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태화강 찾아온 겨울 진객 떼까마귀
지난달 말 선발대 오기 시작
배설물 청소반 편성 운영 12월부터 까마귀생태교실
매년 겨울 울산을 찾아오는 '진객'(珍客) 떼까마귀가 올해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울산시는 3일 "선발대 격인 떼까마귀 2000마리가량이 지난달 말부터 태화강 삼호대숲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떼까마귀는 아침 저녁으로 삼호대숲 하늘 위에서 군무(群舞)를 펼쳐 장관을 이룬다.
겨울이면 울산을 찾아오는 까마귀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두 종류다.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동부 등에서 살다 매년 10월 말쯤부터 태화강 삼호대숲에 둥지를 틀어 이듬해 3월 말까지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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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태화강 일대에 겨울철새 까마귀떼가 속속 찾아들고 있는 가운데 3일 울산 남구 태화강변에서 떼까마귀 선발대가 군무를 펼치고 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전국 최대 까마귀 월동지
2002년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떼까마귀는 작년 약 4만6000마리까지 늘어나 전국 최대 규모다. 국내 주요 까마귀 월동지인 전북 만경강과 한강 하구의 각 1만여마리, 제주도의 5000마리 보다 훨씬 많다.
울산시는 "떼까마귀가 찾아오는 것은 태화강 주변 생태환경이 크게 개선돼 먹잇감이 풍부한 때문"이라고 했다. 천적이나 사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삼호대숲이 편안한 잠자리 역할을 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삼호대숲은 여름이면 백로 피서지로도 붐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백로 7종류 모두를 관찰할 수 있는 전국서 유일한 곳이다. 여름엔 백로, 겨울엔 떼까마귀의 보금자리인 셈이다.
◆시민들은 '흉조(凶鳥)로 꺼려
그러나 삼호대숲 주변지역 주민들은 까마귀떼가 반갑지만은 않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와 배설물 피해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흉조로 여겨온 편견도 있어 꺼림칙하게 여긴다.
울산시는 떼까마귀의 귀환에 맞춰 이달부터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떼까마귀가 주택가나 도로변 전신주에 앉아 쉬면서 배설하는 오물로부터 도로와 차량 등이 더럽혀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청소반은 시와 중·남구,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내년 3월까지 주 1회씩 활동한다. 까마귀 배설물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의 도로청소와 배설물이 앉은 차량을 세정제로 말끔하게 청소한다.
◆시는 '소중한 생태자산' 홍보 나서
시는 "삼호대숲이 전국 최대 규모의 떼까마귀 월동지가 된 것은 '생태도시 울산'을 알리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시는 또한 "떼까마귀는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와 구별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큰부리까마귀는 동물의 사체(死體)을 먹는 등 흉조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떼까마귀는 질서정연하게 무리 생활을 하는 등 매우 영리하며, 추수가 끝난 농경지에서 낙곡과 해충, 풀씨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이듬해 농사에도 이로움을 준다는 것이다.
12월부터는 까마귀 생태교실도 운영한다. 생태교실은 까마귀 일주여행, 군무관찰, 생태특강 등으로 진행되며, 내년 2월까지 월 2회씩 계속된다. 울산시는 태화강 하구 억새밭에 겨울철새 홍보부스도 설치해 운영한다. 수만 마리가 동시에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 고니, 가마우지, 청둥오리 등 120여종의 철새에 관한 홍보 리플릿도 만들어 배부한다.
◆예부터 효(孝)와 길조(吉鳥)의 상징
까마귀는 조류 가운데 어른(成鳥)이 되면 늙은 어미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스러운 새로 알려져 있다.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지극한 효성을 이르는 말인 '반포지효(反哺之孝)'도 거기서 유래됐다.
태양을 숭배했던 우리 민족은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전설의 까마귀인 '삼족오(三足烏)'를 성스러운 새로 숭상했다. 삼국시대에는 예언을 하는 새로 인간이 해야 할 바를 인도해주는 새로도 여겼다.
일본에선 까마귀를 행운을 상징하는 길조로 여긴다. 일본 역시 붉은색이나 금색으로 그려진 까마귀는 '태양'과 '효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