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울산 동구의회가 현대중공업에 요구한 `에스크로 제` 도입(본보 10월 11일자 1면 머리기사)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울주군 범서읍 굴화 지역사무실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국회 산자위 소속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은 "내용을 파악한 뒤 이번 국감에서 다루겠다"며 본지에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강 의원은 또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당하는 것은 항상 하청 노동자들인데 임금체불의 피해자 또한 그들"이라며 국감 거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본지는 관련 자료와 내용, 통계 등을 14일 강 의원 측에 보냈다.
`에스쿠로 제도`는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법을 개정해 전자거래업체에 의무화한 제도이다.
당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얼굴을 모르는 쇼핑몰 상품 판매자에게 소비자가 먼저 대금을 송금했으나 해당 상품이 배송되지 않거나 다른 제품이 송달되는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권이 제 3구좌를 개설,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 된 뒤 판매자에 대금이 지불되도록 하는 `결제대금 예치제`가 신설된 이후 금융권도 건설업체에 자금을 대출할 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 제도를 준용,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대우조선도 이 제도를 도입해 당시 극심한 조선 경기불황에도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울산 현대중공업은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크로 제`에 따라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생산지원금 즉, 기성금 가운데 일부를 제3계좌에 유보해 노동자 임금에 우선적으로 충당할 경우 하청업체 사업주들이 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들은 이전까지 노동자에게 임금을 체불하는 대신 거기서 생기는 여유 자금으로 운영비와 4대 보험금 등을 충당해 왔다. 따라서 `하청업체 패싱` 현상이 벌어지면 사업자들이 그 만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구성된 울산동구의회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및 임금체불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유준 의원)`는 제도 도입 관건으로 `원청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원청과 하청 간의 특수 이익 즉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극복하고 하청 노동자 임금 확보를 우선시하기 위해선 현대중공업이 과감하게 제도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 홍유준 위원장은 " 2016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5조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반면 현대중공업은 조선ㆍ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1조 3천억의 적자를 지고 있었다"며 "원청의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ㆍ현대중공업 양대 기업이 합병됐을 경우를 가정해 제도 도입 여부가 지금부터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느 한 쪽에만 제도가 적용되고 나머지가 제외될 경우 해당 하청노동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동구의회 임정두 의원은 "대우 조선 측 노동자들이 양측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라며 "현실에 부딪쳐 갑론을박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