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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캐린 홀 지음
민감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의 강점을 소개한 베스트셀러 《센서티브》의 저자 일자 샌드는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말했다. 석학의 말처럼 민감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창의력, 통찰력, 열정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대개 민감한 사람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직감적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가수 이효리는 자신이 슈퍼스타가 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 때문에 변화를 직감적으로 빠르게 눈치 채고, 트렌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경우도 있다. 30년 경력의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사인 이 책의 저자 캐린 홀은 수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Emotionally Sensitive Person)을 만나며 그들을 관찰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공감도가 매우 높고, 격렬한 감정을 남들보다 자주, 그리고 오래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지만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감정을 잘 다스린다면 민감한 기질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예민한 사람의 특징을 이해하고, 강렬한 감정을 다스리는 보편적이고도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감정기복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찾기를 바란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은 남들과 무엇이 다를까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을 열한 가지로 정리했다. 1 자연을 상당히 민감하게 느낀다, 2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3 상당히 너그럽지만 한순간 돌아선다, 4 본인의 감정과 애증관계에 놓여 있다, 5 거절에 민감하다, 6 정서적 피로를 자주 느낀다, 7 의사결정을 어려워한다, 8 직관적인 사고가 발달해 있다, 9 창의력이 뛰어나다, 10 정의감이 투철하다, 11 정체성이 흔들리곤 한다.
예민한 사람은 직감이 뛰어나고, 빅 피처를 보는 눈이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를 주도한다. 공감능력이 뛰어나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불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능력은,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확대해석하거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까 신경을 과하게 쓴 나머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부침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사소하게 신경을 거스르는 문제에 쉬이 반응하고, 상대와의 관계가 끊길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에너지를 너무 쓴 나머지 혼자 있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민감한 사람들은 자연에서 안정을 얻는다. 자연과의 유대감을 통해 소속감을 얻고 위안을 받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서적 반응성이 높은 사람과 정서적 회피라는 상반된 유형이다. 정서적 반응이 높은 사람은 대개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분노, 슬픔, 행복 등의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문제는 감정 표현이 아니라, 감정 표현 뒤에 따르는 충동이다. 예를 들어, 연인이 어떤 잘못을 했다면, 분노를 넘어서 폭언을 퍼붓는다거나 상사의 한마디가 머릿속에 맴돌면 이메일 테러를 하는 등 후에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시간이 지나 충동적으로 행동한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동을 참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감정을 차단하는 정서적 회피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저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외면한다. 과한 운동이나 과로, 과식 같은 행동으로 감정을 마비시킨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8단계 감정훈련법
앞에서도 설명했듯 민감한 사람들은 까칠하고 비사회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다만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때 문제가 일어난다. 이 문제가 당신을 피로하게 한다면 2장에서 9장에 걸쳐 나오는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8단계 감정훈련법’을 배우길 권한다.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만야 삶이 평안해지고 행복해진다.
이 책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방법부터 감정에 지배당하는 순간의 응급처치법,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4장에 나오는 마음챙김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현재의 순간을 집중하는 일인 마음챙김은 오늘날 다양한 심리치료요법에 사용되고 있다.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챙김의 첫 걸음이다. 저자는 모든 감정에 마음챙김을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마음이 크게 동요하고 감정에 지배당할 때에는 감정을 관찰하고, 수용하고, 분석하고, 기다리라 말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분노와 슬픔은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다.
