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넘친 청년 로버트 모리스(1965~)는 인터넷이라는 이 ‘멋진 신세계’에 과연 몇 대나 되는 컴퓨터가 접속하는지 단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접속하는 컴퓨터마다 자동으로 설치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컴퓨터 수만 세고 싶었다지만, 세상일이 자기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다. 모리스 때문에 인터넷이 마비된 날이 1988년 11월 2일이었다. 모리스는 “세계 최초로 악성코드를 뿌린 사람”이 되었다.
사상 초유의 일이라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예상 못한 일이라 판례도 없었다. 마침 미국에는 1986년에 만든 ‘컴퓨터 사기와 오용에 대한 법’이 있었다. 모리스는 1989년 7월 26일 기소됐다. 악성코드를 뿌린 죄로 재판에 넘겨진 최초의 사례였다. 사건도 처음이고, 법리 적용도 처음이라서 재판은 마치 세미나를 하듯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훗날 교수가 된다. 선고 뒤 벌금을 내고 사회봉사를 수행하고 보호관찰까지 받는 과정에서 모리스는 다시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나중에 몸을 맡기게 되는 곳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그가 짠 ‘모리스 웜’은 디스크에 담긴 채 지금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늘날 무섭게 발전한 악성코드와 컴퓨터 범죄를 생각하면 이때 그가 벌인 일은 한때의 아련한 추억처럼 애교스런 수준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