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병술년을 뒤돌아보면서
아쉬움 가득 안고
낭송회에 참가한 분들
그분들의 프로필과 낭송작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우경-
▲ 윤제철 시인의 사회로 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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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李 建 善
꿈틀 꿈틀 불끈 불끈
보도 불록을 들추고
웬 뿌리가 이다지
용틀임을 하는가
쑤시고 일어나는
metasequoia 뿌리
식딱 식딱 씩씩
곡괭이로 파고
괭이로 찍고
톱으로 자르고
뿔난 뿌리 찢어 발린다
쭉 쭉 쭉 뻗어 올라간
메타세퀘이아 가로수
뿌리의 힘 대결 인부의 힘 대결
공원 가는 길 은행나무 잎들은
제 스스로 우수수 진다
어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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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이건선 시인 * 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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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江
鄭 多 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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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정다운 시인 * 겨울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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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허공
朴 性 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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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박성순 시인 * 저무는 허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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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울
이문호
거울은 낮에 볼일이다
예쁜 것 미운 것
깜한 것 빨간 것
그대로 보이는 대낮에 볼일이다
밤에는 일그러져 보이거나
아주 보이질 안는다
세상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밤엔
눈감는 그런 거울은 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정직한 거울을 볼일이다
계란형인 내 얼굴이 말상이 되는 거울
긴 다리가 쑛다리로 보이는 거울
왜歪가 생기는 그런 거울은 깨버려야 할 일이다
지니고 있는 내 마음의 거울도
반듯한 거울이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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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이문호 시인 * 거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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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길을 걷다가
노선관
비오리 한 쌍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수 위를 누비며
살갑게 정 다툼을 합니다
늦가을의 경음악이
은은하게 깔리고
가끔씩 낙엽 지는 소리가
외로움을 딛고 구르는
호숫길
물비늘도 도란도란
호수는 들떠 있었고
으스름 불빛 사이로는
고운 밤을 꿈꾸는 연인들이
애틋이 어둠을 삭히고 있었건만
늦가을의 옷자락에 매달리며
하염없던 나는
그러나
내 속에 웅크리고 있던
또하나의 계절을 작별하느라
전신으로 떨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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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노선관 시인 * 호숫길을 걷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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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기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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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박주연 시인 * 철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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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네
거석/손홍일
한잎 두잎
가을 물든 나뭇잎 떨어져
임 가시는 낙엽 길 만들며
가을이 가네
고운 단풍
포근히 밟고 가실 때
시름과 고통 다 밟아
부서지도록
낙엽 길
곱게 만들어 놓고
말없이 가을이 가네
우리의 인생도
이제 떠나야만 하기에
깊은 사랑에 빠져들고픈 데
이별의 가랑잎 따라
가을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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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손홍일 시인 * 가을이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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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소나타
설란/백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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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백덕순 시인 * 별빛 소나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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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 보기
조 경례
오후 한낮
술취한 샌님같은 사내
스님목에 묵주걸듯 시비를 건다
'니들이 예수를 알어'
순한양 아흔 아홉마리 보다
길 잃은양 한마리를 더 사랑하신
제자 베드로도 모른다고 외면했던
실패한 삶 자초한 성자예수
'나는 안다 조금 알어 좆도 아닌 세상여'
사랑의 십자가 벌떡벌떡 서있고
성경책 지닌사람 줄이으듯 걸어가도
티격태격 우당탕 쾅!
어두운밤
밝은영혼들이 교감하듯
마음을 들여다 본다
'넌 예수처럼 살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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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조경레 시인 * 들여다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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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에서 묻노니
朴 水 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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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박수진 시인 * 갈대밭에서 묻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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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
계곡에서 외 1
포 공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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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포공영 시인 * 백담 계곡에서 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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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김용예
가난은 체바퀴를 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머리속 계산기 돌아간다
거대한 덩치 속빈 강정되어버린 도시
부스러져가고 병들어 간다
낙엽은 제 색깔을 갖지 못한 채
시청앞 바람에 흩날리고
가난을 입고 인생을 마신다
시간의 바퀴를 돌리고 돌려서
어머니의 나이를 잃어버렸다
비워지는
술 잔 만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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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김용예 * 술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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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乾杯)
최영희
방금 내가 지나온 도로변엔
우수수… 낙엽이
별 밤처럼 쏟아지고
종각 역 지하터널
지금 내가 아닌, 부처가, 하나님이 이 길을 가다
저들을 보았다면, 어찌하셨을까
통곡하는 자도 없이,
폐 종이상자로 이미 스스로의 집을 지은 듯
어둠과의 경계를 위한 더 깊은 어둠, 그 속엔
소리도, 미동도 없다
아직,
잠에 들지 못한 자들이여!
