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가 5인이 처방하는 抗癌 식이요법
78(탄수화물) 對 22(단백질·지방)의 황금률
그러나 암유전체질은 100% 채식하라
채식이냐, 육식이냐. 새해 벽두부터 먹을거리를 둘러싸고 불 붙은 이 논쟁은 암환자들 입장에서는 더욱더 남의 일로 넘겨버릴 수 없는 문제. 어떤 식단이 암치료나 재발 방지에 도움되는지 암 전문가들로부터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기자가 직접 3개월간 채식요법도 실천해보았다.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 제1부 채식주의 VS 육식병행주의
최근의 방송보도로 우리 사회에 채식열풍이 불어닥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 경, ‘암정복에 도전한다’는 연재 기획물을 준비하면서 확인한 것은 암환자들이 항암(抗癌) 식이요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채식 위주의 자연식을 실천하는 것이 암 치료 및 재발 방지에 좋은지, 아니면 육식과 채식을 병행하는 영양학적 측면의 식단을 짜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좀더 자세하고 확실한 정보를 알고 싶어했다.
말하자면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로 미디어를 통해 논쟁중인 채식주의대 육식병행주의가, 이미 암환자들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 를 받은 암환자들은 퇴원할 때 어떻게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마련. 그러나 담당의사로부터 “잘 먹으면 된다”는 불명확한 대답을 듣거나, 항암치료로 허약해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고단백 음식섭취가 필요하다는 정도 이상의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의사들 역시 의과대학에서 정식으로 영양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상 시원스럽게 답변하기가 곤란한 게 현실이다.
아예 어떤 암환자는 의사의 일반적인 조언을 싹 무시한 채 육고기에 내포된 독성 에너지가 암세포를 더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면서 특정한 식이요법을 선택하거나 채식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난치질환이나 중병 환자들 사이에 무조건 채식을 해야 산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지침’이 적잖게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식이요법과 질병치료간 관계는 비단 암환자들의 관심사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로 부상한 암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도 암을 예방하고 이기는, 바람직한 식습관에 대한 정보 욕구가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일고 있는 채식 붐의 이면에는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정서도 깔려 있다는 게 암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채식을 주장하는 의사들 일반인이든 암환자든 ‘건강을 지켜주는 식단’에 대한 관심사는, 채식으로 모든 영양분의 섭취가 가능하고 질병 치료도 가능하다는 채식론과 채식만으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육고기도 섭취해야 한다는 육식병행론으로 압축된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한바탕 불꽃 튀는 논쟁을 치른 바 있는 두 관점은 일선 의료현장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서울위생병원. 19개 진료과에 400여 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식단은 모두 식물성이다. 육고기에 풍부한 고단백질의 음식 섭취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예외는 없다. 식물에서도 얼마든지 고단백질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병원의 박기환 영양과장은 고기를 즐기는 환자들이 처음에는 육류를 안준다고 퇴원했다가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알고 재입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채식으로 건강을 회복시켜보겠다고 일부러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생겨날 정도다.
이 병원의 최건필 원장(혈액종양학)은 “육류를 섭취하고 2∼3시간 뒤 혈액을 채취해보면 채식한 경우보다 혈액 이 많이 탁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혈액 속에 육류의 노폐물인 요산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육류 위해론’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 ‘엔돌핀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구 박사 역시 국내외에서 뉴스타트 운동을 전개하면서, 채식이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춰준다는 등 그 우수성을 강조한다.
