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지막 달력 한 장 끝장까지 잘 왔구나 들마에 길손 같은 벽걸이 달력 한 장 홑겹처럼 으슬하여 보일러 첫 불 지피고 들창 열린 널 여민다 2. 기울어진 전봇대 이대로는 안되겠다 궁리 끝에 집을 나선 남루한 철새들이 부리 쥐고 돌아온 날 빈 골목 서릿발 딛고 당신 거기 서있었다 3. 폭설 속 눈사람 큰 소리는 없었다 쌓일 대로 쌓였다 저렇게 쏟아 부어 서로들 아팠겠다 딱 한 줄 말줄임표로 숯이 되어 다문 입 4. 된바람 불어 저물녘 골목길로 밥 냄새 내보내신 그 뜨신 호명들은 아직도 맨발일까 참회의 귀를 떼어라 바람소리 살을 엔다
심야버스를 타는 하루살이
하루가 어딜 갔지? 내가 날 깨닫기 전 날개는 천근만근 이대로 끝나겠지 전조등 흐린 불빛에 벼랑처럼 매달린 날
죽어도 모를 거야 우리는 너무 작아 언제나 빈 의자엔 부나방들 활개치고 불러 줄 이름도 없이, 어이 거기 인턴들!
가까스로 올라타는 마지막 퇴근 행렬 일생은 오직 하루 먼지처럼 가볍다는 목숨이 한 호흡도 짧게 탔다가 내려서지 ◆ 이성목(필명 이토록)_2016년 중앙시조백일장 월장원. 2017년 <열린시학>으로 시조 등단. 2017년 백수문학상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