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17곡】 "7원의 마지막 구렁 끝, 고리대금업자"
17곡 7원의 마지막 구렁 끝, 고리대금업자
뾰족한 꼬리를 가진 이 짐승을 봐라!
그놈은 산을 타 넘고 성벽과 무기를 부순다.
온 세상에 고약한 냄새를 피우는 놈이 바로 이놈이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놈에게 손짓을 보내 우리가 있는 강둑 끄트머리로 오게 했습니다.
얼굴은 틀림없이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말짱하게 사람의 살가죽을 뒤집어썼으나
나머지 몸통은 완전히 뱀의 그것이었다.
그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삼두삼신의 괴물 게리온입니다. 이 괴물 게리온은 ‘사기'를 형상화한 괴물입니다. 그놈은 사람의 얼굴에 사람 살가죽을 뒤집어썼으나 몸통은 화려하고 뱀의 몸에 꼬리는 전갈의 꼬리를 가진 사기의 속성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게리온이 있는 오른 쪽으로 내려와서 뜨거운 모래와 불꽃을 피하여 걸었습니다. 게리온에 가까이 가자 그 너머 심연의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기서 얘기를 나눌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네가 돌아올 동안, 나는
이놈을 구슬려 그 강한 어깨를 빌려 보도록 하겠다.
베르길리우스는 여덟 번째 고리의 사기지옥으로 게리온을 타고 갈수 있도록 구슬리러 가고 단테는 일곱 번째 고리의 가장자리를 혼자 걸어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비처럼 떨어지는 불꽃과 뜨거운 모래를 이리저리 피해 다녔습니다.
목에는 자기들의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주머니(고리 대급업자의 상징)를 걸고 있었습니다.
사자의 얼굴과 형체가 하늘색으로 새겨진 노란 주머니는 피렌체 잔 필리아치 가문, 버터보다 더 흰 거위가 새겨진 붉은 주머니는 피렌체 오브리아키 가문, 살찐 푸른색의 암퇘지 형상을 새긴 하얀 주머니는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가문의 문장들입니다.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켜야 하는데(단테 당시 시대에는 현대 금융 산업이 없던 시대) 고리대금업자는 자연 자체와 그 부속물을 멸시하고 다른 것에 희망을 걸어 순리를 거스리는 것이라고 지옥 일곱 번째 고리 마지막 구렁에 와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들의 눈은 주머니를 흡족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 피렌체 사람들인데 파도바 사람도 한명 있었습니다. 단테는 곤죽이 된 그 영혼들을 뒤로 하고 돌아섰습니다.
선생님은 벌써 게리온의 등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놈을 사다리 삼아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자, 앞에 타라. 꼬리에 맞아
몸을 해치면 안 되니, 내가 뒤에 타겠다.
내가 무서워하자 두 팔로 꼭 껴안아 주시면서 말했습니다.
게리온아! 이제 가자!
원을 넓게 그리면서 천천히 내려가자.
네가 이고 있는 유별난 짐(단테, 영혼이 아닌 사람)을 생각해라.
게리온은 날개를 조심스레 움직이지만 단테는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허공만 보이고 그 짐승만 남고 모든 것이 사라지던 그때,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파이톤이 고삐를 놓쳐 하늘에서 불탔을 때나 이카로스가 녹는 초로 인하여 날개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에 비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리온은 깍아지른 절벽 언저리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내려놓고 곧바로 등을 돌려 화살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카로스의 추락입니다.
The Fall of Icorus, Pietr Bruegel I , 딸과 함께 여행한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멀리 하늘이 보이고 바닷가에 농부가 밭을 갈고 있습니다. 농부 옆으로 양치기가 먼 곳 하늘을 보고 있고 오른 쪽 바닷가에 낚시꾼이 낚시를 합니다. 바다의 배 앞에 사람이 빠져 두 발(물속에 발만 보입니다)을 허우적거리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이 자기 할 일만 합니다.
이카루스가 바다에 빠져도 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큰일이 일어나도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 돌아갑니다. 나에게 실패가 오고 좌절이 와도 나의 좌절에 그 누구도 함께 슬픔을 나누지 않습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삶은 계속됩니다.
이 작품에는 이카로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서움이 아니라 삶과 인생에 대한 무서움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브뤼겔의 삶과 인생에 대한 냉소적인 성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내 인생은 나 혼자라는 무서움에 그림을 보고 또 보고 했던 작품입니다.
지옥의 여덟 번째 고리는 제17곡부터 제30곡까지 이어지는데 사기지옥에는 10개의 구렁(말레볼제)이 있습니다. 사기지옥(제8원)의 10개의 구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구렁 18곡 사기와 뚜쟁이와 아첨꾼
두 번째 구렁 18곡 아첨꾼들
세 번째 구렁 19곡 성직이나 성물을 매매한 자들
네 번째 구렁 20곡 점쟁이, 예언자, 마술사
다섯 번째 구렁 21~22곡 탐관오리
여섯 번째 구렁 23곡 위선자
일곱 번째 구렁 24~25곡 도둑들
여덟 번째 구렁 26~27곡 사기꾼, 집정관들
아홉 번째 구렁 28곡 불화와 분열의 씨앗을 뿌린 자들
열 번째 구렁 29~30곡 사기꾼, 화폐 위조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