그가 제시하는 식이요법은 산화방지제(황색을 띤 과일, 채소 등)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방을 줄이며, 단백질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채식 위주의 영양식(Nutrition)을 바탕으로 규칙적인 운동, 생수, 맑은 공기, 휴식 등을 취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뿐아니라 질병치료도 가능하다고 이박사는 장담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암을 비롯해 당뇨병, 치매, 뇌졸중 등 성인병의 대부분이 육류의 과다한 섭취와 관련이 있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채식이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실제로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암을 극복한 사례들도 적잖다. 현직의사이자 한국암환자협회의 김선규 회장은 직장암 수술을 받은 후 2년간 한적한 시골에서 요양생활을 한 끝에 암을 극복한 경우. 김회장은 제철 과일이나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먹는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암치료에 매우 중요하다는 ‘요양 노하우’를 공개한 바 있다. 또 대한암환우협회 배강수 회장 역시 병원 치료 후 무공해 신토불이 농산물을 골라 먹고 깨끗한 물을 찾아 마시는 등의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해 폐암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채식 예찬론과 달리 채식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육식병행론은 대다수 영양학 전문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채식 열풍’이 패스트푸드나 지나친 육류섭취의 위험을 경고한 것은 좋지만 채식만 주장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는 “여러가지 채소류를 잘 조합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로도 동물성 단백질 못잖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일반인이 이같이 챙겨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영양 부족이 되기 싶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식품영양학에서는 단백질의 3분의 1 정도는 동물에서 섭취하라고 권하고 있으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라는 것.
“육식해도 오래 산다” 채식주의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간 전문가로 유명한 김정룡 박사는 간경화나 간암 등 간질환 치료에서 고칼로리, 고단백의 균형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병든 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소모된 간 조직을 보충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 그는 이른바 ‘자연식’으로 간을 치료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며 육식과 채식 등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식이요법의 최선이라고 말한다.
또 기형아 전문가로 유명한 김창규 박사(연이산부인과 원장)는 산모가 채식 위주의 식단에 의해 단백질 등 영양 결핍 상태가 될 경우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MBC 방송의 ‘100분 토론’에 출연해 채식주의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던 김박사는, 채식주의자들이 육식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단명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에 대해서도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 보고된 일이라고 반박한다.
2001년 12월 미국 장수학회지(geriatric times. 볼륨 2, issue 6)에 의하면 미국인 의사(Melvina Mccabe)가 1992∼93년에 출생한 미국 인디언과 알라스카의 원주민인 에스키모들을 조사한 결과 예상 평균수명이 71.1세로 나왔다는 것. 이는 육식 위주의 습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단명이라고 볼 수 없는 수명이라는 게 김박사의 주장. 참고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78세, 한국인은 74.4세, 일본인 80.7세로 나와 있다.
반면에 김박사는 종교적 이유로 동물성 단백질 등 영양섭취가 부족한 나라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훨씬 낮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인도인은 62세, 파기스탄인은 61세이고,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는 아프리카 가나인은 57세, 에티오피아인은 45세, 소말리아인은 46세라는 것이다.
그런데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영양학적 관점과 요즘처럼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몸을 깨끗이 해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채식이 필요하다는 정화론적 관점의 대립 축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개인의 독특한 체질(體質)이라는 ‘변수’가 빠져 있다는 게 체질의학 한의사들의 지적.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래서 평생 변하지 않는 그 사람 고유의 오장육부 에너지 패턴을 가리킨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인을 구별하는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나 1960년대에 권도원 박사가 창안한 8체질의학이 바로 그런 것이다.
권박사는 채식으로 중병을 고친 사람도 많지만 육식으로 그 같은 효과를 거둔 사람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채식이든 육식이든 자신에게 맞는 체질식(體質食)을 할 경우 건강해진다는 논리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권박사의 8체질이론에 의하면 간이 강하고 폐가 약한 목양(木陽)체질과 담이 강하고 대장이 약한 목음(木陰)체질은 육식을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육식을 할 경우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은 폐가 강하고 간이 약한 금양(金陽)체질과 대장이 강하고 담이 약한 금음(金陰)체질. 사상의학으로 태양인과 유사한 이들 체질은 채식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내 체질에 잘 걸리는 병, 잘 낫는 병’의 저자인 배철환 강남의림한방병원장은 체질과 음식 궁합이 맞으면 고질병이 씻은 듯이 낫는 반면 궁합이 잘못됐을 경우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금양체질에 해당하는 사람이 자기 체질을 모르고 육식을 즐길 경우 편한 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채식을 경험한 결과 건강이 회복되면, 국내에 채식바람을 일으킨 내과전문의 L박사 경우처럼 스스로의 체험을 믿고 ‘채식 전도사’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육식을 필요로 하는 목양체질의 사람이 채식을 할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행히 목양체질이 다시 육식을 해서 건강을 되찾았을 때는 거꾸로 채식주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고 열렬한 육식찬양론자로 변신할 것이다.”
