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일에는 백두대간 34구간을 넘었다. 33구간을 넘은지 4개월만이다. 이유가 있다. 겨울철 설산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국립공원 통제기간 때문이었다.
5월 15일까지인 통제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조급함을 견딜 수 없어 그냥 나섰다. 그래서였을까? 실수의 연속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버스를 놓쳐 고속도로를 택시로 쫓아가야만 했던 웃기지도 않는 사고가 있었고, 소황병산에서 노인봉을 제대로 찾지 못해 엄청난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다. 종주 마지막 지점에서는 당황한 끝에 아무것도 촬영하지 못하고 내리달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한심한 하루였다. 어찌됐든 한 구간을 마치기는 했지만 찜찜함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백두대간 34구간은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이다. 대관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이다.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고개 너머 동쪽에는 강릉이, 서쪽에는 평창이 있다. 대관령은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3월초까지도 적설량이 1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진고개는 강릉시 연곡면 삼산4리 솔내와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사이에 있는 높은 고개(1,072m)로 백두대간 줄기인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에 있다.
이 34구간에는 선자령, 곤신봉, 동해전망대, 매봉, 1156봉, 1172봉, 소황병산, 노인봉 등의 고산과 대관령목장, 삼양목장 등의 넓은 초지가 있다.
이 구간의 특징으로는 겨울산으로 유명한 선자령,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동해전망대와 바람의 언덕 풍력발전단지, 대관령 목장의 드넓은 푸른 초지가 있다는 것. 또 구간 내내 고도 차이가 크지 않은 평탄한 등로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봉에서부터 노인봉까지는 비탐방구간으로 지정되어 상시 감시원이 단속하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고, 목초지 출입도 금지되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 소황병산에서 노인봉을 찾아갈 때는 등로 잇기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소황병산 감시초소 뒤쪽에 있는 목책 울타리를 넘어간다는 것을 명심).
단속이 염려되어 감시가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일을 택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를 위한 통제기간임에도 감시인은 없었다(혹시 모르긴 하다. 멀리서 지켜본 감시인이 혼자 산행하는 딱한 처지를 감안해 보고도 눈감아줬는지를). 목초지를 지날 때는 차량을 타고 순찰하는 감시인이 있었으나 평일에 혼자하는 등산객임을 감안해서인지 봐준 것 같다.
모처럼의 종주 산행이 순탄하진 못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버스를 놓치는 해프닝이 있었다(동서울 터미널에서 횡계행 직행버스는 도중에 장평과 진부를 경유한다. 장평에서 새로운 승객을 싣고 기사가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 잠깐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을 둘러보는 사이에 버스가 나를 남겨놓고 떠나버린 것이다. 장평에서 진부까지 택시로 쫓아가서 겨우 승차). 또 산행 중에 소황병산에서 다음 경유지인 노인봉을 찾지 못해 1시간 이상을 지체하기도 했다.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평소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었다.
이번 산행은 한 구간만 계획되었기 때문에 당일 출발하였다. 동서울터미널에서 06:25분에 출발하여 횡계 터미널에는 08:50분에 도착. 횡계터미널에서 대관령 산행 초입까지는 택시로 이동하여 09:1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고가는 교통편은 산행기록 맨 뒤에, 또 산행기록 중간 중간에 자세하게 부기하였음을 알려드리며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후기를 올린다.
백두대간 제34구간(2017. 5. 2. 화. 맑음)
횡계 터미널에서(08:50)
숙고 끝에 당일 산행으로 결정. 동서울 터미널에서 06:25분에 출발하는 횡계행 첫 버스에 승차. 횡계 터미널에는 08:50분에 도착.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당했다. 중간 경유지인 장평에서 잠시 쉬는 시간에 나를 남겨놓고 떠나버린 버스. 버스에 배낭이 그대로 있는데도…….
부랴부랴 택시로 그 다음 경유지인 진부까지 쫓아가서 겨우 승차. 승객을 확인하지 않고 떠난 기사 잘못인지, 나의 잘못인지는 아직도 애매. 이 때문인지 오늘 산행에 불길한 예감이 엄습.
