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띠 목에 건 흰모자
최재용
그녀가 왔다 갔다
흔적은 있었다
새벽 이슬과 함께 왔는지
홀로 왔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초생달과 셋별이 만나는
그 어디 그 시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증좌는 있었다
눈부신 태양 아래에 그녀는
예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청자기 바탕에 작은 코나 차에
위풍당당하게 무지게를 몰고 왔다
실은 고양이처럼 스며든
혜성이 그 모자를 탐했었다
아름답다는 주문에
바다가 갈라지고 하늘이 열리듯
우주가 빛나기 시작했다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더니
갑자기 에오스의 마차가 나타나고
티케와 새벽별이 몰래 숨어들어
파아란 띠를 두른 흰모자를 걸어두고 갔다고...
풀섶에 숨어있던 아침 이슬이 내게 일러주었다. 하지만,
이슬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상아에 꿈을 조각하고 빌던
피그말리언처럼 내가 밤새
비너스신전에 참배하고 돌아왔음을
그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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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향기
파란띠 목에 건 흰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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