동양의학의 체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체질을 알아야 체질식이요법을 실천할 수 있으며, 자신의 체질을 모를 경우 차라리 육식과 채식을 균형있게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 제2부 3개월간의 채식 경험기 물론 채식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채식 체질이 따로 있다는 데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부터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해왔고, 채식에서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바뀐 이후 육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 인체에 축적됨으로써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성 음식에 있는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질소성 노폐물 등 독소가 나와 두통, 현기증, 만성피로, 신장 기능의 이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고기를 많이 먹은 다음날 머리가 더 무거운 것도 그 까닭이라는 것.
반면 채식을 실천하면 몸이 달라짐은 물론 삶에 대한 마음의 자세도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그것이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논리를 편다.
기자는 지난해 11월 스스로 채식을 실천해봄으로써 채식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인체 유해독소가 과연 채식을 할 경우 정화되는 것인지, 또 마음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 등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객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가 하는 점. 육식을 한 후 혈액을 채취하면 피가 혼탁하다거나 채식을 실천하면 피가 깨끗해진다는 등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해도, 채식주의자들이 강조하는 독소정화효과 같은 것은 어떻게 측정할까.
그런 고민중에 64유전체질을 주장하는 서울 도곡동의 무극한의원 부설 MRT 클리닉에서 생체정보를 진단, 분석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클리닉에서는 ‘파동(기 정보) 분석기’라는 특수한 컴퓨터 장치(MRT-OM21)를 통해 유전체질은 물론 인체내 유해독소 검사 등 특별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검진 시스템을 개발한 백태종씨(생명정보기술연구소장)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64유전체질론을 제기한 장본인. 자연계의 모든 물질과 생명체는 각기 고유의 파동(波動)을 방출하고 있으며, 이 파동을 정밀하게 분석해보면 그 생체정보를 파악해낼 수 있다는 게 백소장의 주장이다. 또 사람의 경우 머리카락, 소변, 분비물 등에서 나오는 파동(기 정보)을 파동분석기로 분석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모든 사람의 생체정보는 예외없이 64가지의 유전체질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
기자는 채식을 실천하기 전 파동분석기로 기자의 생체정보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머리카락 몇가닥을 떼내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64유전체질 중 ‘----++형’. 이제마의 사상의학으로 따지자면 간장이 강하고 폐장이 허한(肝實肺虛) 태음인에 가까운 유형. 권도원 박사의 8체질의학 이론에 따르면 육식을 즐겨도 괜찮은 체질이기도 하다.
파동분석기에 의한 검진은 몇가지 흥미로운 분석 결과도 보여주고 있었다. 인체에서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수치화한 항목에서는 17이라는 지수가 나왔다. 21이 최대값인 면역력 항목에서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면역력 수치는 17∼18. 이보다 수치가 올라갈수록 면역력이 강하다는 뜻이 된다.
다음은 독소 조항. 이 역시 최대값은 21로 면역력 지수와는 달리 독소 지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머리카락 검진 결과는 20. 보통 사람들에서 측정되는 수치(17∼19)보다 높게 나왔다. 그만큼 몸의 오염도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마지막으로 사상의학 중 태음인에 해당하는 체질이 현재 상태에서 치료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태음증(太陰症) 항목. 태음인이 몸이 건강한 상태에 있을 경우 태음증 지수는 보통 16. 그런데 검진 결과는 19로 나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파동분석기는 기자의 몸이 독소로 많이 오염되었으며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3일간의 단식 백태종 생명기술연구소장은 기자의 독소 수치가 높으므로 채식요법에 들어가기 전에 정화요법을 통해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몸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채식요법을 할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1년 정도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면, 독소정화요법을 거친 후 채식을 실천하면 단 2∼3개월 내에도 몸의 반응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뚜렷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먼저 3일간의 단식과 함께 독소정화요법을 집중적으로 실천할 것을 권했다. 평생 단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기자로서는 당황스러웠으나, 그간 함부로 굴려온 몸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몸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단식을 할 경우 물 이외 일체 먹는 것이 없다. 그런데 MRT클리닉에서는 단식중에 세포내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백소(白素)와 백소 성분이 전신에 퍼져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한편 몸속에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적소(赤素)를 음용하라고 처방했다. 백소는 소금성분이 어느 정도 있는 듯 약간 짭찌레한 맛을 내는 액체이고, 적소는 유기농 포도 등을 원료로 삼아 발효시킨 듯한 액체다. 끼니를 때우듯 하루 3회씩 백소와 적소 1병씩을 음용하라는 것이었다.
