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천 시인 약력
-1939년 대전 출생, 2023년 2월 3일 영면
-충남대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 졸
-대전 인켈판매(주) 대표이사, (주)홍명산업 대표이사, (주)동곡 대표이사 역임
-1996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 『브람스의 자장가』(1997), 『책장과 CD룸 사이』(1997), 『스통골 돌밭』(1998), 『어둠은 아름답다』(2002), 『풀벌레에게 밤을 내주고』(2006), 『나는 소리부자다』(2011), 『싸구려와 친구하다』(2014), 『단풍나무 악보』(2016), 『사람이 詩다』(2018), 『오월의 엽서』(2021)
-수필집 : 『가을에 떠난 사람』(1992), 『바람은 흔들림으로 존재한다』(2000)
-기타 저서 : 『상인』(1989), 『대리점 경영의 실제』(1993)
-호서문학상, 대전문학상, 문학사랑상, 정훈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2015) 등 수상.
대표시
1. 브람스의 자장가
Ⅰ
브람스의 자장가는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어른을 위한 것도 아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본래
평화주의자를 위한 것이다
Ⅱ
브람스의 자장가는, 오늘
한송이 수선화 위에 머문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오늘
파랑새의 날개 위에 머문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오늘
말씀의 가슴 속에 머문다.
2. 연蓮
어둠의 세상에서도
뿌리를 내리리
몸뚱어리 허우적이며
밑바닥에 살아본 자만이
아는 고통
마음이야
늘 하늘에 있지
혼탁한 세상에서도
물에 비치는
하늘 보며 살아가리
3. 마음의 집을 짓는다
집 짓는 일이
마지막 작업이다
풀밭에 수런대는 바람 모으고
하늘이 뿜어내는 뜨거운 햇살도 모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켜는 별빛도 모아
기초를 닦는다
영혼의 굵은 둥치를 밀어올려
기둥을 세우고
벽돌처럼 하나씩 하나씩
언어를 쌓아가며
거칠게 돋은 비유의 문장들은
대패질로 곱게 다듬어 낸다
행과 연을 섞어가며
기 승 전 결로 차곡 차곡
내 마음의 집을 짓는다
밤새
내 영혼으로 쌓아 올린
언어의 사원寺院
한 채
시詩의 나라에 바친다.
4. 어둠은 아름답다
어둠은 아름답다
참새 들새 잡새들의
너 잘났다 너 잘났다 시세움도
어둠 속에 가라앉는다
깔짐 지는 김씨 아저씨와
날품 매는 강씨 아줌마의 고달픔도
어둠이 감싸안는다
암내를 흔들어대는 어둠에
훌훌 옷을 벗는 알몸의 별들
동공을 채우는 벌레들의 발정 소리
달콤한 꿈을 엮는다
상처를 털어 내며
상처를 끌어안으며
어둠이 어둠을 보듬어 주는
어둠은 아름답다.
5. 나목 앞에서
꽃의 희망은 빈 가지에서 더 빛난다
가지의 옹이마다 묻어나는 세월의 생채기에서
피어오르는 저 녹색의 눈을 보아라
한번쯤 모든 인연의 사슬에서 벗어나 보자
꽃으로 피었다가 낙화로 사라지고
다시 바람결인 양 꽃으로 태어나는 세상
바람은 서로의 상처에 아픔을 주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으로 만나기 힘든 세상을 살면서
우리도
한번쯤 모든 인연의 사슬에서 벗어나 보자
바람 따라 바람이 되어 보자
세상이 얼마나 가벼운가
빈 가지에 피어오르는 눈처럼
다음 세상에는 꽃으로 만나 보자
6. 나는 소리 부자다
뜰이며 안방까지 채워주는 새소리
꽃과 나무들 움트고 잎 맺고 가지 벋어나는 소리
꽃과 나무들 파란 옷 노란 옷 붉은 옷 벗어던지는 소리
삶의 푸른 소리들 내 안에 가득가득 채워
소리의 눈으로 잠들고 소리의 귀로 일어나는
소리의 세월로 생이 꾸며지는
소리의 시집
언제가 나도 바람의 소리로 남을 것이다
이 세상 부러울 거 없는 나는 소리 부자다
참 부자다.
7. 싸구려와 친구하다
고희에 싸구려란 말이 좋아졌다
나보다 더 가진 것도 없고
나보다 더 배운 것도 없는 삶을
아이처럼 친구하며 살기로 했다.
나를 위해 속된 마음을 성형한다.
나를 낮추고 낮추니 시기 질투가 없다.
길가에 짓밟히는 흔한 질경이며
조팝나무며 개망초 잡초와도 친구를 하니
햇살도 비도 꽃이 된다.
마음의 벽을 허문 열린 세상
버려진 땅에서도 잡초의 씨앗은 여물고 있다.
그냥 싸구려로 살기로 했다.
햇살로 폈다 어둠으로 접는 길카페*에서
한 방울 넋두리 없는 오백 원짜리 커피에
내 허름한 반나절을 적신다.
싸구려에는 처세의 감옥도 자존심도 없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땀방울 닦아주는 바람과 친구한다.
어떻게 사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그냥 물이 된다.
*길 카페 : 폐 고속도로 변 포장마차 커피 집
8. 보리菩提수련
꽃도 깨우침을 얻는가
이 아침 보리수련에서 보는 보살님 얼굴
햇살로 웃으며
바람으로 내뿜는 향기
하늘은 비어 더욱 푸르다
사흘 동안에
천년 깨달음을 씨앗으로 여며놓고
조용히 물로 사라지는
보리수련
내 마음속 물 속에는 아직도
꽃이 한창이다.
9. 사람이 詩다
시의 법당에는 사람도 시가 된다.
주산동 연꽃마을은 시어들의 법당이다.
수련 백련 굴참나무 장미 풀벌레
L. J. B. O. 원로 시인
입과 입으로 비벼대는 시어들
시간이 감동으로 놀다가는
야단법석 시의 화엄이 된다.
삶이란 생각하는 만큼 살아가는 거
시를 많이 읽다보면 시를 닮아간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지듯.
시의 법당에는 사람도 시가 된다.
하늘과 땅 사람이 시다.
10. 나는 내가 아닐 때 행복하다
동호인이 찾아오면 말 많은 참새가 된다
팔굼치를 이용해 떨리는 두 손으로
차를 마시며 해바라기처럼 인사를 나눈다.
상대가 좋아하면 내 생각을 접는
장애가 깊어지며 아상이 없어진다.
숲이 쓴 시 읽는 새들처럼
시 안에 갇혀 짹짹짹 마구 지껄인다.
스쿠터에 올라앉은 날개 잃은 새 한 마리
동색과 하하하 하루가 웃는다.
나는 내가 아닐 때 행복하다.
<참고>
장시인 약력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댓글 홍순갑 선생님, 특집 원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