횡계터미널에서 대관령 산행 초입까지는 택시로 이동(09:10). 초입에는 대관령국사성황당이라고 적힌 거대한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선자령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또 그 옆에는 선자령이 5.5킬로미터라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오늘의 34구간 초입은 블록 담장위에 초록색 철망이 설치된 담벼락 우측으로 이어진다. 초입에는 많은 표지기들이 매달려 있고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 양쪽은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등산안내도를 대충 확인하고 바로 출발한다.
오르는 길은 비포장도로. 50미터 정도를 진행하면 바로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우측은 낙엽송, 좌측은 담벼락이다. 산세는 완만한 오르막. 잠시 후에 갈림길에 이른다(09:18). 갈림길에도 이정표가 있다. 선자령이 4.2킬로미터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한다. 날씨는 더없이 맑다. 맑은 정도가 아니라 덥다. 완전 여름날씨다.
등로 주변에는 주목이 많다. 태백산에서 많이 봤던 그 주목이다. 5~6분을 진행하니 등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뀐다. 앞에 보이는 통신탑을 보면서 진행한다. 잠시 후에 많은 표지기가 매달린 KT대관령중계소에 이른다(09:29). 이곳에서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도로는 계속된다.
잠시 후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무선 표지소 갈림길에 이른다(09:36). 이곳에도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는 선자령이 3.2킬로미터라고 알린다.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좌측 산길로 진행한다. 주변은 온통 주목 천지다. 다시 한 번 갈림길에 이른다(09:42). 새봉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있다. 뉴밀레니엄을 기념하는 주목 식재 표석도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좌, 우 어디로 가도 선자령에 이른다. 이곳에서 선자령까지는 2.7(좌측으로 오르면 2.6) 킬로미터다. 새봉을 들르기 위해 좌측 평탄면을 포기하고 우측 오르막으로 진행한다.
우측 오르막으로 3~4분을 오르니 새봉에 이른다(09:46). 새봉에는 이정표, 전망대, 통신시설 비슷한 철탑이 있다. 이곳에서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전망대 데크에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 분이 어제 저녁에 이곳에서 비박했던 모양이다. 이곳 이정표는 선자령 2.5킬로미터를 가리킨다. 전망대에서 강릉 쪽을 바라보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별로다. 바로 출발한다.
새봉을 출발하고서부터는 수많은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야생화마다 이름을 달고 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자세히 관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종주 산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좀 전의 새봉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는 합류지점에 이른다. 이제부터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좌측은 주목군락지, 우측은 키 작은 산죽들이 무성하다. 목장 목초지가 나오기 시작한다. 대관령 하늘목장에 들어선 것이다. 하늘목장은 1974년 조성된 약 1,000만 제곱미터 규모의 목장이다. 대관령 최고봉인 선자령과 연결되어 있으며, 400여 마리의 젖소와 100여 마리의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목초지 건너편으로 우뚝 선 선자령이 보인다. 목초지 가운데로 진행한다. 감시카메라가 있는 출입문도 지나고 선자령 정상 도착 100미터 지점에 이른다. 이정표가 있고 우측에 녹색 펜스로 둘러쳐진 시설물도 있다. 카메라 같기도 하지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도 혹독한 겨울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새싹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들만 달고 있다. 대관령의 혹독한 추위를 고발하는 듯하다. 선자령의 정상석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선자령에 도착한다(10:17).
선자령에서(10:17)
선자령은 해발 1,157미터로 매우 높은 봉우리다. 하지만 해발 고도 840미터인 대관령휴게소에서부터 오르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다. 선자령이라는 이름만 보면 고개처럼 느껴지는데 선자령은 고개가 아니고 봉우리다. 선자령이 등산객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많은 눈과 거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주변 산들의 조망은 과히 환상적이랄 수 있다.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정상의 넓은 공터에는 간간이 돌들이 널려있고 작은 바위도 몇 개 보인다. 정상에는 거대한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매봉 6.8), 기상관측장비 그리고 헬기장이 있다. 의외인 것은 정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평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자령의 명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등산객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목초지와 장관을 이루는 풍력발전기가 서운함을 대신 달래주는 것 같다. 정상에서는 삼거리로 길이 나 있다. 이 중에서 대간길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향한다.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럽다. 능선을 잇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마치 자기들을 따라오라고 하는 듯 도열해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 바로 산길로 내려서게 된다.