백소장은 이렇게 할 경우 배고픔을 못 느낄 정도로 단식을 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 과정에 몸속에 있는 독소 성분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소 배출은 사람마다 다른데, 설사로 나오기도 하며 구토로 배출되기도 하며 피부에 두드러기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기자로서는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단식 일정을 토·일·월요일 3일로 잡았다.
단식 1일째, 약간 배고픔을 느낄 정도였지만 백소와 적소를 마시는 것으로 견딜 만했다. 그러나 이를 마시기만 하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설사 형식으로 몸속에서 무언가가 쓸려나갔다. 매번 설사를 하면 몸이 탈진하기 십상. 그런데 설사를 한 후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식 2일째, 식구들이 식사할 때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지만 꾹 참았다. 대신 물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물을 마실 때는 백소·적소를 마실 때와는 달리 설사 같은 것이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단식 3일째, 어느 정도 단식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의 배고픔은 충분히 견딜 만하고, 앞으로 4일을 더 채워 일주일 단식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부터 설사 외에 몸 이곳저곳에서 두드러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증상은 이후 채식을 하는 동안에도 간간히 발생했다. 재미있는 것은 가슴에 생긴 두드러기가 그 다음날이면 없어졌다가 다시 등에서 돋아나는 등 온몸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두드러기가 생겼다가 없어졌다가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이도 정화현상 중 하나로 보아야 하는 건지….
아무튼 ‘무사히’ 3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채식요법에 들어갔다. 물론 이때도 백소와 적소를 같이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때때로 발효건조된 효소(생약)로 목욕을 하는 효소욕도 실천했다. 1주일이 지나면서부터는 백소와 적소를 마셔도 더 이상 설사 같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백소장은 단식을 시작한 이후 15일이 지나면 눈에 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때 생체정보를 분석해보자고 말했다. 드디어 지난해 11월28일, 보름 일정의 독소정화요법을 마치고 기자의 모발로 그간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해보기로 했다.
면역력 수치는 1이 올라간 18로 매우 양호한 건강상태로 나타났다. 수치가 너무 높아 우려가 될 정도였던 독소 수치는 20에서 18로 떨어져 안정적이 됐다. 그리고 태음증 수치도 19에서 17로 떨어져 이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냈다.
보통의 경우라면 보름간의 독소정화요법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채식요법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기자의 경우는 짧은 기간내에 몸속 변화를 확실히 파악해보기 위해 보름간 더 채식요법과 함께 독소정화요법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이제는 백소와 적소를 음용해도 더 이상 설사, 두드러기 같은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채식요법을 하는 과정에서도 잘못 섭취한 음식이 있을 경우 바로 변으로 배출되는 등 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것이 자연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했는데 백소와 적소를 마시면 배출되기도 했다.
공격적 성향 줄어들다 놀랄 만한 변화는 또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코가 냄새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식구나 직장 동료들이 느끼지 못하는 마늘, 파 같은 자극성 식품의 냄새가 꺼려졌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몸에서 마늘냄새를 맡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그래서 김치류도 너무 맵고 짠 것은 저절로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외부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 혹은 성격이 줄어든다는 느낌이었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식문화는 폭력을 부추기는 반면 채식문화는 평화를 지향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럴 듯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채식을 하다보니까 몸이 부대낄 정도는 아니지만 힘을 쓰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줄어든 듯했다. 아무래도 육류에서 공급되던 단백질 에너지가 부족하다보니 그만큼 힘이 약화돼 폭력적 성향도 줄어들 터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폭력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채식주의자들의 모임인 푸른생명한국채식연합의 서울·경기 지역 대표 이광조씨의 말.
