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앗! 내가 폐인이다!
정말 잠자는 시간하고 일하는 시간 빼고는 다 스텔라리스에 매달려 있던 거 같습니다. 이 악마의 게임..
일단 역설사 게임을 유로파 좀 진득하게 하고 크킹 깔짝댄 거 밖에 없다보니 비교를 유로파와 많이 하게 될 거 같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평가를 하면
유로파 in SPACEEEEEEEEE! 인데 유로파보다 나사가 훨씬 더 많이 빠져 있다.
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선 스텔라리스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과학선이라 생각합니다. 특이 현상들이나 항성계 정찰, 연구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과학선인데, 특히나 각각의 항성계마다 존재하는 특이 현상들은 소위 말해 SF,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덕후들에게는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트레키라는 이름까지 따로 붙을 두터운 팬층이 존재하는 스타 트랙 시리즈도 바로 그러한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에서 크게 먹히는 건데, 그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든 되지 않던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보는 이들도 그게 그럴듯한 구라라는 사실은 다 아니까요. 하지만 그런 '삘'을 게임 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건 스텔라리스가 다른 게임과 가지지 못한 차이점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FTL'처럼요. 초반부의 재미를 찾는다면 바로 이런 탐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이게 왜 단점이냐? 항성이 적어도 백 개 이상, 맥시멈 천 개가 되는 이 게임에서 항성계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컨트롤 해서 정찰하게 해야한다는 문제가 바로 단점이죠. 물론 자원이 되는 중후반에는 대충 괜찮은 관계인 외계 제국과 은하지도 교환하면 장땡이지만, 초반에 정찰은 정말 고역입니다. 아니 그냥 자동 정찰 기능 넣어줬으면 안됐나요?;; 물론 시프트키로 예약해주면 그만이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은하 지도에서 과학선 하나 클릭해서 시프트 오른클릭->항성계 정찰, 또 다른 항성계 정찰... 들어가다가 크리스탈 생명체 만나면 다른 항성계로 도망갔으니 또 클릭해서 항성 잡고 오른 클릭-> 항성계 정찰.....
유로파를 해보았기에 이런 '불친절한' 시스템이 그리 이질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단점은 단점이죠.
그렇게 어찌어찌 초반 탐험하면서 식민지 프로토콜 개발하고 중반 넘어가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외계인들과의 외교전을 할까... 하는데... 뭐 없어요. 외교가 둘 중 하납니다. 제국 크다가 서로 국경이 마주치고 윤리관이 같으면 우리 친구 아이가나 어 나랑 윤리관이 다르네? 전쟁이다! WAAAAGH!!!
몰락 제국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정치관이 다르거나 국력이 세다고 감놔라 대추놔라 할 수 있는게 전무해요. 전쟁에서도 요구할 수 있는게 행성 내놔라! 아니면 우리 윤리관에 맞게 해방해라! 말고도 없고요. 도대체 역설사 특유의 꼬장, 아 아니 외교 시스템은 다 어디로 갔나요? 외교도 무슨 동네 초등학생끼리 '이 금 넘으면 다 내꺼야'도 아니고... 단순해도 너무 단순합니다.
그리고 무슨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도 아니고 한 번 동맹 맺으면 아무리 싫은 소리를 하고, 알박기를 해도 동맹을 나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AI들 전부 무슨 신사들의 집합소도 아니고 통수도 없고... 우와 도원결의 유관장이 울고 가겠네;; 최소한 외교전으로 내가 저 놈을 꼬셔보겠어도 없고....
아, 가끔 동맹 합의하고 뭐땀시인지 그냥 훌렁 나가는 케이스도 있더라고요. 들어온 지 하루도 안 되서 말이죠. 뭐야. 니랑 나랑 연인도 아닌데 왜 밀당질이냐?
4x게임이라면 으레 있을 첩보도 전무합니다. 처음에 스텔라리스 접하고 '아 또 유로파처럼 심심하면 첩보원 보내서 반란 유도하고 귀찮게 하겠네'하는데 없어요. 그냥 조용해요. 이벤트로 뭐 행성 총독 한 두명 잡히는 거 말고는 '첩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이 두 문제점이 합쳐지면서 중후반에 파멸적인 시너지를 이끄는데 바로 후반부에 들어서면 전쟁이 거의 사라집니다. 조용해요. 공격성 최대에 인세인 키고 초중반 춘추전국시대마냥 싸우는 것도 동맹이 결성되고 연방이 생기면서 서로 덩어리가 커지면 서로 눈치보느라 조용합니다. 그러면 이런 냉전을 외교나 아니면 첩보로 어떻게 내분을 일으켜서 뚫고 지나가야되는데 그런게 없으니까 그냥 타키온 랜스 도배하고 닥치고 전쟁이다! 황제폐하를 위하여! 블러드 뽀 블러드 갓! 밖에 남는게 없어지고 맙니다. 북벌 하는 제갈량의 심정이 이런건가...
