날에 플레이 할 때 서사가 참 맥빠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 점들이 보완되어서 나왔나 보군요. 좋은 흐름입니다만 자칫 과해서 오히려 게임의 흐름을 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폰 게임은 하지 않아서 플레이해보지는 못했는데 기대를 하게 만드는 리뷰였네요.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 게임은 전에 불법복제 때문에 타격을 좀 입어서인지 유저를 더더욱 불신하는 것 같습니다ㅠㅠ
우와 재밌어보이네요~ 나왔다는 말만 듣고 해보진 않았는데 사고싶어집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부족한 리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속적 수정으로 더 알찬 리뷰 만들어갈게요
리뷰 잘 쓰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구버전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