<책 속으로>
정서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은 삶의 선물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감정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면 예민함을 선물로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예민한 사람들이 갖기 마련인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강렬한 기쁨, 깊은 유대감, 자연을 향한 열망 등은 당신의 삶에 의미와 만족감을 더해준다. 따라서 정서적 민감성을 삶의 선물로 느끼고 활용하려면 우리는 격렬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불편한 감정에 대처하는 건강한 방법을 익히고, 혼란과 불안 속으로 자신을 더욱 깊숙이 몰아넣는 대신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현명한 행동을 선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봐달라는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 친척들을 집에 초대하거나, 공과금을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쇼핑을 계속 하거나, 과식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함을 친다면, 당신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_10쪽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은 순도 높은 기쁨과 행복, 사랑, 흥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는 한편, 자주 불쾌한 감정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한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화를 내게 될지, 그 분노가 얼마나 지속될지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다. 차라리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길 바랄 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의 정서적 반응으로 중요한 인간관계를 망치는 것이다. 정서적 예민함으로 인해 친구를 잃거나 가족과 등을 지거나 연애 상대를 놓쳤던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 아마도 다시는 절제력을 잃지 않겠다거나 너무 섣불리 반응하지 않겠다고, 또는 그 횟수를 줄이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분노를 통제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화가 날 때면 공격성을 주체하기 어렵다. 섣불리 판단한 오해 때문에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말 그대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갈등을 두려워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상대와 오해를 푸는 것이 더욱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와 연을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몇 시간 후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 기복은 특히나 고통스럽다. 자신의 정서적 반응 때문에 친구나 주변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차라리 혼자 있는 쪽을 택한다. _27쪽
슬픔과 상처처럼 힘든 감정을 경험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행복해보이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TV 속 주인공은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쯤이면 어떤 문제든 완벽하게 해결한다. 유명한 책과 영화에서도 등장인물이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 광고에서는 좋은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면 더욱 행복해질 거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말만 따르면 분명 당신의 삶이 나아질 거라며 직장을 구해라, 줏대 있게 굴어라,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아라 등등 온갖 조언을 덧붙인다. 당신이 전전긍긍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은 쉽게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고, 당신 스스로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을 스스로 한심하게 여기거나 자신이 실패자 혹은 더 나아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저항만 커질 뿐이다. 누구나 슬프고, 외롭고, 화가 나고, 상처를 받는다. 현실의 문제란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무언가가 나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당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타인과 비교를 하거나 물질적인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더욱 끔찍한 상황으로 치달을 뿐이다. _124쪽
자신이 현재 무엇을 느끼는지 아는 것이 감정 관리에 중요한 생리학적인 근거가 있다. 뇌의 편도체는 비상사태에 맞닥뜨렸을 때 투쟁 도피 반응(긴급한 상황에서 방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신체가 보이는 흥분 및 각성 상태-옮긴이)을 지시한다. 편도체는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데 당신이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일 때 뇌에서 분석과 이성적 사고를 총괄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주도권을 잡는다. 즉, 감정을 제대로 파악할 때 뇌의 브레이크 페달이 활성화되는 것이다(Lieberman, 2006). 전전두엽 피질이 편도체에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낸 덕분에 당신은 충동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한 이름으로 분류할 때의 이점은 또 있다. 바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리네한, 1993). 가령, 분노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때가 많다. 하지만 분노라는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울감으로 잘못 분류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된다. 문제는 그대로이고, 괴로움만 커지게 될 것이란 뜻이다. 수치심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자신이 사실은 무리에서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 것뿐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더욱 멀어지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원인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슬픔을 정확히 인지한다면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이 슬픔을 느끼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원인을 알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고,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수용할 여유도 얻는다. _165~166쪽
예민한 사람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네 생각이 틀린 것 같아’,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 외에도 사람들이 당신을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며 힘들어했던 기억 때문에 사소한 비판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누군들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싶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특히나 비판을 고통스러워한다. 실제든 짐작이든,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가치 판단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무언가가 ‘좋다’는 식의 긍정적인 가치 판단마저도 문제가 되곤 한다. 무언가가 ‘좋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는 ‘나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긍정적인 가치 판단은 부정적인 가치 판단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자꾸 비교하고자 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어떤 것이든 ‘좋다’, ‘나쁘다’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번 장에서는 부정적인 가치 판단을 중점적으로 다루겠지만, 긍정적인 가치 판단 역시 갈등을 일으키는 때가 많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기 스스로의 판단은 물론 당신을 향한 타인의 판단, 타인을 향한 당신의 판단을 모두 내려놓을 때 감정의 강도는 낮아진다(리네한, 1993).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잣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판단이 아닌 사실에 집중할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추측, 왜곡된 이야기에 반응하는 안타까운 일이 줄어든다. _199쪽
저자 캐린 홀은 휴스턴에 위치한 변증법적 행동치료 센터(Dialectical Behavior Therapy)의 센터장이자 미국 경계성 성격장애 협의회(National Education Alliance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의 이사회 멤버이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아동 및 청소년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행동 및 인지치료협회(Association of Behavior and Cognitive Therapy)의 멤버이자 휴스턴의 정신건강 단체(NAMI)의 교육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The Power of Validation자기 확신의 힘(국내 미출간)》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휴스턴에 가족 치유 컨퍼런스(Healing Hearts of Families)를 창립했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팟캐스트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The Emotionally Sensitive Person〉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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