좌측 아래로 건물이 보인다. 목장 관리동인 것 같다. 등로 주변에는 진달래와 잡목이 많다. 봄인데도 잡목들은 잎사귀 하나도 피우지 못하고 앙상하게 남아 있다. 애처롭다. 이곳 기후 때문일 것이다. 잠시 후에 임도에 이른다. 임도에는 매봉 6.5킬로미터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올라 잠시 걷다가 다시 임도와 합류한다. 임도를 따라 100미터 정도를 걷다가 에코그린캠퍼스(주)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다시 산길로 오른다. 그런데 안내판이 한마디로 가관이다. 협박문이나 다름없다. 출입금지를 알리면서 위반 시 벌금이란다. 일종의 협박이다. 국유지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 주제에 이 나라 주인인 국민들에게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목초지를 무단 통과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그러려면 다른 대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무턱대고 가지말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이와 관련해서 정부도 부화뇌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5~6분을 걷다가 다시 임도 교차점을 만나 이곳에서 우측의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다.
다시 목초지를 걷게 된다. 대관령 하늘목장 우측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는 것이다. 가장자리에는 종주자들이 다닌 흔적도 어슴푸레 드러난다. 북서쪽 위로는 이 다음 봉우리인 곤신봉이 보인다. 목초지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가고도 싶지만 최대한 대간길을 따르고 싶어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간다. 잠시 후에 현 위치가 ‘대공산성’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곳에 이른다(10:59). 우측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 아마도 대공산성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는 모양이다. 잠시 대간길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한 후에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 위로 오른다. 오르막 끝에 임도에 이른다. 임도를 따라 진행하니 임도 옆에 ‘곤신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이 나타난다. 곤신봉에 도착한 것이다(11;14).
곤신봉은 높이 1,131미터의 고봉으로 다른 봉우리와 달리 풀밭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삼양목장 목초지를 가로질러 갈 수도 있다. 정상 바로 옆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곤신봉의 북쪽에는 소황병산, 남쪽에는 능정봉이 있고, 그 사이에 선자령과 대관령이 위치해 있다. 정상석 뒤에는 약간의 바위가 있을 뿐 주변은 전부 목초지이고 임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곳이 산봉우리라는 것이 조금은 의아할 정도다. 바로 출발한다.
곤신봉에서(11;14)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임도 아래쪽에는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가끔씩 목장을 관리하는 차량들이 임도를 지난다. 그때마다 뿌연 먼지를 일으킨다. 그 먼지를 다 뒤집어쓰며 걷는다. 10여분이 넘게 임도를 따라 걷다가 임도 삼거리에 이른다(11:32). 해발 1140미터를 알리는 표석이 있고 그 뒤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라고 적힌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맞은편에는 ‘친환경 유기축산 유기초지 생산단지’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1140미터 표석 우측으로 난 길은 그 유명한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는 오름길이다.
주변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어슬렁거리는 관광버스도 보인다. 의외다. 평일임에도 관광객이 있다니……. 목장 홍보 겸 목장 측에서 초치한 관광객인 것 같다. 이곳 삼거리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잠시 후에는 다시 1150미터 지점을 알리는 표석을 만나게 되고 그 옆에는 앞뒤로 바람의 언덕과 동해전망대를 동시에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도 바람의 언덕을 오를 수가 있다. 이곳에서 동해전망대는 지척이다. 셔틀버스 회차 지점을 지나자 동해 전망대에 이른다(11:41).