“혼자 채식할 땐 나만의 경험인 줄 알았는데 채식모임에 참여하면서 채식으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게 됐다는 공통된 체험담을 자주 듣곤 한다. 채식은 자연생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자연을 받아들일 때 한 사람의 몸이 달라지고 마음이 변하기 시작하며, 그 개인들이 모이면 결국엔 우리 사회도 바뀌어나갈 것이다. 그만큼 육식사회의 욕망과 폭력은 줄어들 것이다.”
아무튼 단식과 채식을 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기자의 몸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머리카락 검사 결과에서도 면역력이 19로 보통의 정상인보다 훨씬 높은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독소 수치는 17로 정상수준으로 내려가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기자는 이후 독소정화요법은 마감하고 채식요법만 실천해나갔다. 그리고 모두 두 달간의 채식 체험 후 공식적으로는 채식요법 포기를 선언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류를 먹는 자리를 마냥 피한다는 것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고, 주위의 시선도 ‘너무 튄다’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고기를 먹는 자리에서 육류에 손이 잘 가지는 않았다.
몸무게도 현격하게 줄어들어 10년 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힘이 좀 약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꾸준히 실천하면 지구력 면에서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고 주장하지만 기자는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생선류에서 단백질을 좀더 섭취하자는 것이다.
암유전체질은 채식해야 기자의 채식요법을 도와준 백태종 소장은 육류 섭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안기자의 체질은 육류를 섭취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체질이다. 쇠고기를 파동분석기로 측정해보면 태음인 계통의 유전체질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나므로 쇠고기와 궁합이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요즘의 육류는 생산·유통·조리 과정에 항생제 등 여러 유해성 물질이 첨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파동분석기의 독성 검사결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그래서 암환자처럼 유해 자극원이 중요하게 관련되는 환자들의 질병 치유에서는 육류 섭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백소장은 64유전체질 중 암에 민감하게 변하는 8가지 체질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체질은 매우 순수한 체질유형이어서 오염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암 발생 위험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므로 철저한 식이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극한의원 MRT클리닉에서는 2000여 명의 암환자 임상자료들을 갖고 있다. 암환자들의 머리카락을 파동분석기로 분석해보면 정확히 64체질 중 8종류의 체질유형에서만 암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들 체질은 선천적으로 매우 과민하기 때문에 다른 체질들과는 달리 주위 환경, 스트레스 등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순수체질들은 유해독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백소장은 따라서 8종류의 순수체질로 나오는 사람들은 암 발생 위험률이 높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오염된 환경에서 벗어나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 사례를 보자. 병원에서 암환자로 진단받은 김모씨(55)는 유전체질 검사에서도 8종류의 순수체질 중 하나(+---+- 유형)로 분석된다. 그의 부친 역시 방광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다. 김씨는 2000년 12월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던중 지난해 11월 이 클리닉을 찾았다. 파동분석기로 김씨의 머리카락을 검사한 결과 염색체 이상 수치가 19로 나왔다. 염색체 검사상 수치가 18 이상 나타나면(최고 수치는 21) 몸에 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백소장의 설명. 독소 수치도 20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경북 문경에서 채식 위주의 무공해 식품을 섭취하는 등 요양생활을 하면서 정화요법을 받았다. 기자가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 결과 2001년 12월 보름간의 1차 정화요법을 받았더니 염색체 이상 수치는 18로 떨어졌고 독소 수치도 20에서 18로 떨어졌다.
그후 김씨는 항암치료와 같은 양방치료를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식이요법과 정화요법을 병행한 결과 2002년 1월25일 검사에서는 염색체 이상 수치가 16으로 떨어졌다. 16이라는 수치는 암세포가 더 이상 몸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독소 수치는 17, 면역력 수치는 19로 일반인의 기준에 비해서도 양호한 검사가 나왔다. 김씨는 식이요법과 정화요법을 실천하면서 “내 몸이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치유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밝혔다.
백태종 소장은 순수체질의 경우 자신의 몸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병원 검사에서는 특별한 병명이 나오지 않은 수가 많다고 말한다. 정모(42·여)씨가 그 경우. 유전체질 검사상 순수체질로 진단된 정씨는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할 정도로 피곤하고 경추와 흉추 부위에 심각한 통증을 느끼고 피부 알레르기 증상을 앓고 있었다. 정씨 역시 순수체질로 진단돼 채식 위주의 식이요법과 정화요법을 받은 결과 몸이 무척 맑아졌다고 말한다. 얼굴 피부가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져 주위 여성들로부터 그 비법이 뭐냐고 물어올 정도라는 것.
