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ㆍ중 톱랭커 대결에서 커제 9단을 꺾은 한국 1위 신진서 9단. 올해 승률 90%에 복귀하는 승리가 됐다.
2020 중국갑조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불계승
올 현재 72승8패… 초유의 90% 도전 이어가
한국 1위 신진서 9단이 중국 1위 커제 9단을 꺾었다. 신진서 9단은 13일 오후 한국과 중국의 대국장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벌인 2020 중국갑조리그 정규시즌 최종 15라운드에서 커제 9단에게 불계승했다.
한ㆍ중 톱랭커 간의 대결이었고, 지난달의 삼성화재배 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였다. 한 달 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신진서 9단은 불의의 '터치패드 사고'로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우승컵을 놓친 바 있다.
'승률 90%'를 향해서도 놓칠 수 없는 일전이었다. 이 승리로 신진서 9단은 올해 전적 72승8패로 정확히 90% 승률에 복귀했다. 1988년에 이창호 9단이 세운 연간 최고 승률 기록인 88.235%(75승10패)를 넘어 초유의 90% 승률에 도전하고 있는 신진서 9단이다.
▲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바둑판의 중원이 하얗게 뒤덥혔다. 백1로 크게 넓혔을 때 커제 9단의 흑2는 무리. 신진서 9단이 백3부터 공세를 취하며 일거에 승세를 잡았다.
전인미답의 90%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올해 남겨두고 있는 대국을 모두 이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예정된 대국은 KB바둑리그(한국리그) 두 판, 중국갑조리그의 포스트시즌이다.
중국리그 포스트시즌은 최대 네 판까지 둔다. 도합 여섯 판을 전승할 경우 78승8패, 90.698%가 된다. 한 판이라도 놓치면 회복할 판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90%와도 이별한다.
▲ 신진서 9단의 2020 갑조리그 정규시즌 전적은 11승2패, 이 중 주장전에서 10승2패를 올렸다.
커제 9단에게 패할 시 90% 달성이 영영 무산되는 승부에서 신진서 9단은 중반 들어 열세에 놓였으나 광활한 세력으로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바둑판 위에 백설(백돌)로 뒤덮혔다.
형세판단에 착오가 있었는지 커제 9단은 가볍게 두지 못했다. 무리하게 침입하고 판단미스를 범한 것이 패인에 직결됐다. 급소 자리를 못 찾으면서 흔들렸고, 자멸한 느낌도 주었다.
개시 3시간 32분, 170수 만의 종국. 커제 9단을 꼼짝 못하게 만든 통쾌한 '한판승'이었다. 각자 2시간 중에서 남긴 시간은 신진서 9단이 8분 20초, 커제 9단이 19분 38초. 상대전적은 4승10패가 됐다.
▲ 커제 9단은 주장전에만 나와서 11승4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 신진서 9단의 90% 승률은 중국리그를 포함해 전부 본선 이상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가치가 더 높다.
▲ 신진서에게 패하기 전까지 지난 2월부터 한국 기사들을 상대로 14연승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