강릉 쪽을 향하여 전망대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전망대에는 비교적 많은 관광객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날씨 탓으로 강릉 시내가 흐릿하게 나타난다. 전망대 우측 아래에는 낡은 쉼터가 있다. 쉼터 안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듯 지저분하게 낙서되어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곳 전망대에 바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엄청난 바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잠잠하다. 더운 날씨 탓인 모양이다.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북쪽으로는 풍력발전기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삼양목장의 드넓은 목초지가 한 폭의 그림같이 내려다보인다. 이곳 좌측 아래에는 대관령 삼양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삼양목장은 동양 최대 규모의 목초지를 자랑하는데, 서울 여의도의 7.5배 되는 600여만 평 초지에 900여 두의 육우와 젖소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워낙 넓은 탓에 1년이 지나도록 소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할 정도다. 이곳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매봉을 향하여 바로 이동한다.
역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자주 보인다. 경고판을 볼 때마다 불안하다. 언제 누가 나타나 제지를 할지 몰라서다. 한참을 가다가 ‘우유와 고기입니다(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의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다. 좌측 목초지 아래는 임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임도를 따라 가더라도 될 것 같다. 잠시 후에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다시 목초지에 진입한 후에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가 이번에는 산으로 진입한다. 날이 무척 덥다. 초여름 날씨다. 춥다고 해서, 눈이 많다고 해서 그동안 종주 산행을 미뤘던 대관령-진고개 구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산길에는 철 지난 진달래가 한창이다. 아마도 남쪽 산에는 지금쯤 진달래가 끝날 무렵일 텐데 이곳은 지금이 한창이다. 기후 탓일 것이다. 산 정상에 이른다(12;24). 정상에는 공터가 있고 그 가운데에는 몇 개의 돌이 돌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그 옆에는 출입금지 안내판과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많은 표지기도 있고 주위에는 만개한 진달래도 군락지어 있다. 이곳이 매봉일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확신할 수가 없다. 좌, 우 양쪽으로 길이 나 있다. 우측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고 좌측은 표지가 매달려 있지만 흔적은 미미하다.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이곳이 매봉 맞을까? 양쪽을 왔다 갔다를 반복해보지만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지체한 후에 철조망이 설치된 우측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맞는 결정이었다. 길은 갈수록 희미해지지만 봉우리 정상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은 갈수록 강해진다. 마침내 매봉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게 된다(12;40).
매봉 정상에서(12;40)
정상에는 사각 시멘트 기둥 위에 흰색 페인트로 ‘매봉’이라고 적힌 정상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 옆에는 삼각점도 있다. 이곳에는 전에 무슨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시설물이 철거된 흔적이 보인다.
오늘 나의 경험으로 봐서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정확한 매봉 정상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르긴 해도 좀 전의 공터를 매봉으로 알고 그냥 지나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의 나도 이곳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확한 매봉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매봉 정상을 찾느라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바로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좀 전의 공터로 되돌아가서 그 좌측 아래로 임도를 찾아 내려가면 된다.
공터를 지나 임도를 찾아 내려가는 등로 흔적은 희미하다. 하지만 무조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곧 임도가 나타난다(12:54). 잠시 후에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따라 오른다. 한참동안 진행 후에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앞쪽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본 그 감시카메라다. 이 카메라를 피해야 한다. 카메라를 통과하지 않기 위해 20여 미터 전에서 좌측의 샛길로 진행한다. 감시 카메라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이다. 고소하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순간 짜릿한 쾌감이 드는 것은 또 웬 일일까?
삼양목장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간다. 내려가는 도중에 ‘백두대간 훼손지 복원중’이라는 입간판을 자주 보게 된다. 가장자리에는 녹슨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철조망 안쪽으로 걷는다. 출입 통제하는 지역을 진입한 것도 불법이고, 사유 목장지를 걷는 것도 규정 위반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목초지를 따라 내려가는 중에 목초지 안에 드문드문 서 있는 군계일학 소나무를 볼 수가 있다. 말 그대로 명품 소나무다. 소나무를 칭송할 때 늘 사용하는 고고함 그대로다. 푸른 풀밭 위에 외로이 서 있는 잘 생긴 소나무를 상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좌측 아래쪽으로는 삼양목장 관리동 건물이 보이기도 한다. 잠시 후에 통신중계소 비슷한 구조물을 만나게 되고 계속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간다. 목초지 길이 끝나고 산으로 진입하게 된다. 초입에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넘지 말라는 목책 울타리도 설치되어 있다. 목책 울타리를 넘어 산으로 오른다(13:42).
