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랫만에 올립니다</p><p>이번엔 화장품을 구매했던 이야기입니다</p><p>오늘도 한껏 꾸며입고 길을 나섭니다</p><p>언제나처럼 흰 블라우스에 검정 미니스커트</p><p>커피색스타킹에 7센티 펌프스를 신었어요</p><p>화장은 컴팩트파우더에 마스카라</p><p>립스틱이 전부였지요</p><p>화장지식이 거의 없던 시기였거든요</p><p>거의 일주일에 두세번씩 업을 하다보니</p><p>컴팩트파우더가 다 떨어졌어요</p><p>처음에는 컴팩트파우더만 살 생각으로</p><p>들어갔어요</p><p>화장품은 마트처럼 들어가서 그냥 집어서</p><p>계산만 하고 나오는게 아니고 이런저런</p><p>얘기를 해야하다보니 처음부터 시디라고</p><p>고백을 하고 시작해야 되요</p><p> </p><p>사실 화장품가게도 어디로 가야하나</p><p>고민이 많았어요</p><p>브랜드화장품가게는 손님도 많고</p><p>젊은 직원이 응대해서 자신이 없었어요</p><p>그래서 만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p><p>시장통입구에서 나이많은 아줌마 상대로</p><p>판매하는 조그만 화장품가게가 눈에</p><p>들어옵니다</p><p> </p><p>가만히 지켜보니 손님도 거의 없네요</p><p>저녁 7시쯤에는 아예 없네요</p><p>아무래도 여자들은 집에 가서 저녁준비를</p><p>해야하니 손님이 없는것 같았어요</p><p>조심스레 문을 엽니다</p><p>문에 걸려있는 풍경이 '땡그랑' 소리를 내네요</p><p>엄청 크게 들립니다</p><p>그만큼 제가 쫄아있다는 증거이겠죠</p><p>업은 용기인듯 싶어요</p><p>주인언니가 뒤돌아보며 저를 보고 '어서 오세요'</p><p>인사하네요</p><p>저는 가볍게 목례만 하고 이리저리 둘러봅니다</p><p>'찾고 계신게 있나요?'</p><p>잠깐 침묵하다가 용기내서 힘들게 말을 꺼냅니다</p><p>'저 사실은 제가 여자가 아니고</p><p>트랜스젠더예요'</p><p>시디라고 얘기하면 또 설명을 해야해서</p><p>누구나 아는 트랜스젠더라고 둘러댑니다</p><p>'아! 그러세요'</p><p>둘다 잠시 말이 없네요</p><p>가장 어색한 시간이지요</p><p>2~30초가 지나면 상대방의 반응이 나옵니다</p><p>웬지 불편하고 경계하는 눈치면 그냥</p><p>나갈려고 했는데 이 언니는 호기심을</p><p>보이네요</p><p>' 뭐가 필요해서 오셨나요?'</p><p>살짝 웃으면서 물어보네요</p><p>긴장했던 제 마음도 풀립니다</p><p>'네 컴팩트를 다 써서요. 컴팩트 사러 왔어요'</p><p>'기존에 쓰시던게 어떤거죠?'</p><p>저에게 되묻네요</p><p>저는 제 핸드백에서 컴팩트를 꺼내서</p><p>보여줍니다</p><p>'21호네요 손님 얼굴색하고 잘 맞는걸</p><p>쓰셨네요'</p><p>하면서 뒤로 돌더니 두세가지 컴팩트를</p><p>늘어놓네요</p><p>그리고 하나하나 설명합니다</p><p>자세히 들어보니 중저가 브랜드꺼로</p><p>권장을 하네요</p><p>전 그중에 하나를 골랐어요</p><p>그리고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을 했어요</p><p>'언니'</p><p>자연스레 언니가 나오네요</p><p>'컴팩트 바르면 자꾸 떠요</p><p>안뜨게 할려면 어떻해야 되요?'</p><p>'아! 그건 기초를 안하고 파우더를</p><p>발라서 그래요 비비를 먼저 바르면</p><p>파우더가 훨씬 잘 먹어요'</p><p>하면서 비비크림을 하나 보여줍니다</p><p>그리고 어설프게 화장한 제 얼굴이</p><p>안타까운지 컨설팅에 들어가네요</p><p>그날 아이라이너, 아이쉐도우,</p><p>립브로쉬, 아이브로우등</p><p>여러가지 설명도 듣고 구매도 했어요</p><p>역시 전문가라 틀리네요</p><p>아무래도 남자 얼굴이다보니 선이</p><p>굵고 강해보이잖아요</p><p>이걸 부드럽게 보이는 화장법을 쉽게</p><p>설명해 주시네요</p><p>눈화장이 중요한걸 이날 알았어요</p><p>언니가 도와쥐서 화장을 다시하고</p><p>속눈썹까지 붙였더니 그동안 제가</p><p>했던 화장은 정말 부끄러울 정도였어요</p><p>내친김에 매니큐어도 두개정도 샀어요</p><p>'언니 페디큐어도 따로 파나요?'</p><p>'페디큐어는 따로 없고 매니큐어 바르면</p><p>되요'</p><p>전 이때다 싶어 제 발을 보여줬어요</p><p>'페디큐어 바른게 스타킹신고도 보이려면</p><p>어떤거 발라야 되요?'</p><p>오늘 신은 스타킹은 군제 사브리나 쿨스타킹</p><p>이예요. 이 스타킹은 팁토 덧댄부분이</p><p>없어서 발가락이 잘 비치는 거예요</p><p>제 발을 보더니</p><p>'이 색이 좋겠는데...'하면서 흰색 매니큐어를</p><p>권하네요</p><p>'한 번 발라봐요. 아 참! 스타킹 신었지'</p><p>'네 팬티스타킹이라 지금은 안되겠네요</p><p>집에가서 발라볼께요'</p><p> </p><p>여긴 제 단골이 됬어요</p><p>앞서 올렸던 란제리가게랑도 아주</p><p>가깝구요</p><p>립스틱이 다 떨어져가요</p><p>마스크를 써도 립스틱은 꼭 발라야 하니까요</p><p>조만간 언니만나러 가야할것 갔습니다</p><p> </p><p> </p><p> </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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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는 두근거림이 생각날 정도로 생생한 묘사력이시네여. 전 남자 모습으로 그냥 들어가 아내꺼 사는 척 하며 구입을 하곤 했는데, 메이크업은 남자가 사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 매니큐어 정도만 샀던 기억이... 지금은 그냥 인터넷으로 구입해여.... ^^
첫댓글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도 예전에 초창기 그렇게 망설이면서 하나 하나 접해가던 시절....
첫 숫깔 뜬다는게 어렵지 지나고 나면 왜 진작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답니다...^^
네 처음이 힘들지 그 관문만 벗어나면 의외로 일사천리...
언니들 응원합니다
맞아요, ^^
눈화장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생생한 '현장 적응' 정보 잘 표현하셨네요. (*-*)
힐링하셔요.
정말 좋은 단골가게를 만드셨네요
잘 뚫으셨네요. 편한 가게가 참 소중하죠~~
제가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는 두근거림이 생각날 정도로 생생한 묘사력이시네여.
전 남자 모습으로 그냥 들어가 아내꺼 사는 척 하며 구입을 하곤 했는데, 메이크업은 남자가 사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 매니큐어 정도만 샀던 기억이...
지금은 그냥 인터넷으로 구입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