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6,22-29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뒤, 제자들은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을 보았다. 22 이튿날, 호수 건너편에 남아 있던 군중은, 그곳에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를 타고 가지 않으시고 제자들만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3 그런데 티베리아스에서 배 몇 척이, 주님께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나누어 먹이신 곳에 가까이 와 닿았다.
24 군중은 거기에 예수님도 계시지 않고 제자들도 없는 것을 알고서, 그 배들에 나누어 타고 예수님을 찾아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25 그들은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찾아내고,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2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27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28 그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2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어제는 혼배미사를 위해 서강대에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주일에는 바쁜 본당의 일정으로 잘 나가지 않는데, 몇 달 전 신랑신부의 간절한 부탁을 받아서 어제의 혼배미사 주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혼배 주례를 부탁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본당이 아니더라도 인천 내의 성당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인 서울, 그것도 성당이 아닌 대학에서 하는 혼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거리상으로도 멀다고 생각되었고, 여기에 교통 체증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저를 매우 망설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했으니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든 가야했지요.
저는 혼배미사가 12시였지만 교통 체증을 염려해서 2시간 전인 10시에 본당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요? 단 한 번의 막힘없이 30분 만에 서강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성당에서 서강대까지가 이렇게 가까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늘 서강대까지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가까웠던 것이지요. 단지 교통 체증으로 인해 멀게만 느꼈던 것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다보니 하느님 나라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멀게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차가 막혀서 서울이 먼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욕심과 이기심 등으로 우리의 마음이 꽉 막혀서 하느님께 가는 길이 멀게만 느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성당이 많아지고, 좋은 교육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질까요? 즉, 하느님 나라로 가는 도로가 넓어지면 그만큼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질까요?
도로를 넓힌다고 해서 교통체증이 없어지지는 않지요. 어제 아침처럼 차가 없을 때 교통체증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꽉 막고 있는 이기심, 욕심, 미움과 다툼 등의 부정적 마음들이 사라질 때 하느님 나라가 바로 코앞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묻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바로 내가 변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주님께로 향하지 않고서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 설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종교는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손병희).
침묵의 금기(‘백지연’, ‘뜨거운 침묵’ 중에서)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닥쳐오면 수만 마리의 물소 떼가 목숨을 건 대이동을 한다. 이때 어떤 물소가 대이동의 리더가 될까. 가장 힘 쎈 놈? 가장 빨리 달리는 놈?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방향을 잡는 능력이다. 뛰어난 후각으로 물이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곳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놈이 리더가 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결정적인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어느 때인가 수천 킬로미터를 내달려 온 물소 떼가 강을 불과 몇 킬로미터 앞두고 대형 참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물 냄새를 맡은 리더가 뒤따라오는 무리를 향해 물이 있는 곳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를 본능적으로 보내자, 이제껏 묵묵히 리더를 따라오던 물소 떼가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이다. 먼저 물을 먹으려는 충동으로 질서는 무너지고 뒤에 있던 물소들이 앞에 뛰는 물소들을 추월하며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이제 누가 물소 떼의 리더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잘 달리고 물 냄새를 잘 맡을 뿐 아니라 물 냄새를 맡고도 신호를 보내는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 침묵할 줄 아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 세상 속을 내달리며 순간순간 자신을 너무 빨리 표현하지 않는가. 침묵했어야 할 순간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 숙성되지 않은 생각으로 저지른 행동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어리석은 물소가 침묵의 금기를 깨고 신호를 보내 비극적 파행을 불러온 것처럼 말이다.
첫댓글 줄거운 월요일 이네요 나에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오늘 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렵니다
오늘하루 주님깨 모든것 맡깁니다.*^^* 행복한 한주간 되세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멘!
행복한 한주 되세요........
우린 때론 침묵을 깨고 나 잘난 맛에 하느님을 앞세우기보다 나를 앞세우고 있죠 그러다 물소 떼처럼 되지 않을까 나 자신을 돌아 보게 됩니다.
아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신부님,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하셨으니 마음을 정화하여 믿음을 더 깊게 하고..그래야만 주님께 향하는 길이 수월하고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주님께서 주신 오늘 하루도 남의 것인 듯, 알뜰하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두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주셨음에도 두개의 입과 하나의 귀로 살아갈때가 많습니다...다시금 깨우침에 감사드립니다..신부님..
감사 합니다
어제 11시 미사에 신부님이 강론하실 차례인데 보좌 신부님이 하시고 또 신부님이 어디에 가셨는지 아무 말씀도 없으셔서 무척 궁금하고 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 이 싸이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들어와 보지 못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회원 가입도 하고 이제는 신부님의 강론을 매일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쁩니다. 제 직장 동료 중에 냉담자가 있는데 요새 주보와 사잇돌지, 평화신문을 매주 갖다 주면서 회개하고 다시 주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신부님 싸이트도 알려드렸으니 더욱더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이사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단연 신부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날이흐려서 그런지 마음이 무겁네요 그래도 주님께서는 우리곁에 계시겠지요 모든이에게 평화를 빔니다
한주간 행복하세요 !
감사합니다~침묵하며 묵상하는 한주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단순해지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됩니다. 아무래도 평생 노력해야 할 부분인것 같아요. 하느님나라는 이미 와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제 탓이었어요. 제 안에 꽉 막혀있는것들, 서로서로 막고 있는 것들, 그것들을 풀어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느끼는, 은총이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서요. 요즘 뭔지모를 복잡함이 있어요. 그 복잡함도 모두 봉헌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교통체증이 젤 없는 시간이 주일 '이른' 아침인거 같아요...
그 시간의 한가함이 그립네요..
그 시간에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ㅎ;
내가 변해야 함을 다시 인식하고 노력합니다. 신부님 건강하세요.
아~멘!!
침묵.....제게 지금 필요한것일지도 모르겟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저두 오늘 침묵햇어야 햇는데... 그만 신랑한테 잔소리를 냅다 해버리고 말앗네여..ㅠ 참을수가 없어서.. 이런..
말에 대한 신중함을 깨닫고 갑니다 감사함다~
말은 좀더 신중하게 ...... 나에게 하는 말입니다 ^^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
아침마다 신부님의 소중한 멜을 받아보면서 카페에는 가뭄에 콩나듯 들리곤 했는데 서강대 혼배미사에서 신부님을 뵙는 순간 세상은 이렇게 넓고도 좁은 공간이구나 했어요. 조카 (필진)혼배미사에서 신부님을 뵙다니 신부님의 인기는 역시 대단하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뵙지 못한 아쉬움을 이곳에서 풀어봅니다. 혼배미사 때 해 주신 강론 말씀을 마음에 잘 새겨 영혼의 양식으로 삼겠습니다. 신부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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