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목동 등 서울 중심지역에 이어 노원구와 도봉구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 바람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외부 전문가 도움 없이도 재건축 사업 추진이 원활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변수가 커지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업계 트랜드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이달 중 재건축 시행자를 선정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는 지난 1986년 준공된 아파트로 도봉구 재건축 중 최대 규모인 3169세대 아파트 단지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과 솔밭공원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이용해 서울과 수도권 북부로의 이동이 편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도 지난 6월 신탁방식 재건축 대열에 합류했다. 상계주공11단지 재건축은 기존 1944가구 서울 상계동 상계주공11단지 10만4000여㎡ 택지에 아파트 2500여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새로 건축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 16곳 중 7개 단지와 목동 9·10·14단지도 최근 신탁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처럼 신탁방식 재건축 방식이 서울 외곽 지역 일대로 확산하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강화·시공사 공사비 인상 요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면 조합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 있어 조합의 주장을 내세우기 어려워지는데, 신탁방식 재건축에선 이 같은 점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또 신탁방식 재건축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지자체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 공사비 검증·조합 내 비리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초 '2023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재건축 사업에 신탁사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신탁방식 재건축 시 기존 조합방식보다 재건축 사업 소요 기간이 2~3년 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탁방식 재건축은 전국 준공 실적을 다 합쳐도 5건이 되지 않아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단점이 있다.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신탁사의 경우 서울 주요지역에서 사업을 맡아 운영해 본 실적이 있지만, 중소형 신탁 회사의 경우 사업 수주 실적 외에는 별다른 이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하강·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에 갈등 발생 현장이 늘면서 신탁사를 찾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비전문가인 조합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신탁 회사와의 협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 전경. 이 단지는 이달 중 재건축 시행자를 선정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 제공> 박순원 기자(ssun@dt.co.kr) 기자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