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치고는 중부전선에 내린 비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래도 무설재 연못에 살고있는 송어가 떼죽음 당할만큼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달여 전에 잠시 집을 비우고 돌아와 살펴 본 연못에 무설재 신선이 애지중지 키우던 송어 20여 마리가 폐사되고 받은 충격은 경악이었다.
산소부족이라는 것, 자신의 공간에서 마음대로 숨을 쉬지 못해 죽음으로 이르렀다는 것,
말하자면 폭염 속에 물이 부족해 산소가 모자라서 생긴 일이므로 그후로는 산소발생기를 만들어 사용하다가
비가 올 때는 잠시 작동을 멈추기를 반복하는 중이긴 하다.
뭐든 노력 없는 대가도 없는 법인 듯하다는 것도 경험하면서 시골살이에는 별별일이 일어나게 마련인 듯.
그뿐만이 아니다.
공중제비까지 하며 날아들어 연못으로 풍덩 입수하여 물고기들을 낚아채는 새들까지 온갖 것들이 자발적 삶에 공포와 경각심을 갖게 하지만
막상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갑의 다양한 종류에 당하는 죽음의 순간에는 속수무책이니 타행의 힘이 내 앞의 삶을 주관하는 것은 예사.
물론 그런 일들이 소소한 존재인 물고기 영역에만 그러하겠는가...여타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는
먹이사슬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그 어떤 것도 그 족쇄의 고리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
그러다 보니 죄다 생존본능 앞에서는 기어이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엿보이긴 하는데 그중에서도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본능이 가장 크다면 클 수도 있겠으며 그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만만치 않을 터.
개인적으로 요즘은 건강이라는 화두 앞에 시달림을 당하는 중이다.
몸 되살림을 하겠다고 자청한 이상에는 어느 것도 함부로,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지 싶어 시작한 이빨 치료.
그러다보니 치과 치료적인 행위는 정말이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뭐 그런 말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 임플란트 했어" 라고 말할 때 겨우 "어머 그랬어? 힘들었겠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던 터라
그 말이 얼마나 무심하고 영혼없는 소리로 혹은 그냥 인사차 내뱉은 말이었는지를 지금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거의 방치 상태로 팽개쳐져 있던 흔들리던 앞니를 막상 임플란트로 교정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만 하여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네, 그러세요...해야만 한다면 해야죠 뭐" 라고 했었다.
사실은 '임플란트가 아닌 '브릿지' 라는 것을 하려고 찾아간 치과였지만 잇몸과 치아 상태를 살펴본 의사의 말은
곁엣니도 시원치 않아 브릿지를 하기는 어려운 상태라 임플란트를 권한다 라는 말이었다.
그말을 들을 때만 해도 '그래 사실 옆에 있는 이빨도 자신이 없는 상태이고 어차피 치료하는 것이니 확실하게 하자 싶어 그러겠다' 고 말했지만
막상 순서를 밟아 이것 저것 미리 밑작업을 해가며 다른 부위를 먼저 치료하는 수순부터 이미 온몸에 긴장을 불러일으켜 많이도 피곤했다.
그러나 막상 실제적인 앞니 임플란트 기본 시술에 들어간 어제, 온몸이 경직되도록 시술을 받고 나니
마취동안에는 견딜만 하던 이빨들이 마취가 풀려가면서 부터는 잇몸과 이빨들이 죄다 일어나 난리굿도 그런 난리굿이 없다.
온 이빨 부위가 부은 상태로 난리굿이고 그 상황에 야금야금 점령해오듯 밀려들어오는 순간 통증이 장난이 아니어서
말하기도, 입을 떼기 조차 귀찮고 힘들었음은 물론 통증 감소 약을 먹은 후에는 비실비실 잠이 쏟아지지만
아픔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치료 후에는 잘 먹어야 한다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막상 식사를 하자고 드니 입에 들여보내기가 싫을 정도로 고통이 온다 뭐 그런 말이다.
마취가 풀리면서 점점 강도를 더해오는 통증 앞에 참으로 무기력하고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 내어 준 약을 먹을 수 있기에
누룽지를 끓인 다음 한참을 식혀서 흡입하고나니 그나마 살 것 같긴 했다.
실제적으로 치과 치료 후에는 차가운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안내서를 보고 난 뒤라 무엇이든 기꺼이 찬 음식으로 먹긴 한다만서도 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퉁퉁 부어오른 이빨을 가라앉히기 위해 얼음 찜질을 하다보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좌우간
그 어느 것도 경험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바.
그동안 쥔장에게 아픔을 호소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절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 지면을 통해 죄송하고 미안했다는 말을 전한다.
상담하는 와중에도 많은 환자들이 다녀갔고 중증의 통증을 호소한 사람들이 많았었는데도 사실 그들은
정신적인 아픔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치도 부족한 채로 입으로만 위로하고공감과 동감을 표했으니 참으로 미안할 일이다.
그렇다고 또 그 아픔을 죄다 느껴볼 재주도 없고 그 아픔을 몽땅 경험해 볼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치자면 실제적으로 아픈 환자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입장이라서
거기까지 수용한다는 것은 무리요 상황이 되어 경험하게 된 임플란트 시술만으로도 아픔에 대한 강도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니
실제적 상황으로 다가온 고통에 따른 이해도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임플란트, 말이 쉽지....
정말로 겪어냈거나 겪는 중이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사람들 모두에게 존중의 마음을 보낸다.
당분간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에는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만서도
일단은 그저 무념무상의 경지로 살아내고자 한다.
어젯밤 내내 비가 가늘가늘하게 내리더니만 이 아침에는 또 그쳐버렸다.
무더움이 달려들 것 같아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랏님도 구제 못하는 천재지변의 여건이니.
상관없이 오늘 하루도 편편하게 지낼 일이겠다.
첫댓글 에구 고생이 정말 많으셨구만~!
난 미루던 스케일링을 하고도 몸서리 쳐지던데... 어서 내 이처럼 자리잡아 여전처럼 맛의 세계를 탐닉하게 되시기를~!
ㅎㅎㅎㅎ 어차피 견뎌야 할 몫이라면 지금 치르는 것이 낫다 라고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장난이 아닙니다요.
어쨋거나 이왕 시작된 것, 잘 견뎌내고 다시 씩씩하게 식탐을 부릴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