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구 구심점 역할 해온 북한학과 폐지? 시대 흐름에 어긋나”. 2011년 위클리서울ㅣ남북교육연구소 240329

[이병호]

『통일논쟁 12가지 쟁점, 새로운 모색』(한울아카데미, 2015)을 읽던 중,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가 어떤 사람인가 검색하다 이 기사를 발견하고 공유한다. 인터뷰한 사람은 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이다.

  동국대 북한학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학부, 석사, 박사과정이 모두 운영되는 대학의 학과이다. 이명박 정부때 폐과의 위기에 처했지만 잘 극복했지만, 향후 이 학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며 모쪼록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을 이루는 데에 이론적, 실제적 측면에서 계속 큰 기여가 있길 기원한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 한국통일교육학회 부회장

원문보기 : “북한 연구 구심점 역할 해온 북한학과 폐지? 시대 흐름에 어긋나” - 위클리서울 (weeklyseoul.net)

“북한 연구 구심점 역할 해온 북한학과 폐지? 시대 흐름에 어긋나” - 위클리서울

<시국진단 연속인터뷰> 박순성 동국대 교수-1

동국대 국내 최초 개설 구조조정으로 학과 폐지 방침 논란
분단이 가져다주는 억압, 젊은 세대 주축 북한 연구 계속돼야
국민들 무의식적 압박과 상실감, 정치권 툭하면 ‘빨갱이’ 치부”
현정권, 북한과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이해의 실패 이어져와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 21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경제학 박사)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동국대가 최근 북한학과 구조조정 문제로 몸살앓이 중이다. ‘국내 최초 북한학과’라는 수식도 무색해졌다. 박순성 교수는 “북한 연구는 긴 세대를 걸쳐 방대하게 진행돼 왔다. 그리고 북한학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국민들 마음 깊은 곳에는 불안감, 콤플렉스가 있다. 이게 분단이 가져다주는 억압이고, 완전하지 못한 정체성에 대한 무의식적 상실감”이라며 “고로 북한학과 폐지는 시대의 흐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북한체제에 대한 이해의 실패,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이해의 실패가 이어져왔다. 통일한국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모두에게 좋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한?미 관계를 극단으로 해서 중국에게 경계 받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중국이나 미국 한쪽으로 기울어져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순성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동국대 북한학과는 언제 어떻게 개설됐나. ‘국내 최초’ 북한학과라고 하는데.
▲ 알다시피 동국대는 민족사학이다. 민족사학으로서 북한학과를 개설하고 키워보자는 입장에서 관심을 가졌고 94년에 학과가 생겼다.
    
- 학계 내에서나 대외적으로나 북한학과는 그동안 어떤 업적을 남겼나.  
▲ 북한연구학회라는 게 있다. 지금은 퇴임한 동국대 강성윤 교수가 초대회장이었다. 이 학회는 북한 연구에 있어 학계 소장파부터 원로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는 학회다. 정치학, 예술, 과학 등 대부분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학회다. 동국대와 북한대학원대학교(경남대학교)가 북한학과 관련 주요 메카이다 보니 주로 이 학교들에서 학회가 열린다.

  북한학과는 94년에 개설됐지만, 유사한 북한 연구는 개설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북한 연구 1세대들은 50~60년대에 사회주의 체제와 탈자본주의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민족주의에 관심 있는 정치학, 사회학 등의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었다. 이땐 이데올로기적으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68년 정부 주도의 북한 연구가 시작됐다. 국토통일원(통일부의 전신)이 생겼다. 북한 연구가 본격화 됐다. 북한의 주요 자료, 통계자료 등을 모았다. 이런 연구를 쭉 하던 분들이 있었다. 이들을 소위 북한 연구 2세대들이라고 한다. 여기 핵심 멤버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강성윤 교수 등이다. 1세대가 공산주의 이론에 밝았다면. 2세대는 정보 분석에 탁월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이 일면서 3세대가 생긴다. 김대중 정부 때 활동하고, 노무현 정부 때 화해협력을 주도했던 분들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서동만 교수 등이 대표격이다. 통일운동 차원에서, 북한바로알기 차원에서 운동을 했다.

  4세대에는 통일부에서 91년 만든 통일연구원 소속 전문가들이 주를 이뤘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전문가들이 많이 투입됐다.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포진돼 있다. 2, 3세대와는 차이라면, 북한의 일상생활까지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3세대가 개혁 지향적이었다면, 4세대는 탈 이데올로기적이다. 기존의 친북성향 세대들과 달리 북한을 비판하기도 한다. 지금 북한 연구에 있어선 이 4세대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현대북한연구회라는 조직에 많이 모여 있다. 한편 세대간 간극을 메우는 학자들도 있다. 이를테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위원의 경우, ‘3.5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연구는 긴 세대를 걸쳐 방대하게 진행돼왔다. 그리고 북한학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들 마음 깊은 곳에는 항상 불안감과 콤플렉스가 있다. 이게 분단이 가져다주는 억압이고, 완전하지 못한 정체성에 대한 무의식적 상실감이다. 현실에 쫓겨서 못 느낄 뿐이다. 게다가 정치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여차하면 ‘빨갱이’ 소리가 나온다. 그러니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북한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    

- 정치외교학과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 일반 사람들은 북한학과를 정외과에서 분리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정외과는 북한의 정치, 남북에 있어 정치군사적인 문제만 다룬다. 반면 북한학과는 정치외교, 통일학적인 것을 지향하면서 지역학, 탈 이데올로기적인 통일 일꾼을 키운다. 다학문적이다. 북한을 독립된 주체로 보는 지역학이면서, 동시에 객관적으로 보는 지역학이 아니어서 민족학이기도 하다. 북한의 경제, 사회, 일상생활, 지리, 예술까지 다 연구한다. 그래서 커리큘럼도 정외과와 크게 차이가 나며, 교수들도 정외과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정외과로 좁혀보는 것은 이른바 북한 연구 2세대적인 사고방식이다.  
 
- 학교는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나.   
▲ 학교가 제안하는 안은 석?박사 과정에 북한학과를 두고, 학부는 연계전공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 경제는 경제학과에, 북한 외교는 정외과에, 북한 역사는 역사학과에, 북한의 언어?언론 등은 신문방송학과에 개설하자는 얘기다. 이 각각의 학과에서 강의를 5과목 이상 들으면 북한학 연계전공이라는 이수 전공 도장을 찍어준다.

  그러나 우려된다. 학교측의 북한학과 구조조정 논거가 ‘학부 때 굳이 북한의 정치, 경제 따위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 대학원 가서 하면 되지 않느냐’이다. 결국 논리적으로 충돌하지 않나. 학부의 정외과나 경제학과에 북한 정치, 북한 경제 등의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독특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학부 때부터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대학원만 살려둔다면, 향후 젊은 사람들이 석?박사 과정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관심 있는 현역 분들만 오게 된다. 반쪽자리가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 인정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과도 바뀌거나 통폐합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북한학과 폐지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논의다.    

- 북한학과 폐지안은 어떤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인가. 
▲ 2000년대 초반 학부 모집, 그러니까 사회과학부 모집으로 학생들을 받았다. 학과 정원이 40명이었다.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갈 때 학과를 정하는데 인기 많은 경제학과나 신방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학과는 10명 내외 인원이 모집됐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부에 북한학과를 둘 필요 있느냐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총장에게 처음에 큰 뜻을 가지고 만든 학과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타협에 나서서 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그 중간에 학부제에서 학과제 모집으로 형식이 바뀌었다. 2년째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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