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건을 쓴 양반 앞에 생황을 든 기녀 한 명이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툇마루에 앉아 있다.
댓돌 위에는 여자신발 한 켤레만 있다.
양반은 기루에 오자마자 후원에 있는 기녀들의 거처에 가서 자신의 단골 기녀가 부재중임을 확인하고 뒷문을 통하여 이 방으로 들어 왔다.
이 그림은 ‘청루소일 (靑樓消日, 기생집에서 하루를 보내다)’ 이다.
전모를 쓴 젊고 아리따운 기녀 하나가 외출에서 돌아와 양반과 생황을 든 기녀 앞은 스쳐 지나 자신의 거처로 가고 있다.
양반과 기녀가 동시에 가자미눈을 뜨고 젊은 기생을 바라본다.
젊은 기생은 여유 만만하게 전모를 살짝 들어 올려 살며시 눈웃음을 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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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을 한양에 두고 홀로 신관 사또가 임지에 내려오니 고달픈 건 육방관속들이다.
사또가 반듯한 언행에 뇌물을 멀리하니 아랫것들의 국물이 없어진 것이다.
육방관속들이 백성을 등쳐서 재물을 뜯어내려 해도 사또가 겁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육방이 주막에 모여 침을 튀기며 사또를 씹는데 꾀가 똑똑 흐르는 이방이 생긋이 웃었다.
어느 날~
사또가 말을 타고 이 고을 저 고을 초도순시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수행했던 이방이 입을 열었다.
“나리~
다리 아프시지요?
다리 안마를 잘하는 머슴애가 있습니다.”
“들여보내게.”
토끼털 벙거지를 눌러 쓴 소년이 두툼한 누비옷을 입고 들어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사또에게 큰절을 올리고 다리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쑥을 끓인 따끈한 물을 한대야 들고 들어와 사또의 발을 담그더니 발가락을 하나하나 조몰락조몰락 씻고 종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너는 몇살이냐?”
“열여섯살이옵니다.”
“아직 변성기가 되지 않아 꼭 여식애 목소리 같구나.”
사또의 솜넣은 바지를 걷어 올려 무릎까지 주무른 머슴애가
“사또 나리~
허벅지 안마를 하려면 아무래도 바지를 벗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또가 바지를 벗고 짧고 얇은 속옷만 입고 드러눕자, 허벅지를 두드렸다 하며 가녀린 두손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가 살짝살짝 사또의 하초를 건드렸다.
“나리~
힘이 들어 땀이 납니다.
저도 옷과 벙거지를 벗어도 될까요?”
“그래, 그래.”
투박한 벙거지와 두툼한 누비옷을 벗자 새하얀 속옷에 얼굴은 백옥이요 도톰한 입술은 새빨간 앵두다.
사또가 그 녀석을 자세히 보자 이 당돌한 녀석(?)이 촛불을 후 꺼버리고 깜깜한 칠흑 속에서 다시 허벅지를 주무르는데 벌써 사또의 양물은 돌덩이처럼 솟아올랐다.
바스락바스락 옷을 벗더니 발가벗은 채 사또 품에 안겼다.
사또의 손이 그 녀석의 봉긋이 솟은 젖무덤을 감쌌다가 아랫도리에 미치자 벌써 옥문에서는 뜨거운 옥수가 흘러내렸다.
한평생 오입질 한번 하지 않고 목석처럼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조신한 부인의 한우물만 파던 사또가 그날밤 놀라 자빠질 일을 겪은 것이다.
남장을 한 새파란 이팔청춘 처녀가 상상도 못했던 현란한 방중술로 사또의 얼을 빼놓았다.
숨을 고른 사또가 옷을 입는 녀석(?)에게 물었다.
“네가 남장 처녀라는 걸 이방이 아느냐?”
“아무도 모릅니다.
아는 사람은 사또 나리뿐입니다.”
매일 밤 사또의 방에 그 녀석이 사또를 안마해 주러 왔다.
사또는 하루도 그 녀석(?)을 못보면 미칠 지경이 되었다.
어느 날 밤~
이방이 사또에게 아뢰기를
“그놈이 더 이상 못 오겠다고 버팁니다요.
다른 안마사를 불러올리겠습니다.”
그날밤 들어온 안마꾼은 수염이 숭숭 난 장님이었다.
이튿날~
사또는 이방에게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녀석을 데려오라고 명했다.
닷새 만에 초립동(草笠童)이 다시 오고 관아의 곳간은 축이 나기 시작했다.
육방관속(六房官屬)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