▲ 제3부 항암 식이요법 지침 64 유전체질 분류법으로 순수체질에 해당하는 암환자들의 경우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다른 암치료 전문가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말기암 치료 전문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 오당한의원의 박치완 원장은 숱한 임상 결과 채식위주의 식이요법을 해온 말기암환자들의 경우 최소한 큰 고통 없이 사망한 반면 육식위주로 식습관을 가져온 환자들은 사망 때까지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한다. 박원장의 보충 설명.
“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들의 경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 초기에는 고단백의 영양소를 섭취해도 되지만, 암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장기전으로 돌입할 때는 채식위주의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암세포는 인체에서 독을 만들어내는데, 이 암독(癌毒)이 배출될 때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암환자들은 통증을 줄이려면 암세포가 좋아하는 독성물질을 피해야 하며, 암세포가 싫어하는 자연식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 면역약침요법으로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오당한의원에서는 식이요법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다음은 유방암 환자로 오당한의원에서 면역약침요법과 함께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 치료에 성공한 이영옥씨(교사)의 경험담.
“나는 단지 암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 실천해야 할 자세로 식이요법을 실천했다. 매끼 무농약 유기농으로 재배한 현미잡곡밥을 100번씩 씹어 먹고, 섬유질이 많은 무농약 생야채도 한끼에 5가지 이상을 구해 30번 이상 씹어먹는 습관을 들였다. 이것은 말이 쉽지 그대로 지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굳은 결심으로 실제로 100까지 수를 세어가며 습관을 들였다. 그랬을 때 현미잡곱의 쌀눈까지 씹혀 영향을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었고 소화도 잘됐다. 현미식은 처음에 깔깔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듯하지만, 100번씩 씹어 먹는 것에 익숙해지면 구수하고 감칠 맛이 돌아 기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
항암물질이 많이 있다는 된장찌개와 콩은 또 별도로 먹었고, 김·미역·다시마 등 청정 해조류도 매일 먹으려 애썼다. 김치는 되도록 덜 맵게 하고 죽염으로 담근 것만 먹었다. 과일도 무농약이나 저농약 제품을 구입해 먹었고, 저농약제품은 활성탄 소독을 거친 후 껍질째 먹었다. 그리고 효소차를 만들어 하루 2ℓ이상 마셨다. 대신 동물성에 해당하는 것은 육류는 물론 흰살 생선도 피했고, 우유 제품 및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낸 음식도 절대 먹지 않았다.”
이씨의 식이요법은 철저히 오염된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 심지어 집안에서 일체의 화학제제가 첨가된 것도 없애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씨는 생활 바꾸기나 항암 식이요법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씨는 이 같은 식이요법을 실천하면서 오당한의원의 면역약침요법을 받아왔다. 치료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이씨는 몸속에 있던 종양이 고름으로 모두 쏟아져 나왔다. 병원 검사에서도 종양 덩어리가 없어진 것으로 나왔고 피검사에서 활동성 암을 나타내는 IAP 검사까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씨는 암이 완쾌된 현재도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생활이 옛날로 돌아가면 체질도 옛날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라는 것. 이씨는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개조됐는데, 성격이라는 것도 식생활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78대 22의 법칙 그런데 과연 식이요법으로 암을 극복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최근 ‘희망을 주는 암치료법’(산보출판사)으로 호평을 받아 증보판까지 출간한 암전문의 장석원 박사(서울내과 원장)는 항암 식이요법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은 식이요법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한가, 식이요법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장박사는 먼저 식이요법으로 암예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암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할 때 암 유발 요인의 3분의 1 이상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는 식생활 개선으로 암을 100% 예방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올바른 식습관을 지킬 경우 최소 3분의 1 이상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에 함유된 항암물질이 암을 일으키는 여러 과정을 차단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박사는 식이요법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암을 고치는 것으로 알려진 식이요법은 없다는 것. 대신 항암물질이 풍부한 식이요법을 적절히 이용하면 암의 진행을 늦추거나 정지시키는 등의 효과는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장박사는 또 암환자들이 식이요법을 실천할 때 몇가지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균형잡힌 식생활인데, ‘대자연의 법칙’인 78대 22의 법칙을 강조한다.