결국 플레이어 세력이 꾸역꾸역 타키온 함선 웨이브로 다 때려부수거나 아니면 지친 플레이어가 선 ㅈㅈ 빠른 ㄹ나, 아니면 영토 내부에 후반 위기가 터져서 어어 하는 순간 멸망하는 거 말고는 플레이가 너무 평이해져버립니다.
아 전쟁 하니 하나 더. 동맹 AI 왜 그따구래요?;;; 무슨 엄마닭 따라다니는 병아리마냥 플레이어 함대 따라다니기에 바쁩니다. 아니 물론 그게 어찌보면 현명한 행동일수도 있는데 10K짜리 함대 부수는데 50K 본대에 10K함대 세 부대가 종종종 따라다니면 혈압이 오릅니다. 아이 바보들아 그 함대로 다른 항성계 점령하라고...유로파 동맹이나 속국은 나름 자기가 뭘 하려고 깔작이기는 하는 거 보다가 스텔라리스에서 그냥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괜히 뭉치면서 렉이나 유발하니 짜증이 오릅니다. 니네들이 뮤탈이냐?
그래도 동맹 함대가 가끔 지상군 보내서 행성 점령하는 모습 보면 기특하긴 한데, 아니 그 정도도 안해주면 그게 동맹이냐... 내가 알파고를 바란 건 아닌데 왠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있냐...
후반 위기 하니 말인데, 이것도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리퍼같은 무시무시한 위기도 아닙니다. 스콜지 같은 건 내 영토에서 터지면 꿀 항성계 몇 개 작살나고 뼈아프긴 한데 그거 말고는 한 80k 전력 끌고 가서 밟아버리면 끝입니다. 아니 '위기'인데 이게 무슨 위기야... 매스 이펙트도 셰퍼드 사령관이 '내가 지금 노르망디를 끌고가서 네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하면 무슨 위기고 무슨 재미겠습니까.
차라리 AI 영토에서 터져서 뭔가 혼란이라도 만들면 좋겠는데 그때쯤 되면 AI 부대도 만만치 않게 커서 얼마 안 지나서 자기네들끼리 다 정리하더라고요. 이게 뭐야...
초반부는 탐험과 연구에 재미 붙이고, 중반에는 동맹 맺고 영토 확장에 시간을 쏟는다면 후반은 연방 지도자 턴 돌아올 때까지 멍 때리고 이제 뭐하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항구에서 함대 찍어놓고 전쟁에서 쓰인 함대 보충하느라 시간 다 씁니다. 솔직히 90시간 하면서 승리! 메세지 본 게 손가락을 셀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원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있는데 후반 가면 내가 뭘 해야하지? 하고 멍 때리다가 결국 종료한 게 더 많아요. 누가 유로파 개발사 아니랄까봐...
물론 제가 말한 것들 중에 몇 가지는 모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역설사 게임 장점이 바로 그런 모드로 해결하는 건데, 솔직히 모드로 유저가 뭔가를 해결한다는 건 개발사가 그만큼 뭔가를 빼놓고 개발했다는 소리말고는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듣고있나 베다스다?
하인리히 패치는 이미 내려왔고, 나머지 두 패치는 이제 조만간 될 건데, 솔직히 개발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얼리 억세스 시스템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좀 늦게 개발해도 되는 사안인데, 뭐 알맹이 반쯤 빠진 게임을 정식으로 내놓은 건 분명 역설사가 욕먹어야 하는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아 그래 뭐 역설사가 이러는 거 하루 이틀이냐.....
주저리주저리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전쟁의 폐혜
왜들 그러시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이거도 좀 수정해야 되는 사안 아닙니까;;; 은하계 순회 공연 돈 것도 아니고 그냥 제국 하나와 다이다이 떴을 뿐인데... 아이 스페셜 시추에이션이 안보여!
첫댓글 개인적으론 새게임 시작하다가도 수많은 행성량과 전투 한번 하고 나면 나오는 프로젝트를 보면 질리더라고요. 안할 수 도 없고.
패치로 이러거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을 추가해줬으면 좋겠네요. 유로파 반란군 자동 집압처럼
아싸리 리스폰 양을 줄이되 주는 기술력 슈치를 올리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용... 지금은 너무 귀찮고 너뮤 많아요..
@안달하지마 정말 나중에는 계륵이여서 한바탕 크게 잔치를 치르고 나서 치워야 하는 느낌입니다.
제대로 된 첩보는 dlc로 나올거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듭니다...
후후 그래야 우리 역설사 답죠!
초반에 정찰선 뿌리면서 탐험할때 까지만 재미있지 그 뒤부턴 똑같은 패턴의 정복 전쟁밖에 없죠.
그저 두둘겨 팰 대상의 초상화만 달라질 뿐...
그 중후반 지루함을 달래줄 외교부분도
게임요소들중 외교부분이 가장 개똥 같았던 신즈 오브 솔라 엠파이어의 외교가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입니다.
거기까지는 진짜 제일 재밌습니다. 그 뒤는 어휴...
신즈오브는 뭔지 모르겠지만 중반 이후부터 노잼인건 정말 동감합니다. 외교만 개선되도 나을텐데
전 제일 화나는게 엄마닭 따라다니는 병아리 동맹 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