삼삼오오
무엇을 향해 건배를 하는가
시계는 자정을 향하고 있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
둥둥둥…누군가 출발을 알리는 북소리
누운 자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린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게다.
200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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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최영희 시인 * 건배(乾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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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의 나
나명욱
내가 나를 알았을 땐 이미 세상은 뒤집혀
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또 하루를 보내고 지루하
고 갑갑한 일상을 피할 수도 죽일 수도
없었기에 나는 세상과 인간들을 상대로
침묵하며 복종하기로 했다 미세한 감정의
흐름 따위는 사치스런 외침이었기에 어찌
하던 비굴하게 나마 태어난 것에 대한 예
의를 생각했고 숨쉬고 잠자고 먹어야만
사람이겠기에 거기다 입고 바르고 생각하
고 배워야만 그 구실을 다할 수 있다고 믿
는 틈 속에서 난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세상은 아득한 어둠의
꿈 길이었고 오로지 화려한 겉치레에 박수를 보내고 자신들의 이익
에만 벌겋게 눈을 밝히고 이리저리 아부하고 굽실대며 사는 인간들
의 추하고 더러운 이기심에 구토를 느껴야 하는 것과 소리내어
떠드는 요란스런 몸짓으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몸 빠른 자들의 주목
받는 생활들 말보다 행동으로 복잡한 어지러진 머리 때문에 먼발치
에서 오라는 손짓들에 머뭇대며 가까이 가기조차 두려워 하는 현실
과 동떨어진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한 자로서의 소심증을 가진 나는
언제나 세상 속에선 버림받은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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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나명욱 시인 * 세상 속에서의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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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하소서
최 홍규 一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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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최 홍규 一村 시인 * 용서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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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안 보여요
김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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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김건일 시인 * 꿈이 안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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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꽃
윤 제 철
여태껏 시치미 따고
초록빛 몸뚱어리로 살면서
언제 삼켜두었는지
짙은 분홍빛 꽃잎을
여러 겹 겨워냈구나,
가슴을 열고 하늘 맑은 물에
묽게 녹아내는 가을 인사말
어렸을 적 바라보던
부러운 옷 색깔을
들길 따라 입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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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윤제철 시인 * 과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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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아니고서야
신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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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신예문 시인 * 별이 아니고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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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갈치
金 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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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김일 시인 * 어물전 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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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3
박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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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박일소 시인 * 눈사람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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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이오례
가슴앓이로만 그저
도로변에 무직하게 서서 운다
부르튼 가지 끝 틈새로
사랑을 매달고 싶어
마주선 그리움을 애타게 담아두며
허공을 향해 쏟은 눈물이 사랑인줄 알았다
바람이 잎 새를 문지르고 가면
가지 끝에 매달린 은행나무 분신들이
길 위에 투두둑,
한 남자가 지나가다 은행 알을 밟았다
여름이 만들어낸 지독한 외로움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진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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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이오례 시인 * 은행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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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김정자
허연 물살을 가르고
또 다른 의미로 찾아온 한 해였습니다
어느 사이돛단배 파도를 넘듯 넘어온 이 저녁
때로는 숨가쁘게 또는 잠잠하게
스쳐보내야만 했던
아픔과 희열을 뒤로 한 채
이 순간
당신과 나
영원으로 이끄는 숨결을 느끼고 싶습니다
긴 여정의 삶 속엔
마침표 없는 간이역만 있을 뿐입니다
영혼의 그리움을 한 줄 글로 승화시키며
함께 고뇌하고 공감했던
병술년 해거름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내일이 있기에
이제 당신과 나
새로이 다가오는
정해년 붉은 했살을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터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겸허하고
조심스럽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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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김정자 시인 * 송구영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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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박일종 시인 ▲
* 사랑방시낭송회시인들이
그리워서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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