“정사각형의 면적을 100이라 할 때 정사각형에 내접하는 원의 면적은 약 78이고 나머지 면적은 약 22이다. 78대 22의 법칙은 여러 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공기를 분석해보면 질소가 78%이고 산소(21%)와 기타를 합쳐 22%다. 우리 인체에 흐르는 혈액도 80% 가량은 물이며, 나머지 20%(단백질 18%, 기타 2%)의 비율이다. 마찬가지로 식이요법에도 78대 22의 법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즉 탄수화물 80%에 나머지 20%(단백질 10%, 지방 10%)의 비율로 식단을 짜는 것이다.”
이는 탄수화물, 즉 곡류 및 전분류가 풍부한 잡곡밥을 먹는 것이 항암 식이요법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는 가공하지 않은 곡물류의 경우 섬유질이 풍부해 장내의 발암물질을 비롯해 중금속,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담즙산 등을 흡착하여 변으로 배설시켜주기 때문이다. 또 이런 곡물류에는 비타민 B군의 여러 비타민 및 비타민 E를 비롯해 칼슘, 칼륨, 망간, 셀레늄,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을 한다.
단백질 섭취 논란 이렇게 80% 정도를 잡곡밥에서 구한 후 단백질과 지방은 주로 식물성으로 해서 각각 10%를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단백질 부분. 단백질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유지 보수하며, 면역물질을 만드는 기본 원료가 되므로 특히 암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러나 암환자의 경우는 수술후 회복기나 항암치료 혹은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또는 영양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게 장박사의 설명이다. 즉 암환자들은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해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그 여분은 에너지원, 즉 연료로 이용된다. 그런데 단백질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연료이므로 우리 인체가 단백질을 분해하는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이는 곧 치유를 위해 쓰여야 할 에너지가 엉뚱하게 사용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육류에 있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동물성 지방과 붉은 살코기에 함유된 과다 철분이 암세포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문제점도 있다. 암환자들이 육류를 과다하게 먹을 경우 암이 좋아하는 환경인, 혈액과 체액의 산성화 경향을 불러일으킨다. 또 육류는 식물성 식품에 비해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커서 소화기관이 쉽게 피로해지고 혈액을 탁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기력회복이 급선무인 암환자나 고단백 식이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는 지금까지 마땅히 권장해줄 만한 식품이 없었다. 고단백이라 할 경우 주로 동물성 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상품화된 단백질 보충용 식품도 모두 동물성 성분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충분히 단백질을 보충할 만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고단백질을 섭취하고 싶어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런데 이들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얼마 전 국내에 처음으로 순수식물성 대두(大豆) 단백질로만 조성된 특수영양식품이 출시됐다. 일본에서도 최근에 개발된 이 제품은 국내의 M사가 수입해 ‘미네랄바란스 프로테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학병원 영양실과 고단백 식이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식약청으로 수입 판매 허가를 받아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암과 관련한 지방질 섭취의 경우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나쁜 지방’이 문제가 된다. 암환자의 경우 좋은 지방은 필요한 대신 나쁜 지방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즉 동물성 지방(포화지방산)을 피하고 식물성 기름(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단 불포화지방산은 산화돼 질병의 원인인 과산화지질로 변화되기 쉽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항산화제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아무튼 지방질 섭취의 경우 전체 칼로리 중 1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박사는 오키나와 장수촌은 소식(小食)으로 유명한데, 그들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지방섭취를 억제하기 위한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푹 삶아서 기름을 거의 다 뺀 다음 먹으며, 먹을 때도 미역 등 해초류와 함께 섭취함으로써 지방질 흡수를 억제시킨다는 것이다.
장박사는 또 암환자들이 항암 식이요법을 할 경우 하루에 필요한 총 칼로리의 80%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인 사람이 하루 활동하는데 필요한 총칼로리는 1872kcal (60kg×24×1.3)이지만 암환자의 경우 그 80%인 약 1500kcal가 적당하다는 것.
“하루 필요량보다 열량을 적게 섭취했을 때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사실은 이미 동물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암환자의 경우에도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가 지나치면 암세포가 줄어들지 않고 커질 수 있는데, 이는 과잉 섭취 칼로리가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의 노화와 암세포 발생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떠한 경우라도 하루 총 칼로리를 1000kcal 이하로 해서는 안된다. 이 이하의 칼로리 양에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기 어렵고, 우리 몸이 저칼로리 섭취에 대응하기 위해 복잡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 오히려 암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활성산소와 비타민 과연 활성산소란 무엇인가. 장석원 박사는 인간을 비롯해 산소를 소비하는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강한 독성을 지닌 활성산소(산소라디칼 혹은 유해산소)가 생성되며, 이것이 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노화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현대의학계에서는 ‘체내에 쌓인 배기가스 같은 존재’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물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의학계가 밝혀낸 항산화 물질로는 효소성 항산화계와 비효소성 항산화계가 있다. 효소성 항산화계의 대표적인 것으로 SOD가 있다. 이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귀중한 효소인데, 부족할 경우 외부에서 약으로 만들어 쓸 수 없다. 분자량이 3만 이상의 고분자이므로 장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 따라서 식물이 만들어내는 SOD 유사물질인 폴리페놀 또는 플라보노이드 등을 이용해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다. 녹차나 보리 및 현미의 발아에 많이 있는 이들 물질은 분자량이 작아 우리 몸에 충분히 흡수될 수 있다.
비효소성 항산화계로는 저분자 항산화비타민(비타민 A, C, E)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비타민 A, C, E는 이미 암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도 비타민 C, E, 베타 카로틴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오렌지, 토마토, 시금치 등 녹황색 야채에 들어 있는 베타 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변해 항산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피부 미용에 좋고 혈액이 맑아지는 것도 그 속에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암환자의 경우 인체에서는 만들 수 없는 이들 항산화제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 걸까. 다음은 장박사가 병원을 찾아오는 암환자들을 상대로 처방하는 항산화제 섭취 방법이다.
첫째, 매일 최소한 5가지의 신선한 야채를 먹는다. 이때 꼭 들어가야 할 것은 진한 녹색야채, 황색이나 붉은 야채,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유채류다. 둘째 매일 최소한 색이 다른 5가지의 과일을 섭취한다. 둘째, 과일이나 야채를 통해 저분자 항산화제를 보충할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항산화제를 따로 복용하려면 비타민C는 하루 1g, 비타민E는 하루 100∼1500IU, 베타 카로틴은 하루 25mg을 처방한다. 장박사의 보충 설명.
“이들 비타민제는 하루에 한번 먹는 것보다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에 나누어 식사 때마다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암환자들은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영양소를 복용하더라도 물을 충분히 먹지 않을 경우 세포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들 반대로 장박사는 암환자가 피해야 할 5가지로 술, 지방, 고칼로리 음식, 육류(붉은 살코기), 철분(남성의 경우)을 꼽는다. 이들 음식이 대부분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중 붉은 살코기에 대한 장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육류는 먹이사슬의 높은 곳에 위치하므로 발암물질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더 많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또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성장호르몬, 항생제 등이 투여돼 독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정상인의 경우는 이를 극복해낼 수 있지만, 암환자의 경우 암세포가 더욱 쉽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류, 특히 쇠고기 같은 적색육(赤色肉)을 많이 먹는 사람은 식도암과 위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온 바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매리 워드 박사는 영양학 전문지인 ‘임상영양학’ 신년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육류가 많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사람은 균형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식도암 발생 위험이 3.5배, 위암은 2배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적색육을 줄이고 과일과 야채를 좀더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는 한국인보다 육류 섭취 비중이 높은 미국인의 경우지만 참고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장박사는 항암 식이요법은 전체를 한꺼번에 시행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부분적이라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꾸준히 매일 해야 암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항암 식이요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때 중단할 경우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며 암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시행하면 그만큼의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식이요법이다.”
서양의학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물을 당신의 의사 또는 약으로 삼으라.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2400여 전에 그가 한 말은 21세기에 접어든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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