모처럼 완만한 능선 오르막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가 등로는 좌측 사면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우측 위의 봉우리가 1156봉이다(13:51). 계속해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1172봉도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좌측 사면으로 통과하게 된다(14:24).
등로 주변에는 이곳 역시 진달래가 많고 참나무 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다시 완만한 능선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우측에는 얕은 계곡이 흐르고 있다. 적은 량이지만 물도 흐른다. 오를수록 계곡은 뚜렷해지고 이곳에도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이곳은 소황병산 늪지대로서 특별보호구역이므로 2027년까지 출입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일본어가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곳까지 일본인들이 드나든다는 말인가? 아리송하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목책 울타리까지 설치되어 있지만 울타리 너머에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보호해야 할 늪지대라면 최소한 지킬 수 있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다.
안내판이 있는 계곡을 지나면 오르막은 점점 가팔라지고 한참을 오른 후에 능선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 갈림길에서도 잠시 머뭇거린다. 대간길이 좌측인지 우측인지를 몰라서다. 하지만 우측은 목책이 설치되어 있고, 좌측엔 길이 뚜렷하여 좌측으로 진행한다(나중에 알고 보니 좌측이 소황병산으로 오르는 길이 맞다).
갈림길에서 소황병산을 찾아 좌측으로 진행한다. 한참을 오른 후에 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소황병산 정상 진입 입구에 이른다. 이곳 입구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카메라에 찍히지 않기 위해 여기서도 우측 샛길을 통해 소황병산 초지 안으로 들어선다. 초지는 엄청나게 넓다. 어디가 정상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시설물이 보이는 곳은 모두 다가가서 확인해 본다. 우측 끝에 설치되어 있는 ‘백두대간불법산행통제초소’에도 들러본다. 조심스레 초소에 다가가서 보니 초소 안에 감시 직원은 없다. 다행이다. 다시 소황병산 초지 중앙에 설치된 희미한 시설물을 찾아 나선다. 다가서는 순간 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진다. ‘소황병산’이라고 적힌 정상 표지판을 발견한 것이다(15:33). 인터넷에서 선답자들이 올린 그 표지판이다. 표지판을 발견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듯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인다.
소황병산 정상에서(15:33)
소황병산 정상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노인봉을 찾아가야 한다. 사방을 둘러보고 수없이 개념도를 살펴보아도 어느 곳이 노인봉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바로 앞쪽에 있는 거대한 봉우리가 노인봉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찾아 나선다(앞쪽에 있는 봉우리는 황병산이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장애물을 만난다. 출입금지 안내판을 또 만난 것이다. 이번에는 격이 다른 금지 판이다. 군부대시설이니 접근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진퇴양난에 빠진다. 방법이 없다. 군부대를 찾아가서 물어보는 수밖에.
황병산 쪽으로 난 군용 도로를 따라 오르니 부대가 나오고, 경비병이 제지를 한다. 부대 안에는 거대한 표석이 세워져 있다. 황병산이다. 사정을 설명하니 경비병이 상관에게 전화로 연락하고, 상관이 나와서 자세하게 안내를 한다. 잘못 찾아왔고 여기는 노인봉이 아니라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되는 공군부대라고. 설명을 듣고서야 내가 착각했음을 알게 된다. 소황병산 정상에서 바로 좀 전의 백두대간불법산행통제초소로 되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등로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군부대를 돌아서서 소황병산으로 향한다. 소황병산으로 돌아와서 백두대간불법산행통제초소로 향한다. 초소 뒤쪽에는 목책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고 출입금지 안내문도 보인다. 이곳에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서둘러 목책울타리를 넘는다. 노인봉으로 향한다(16:02).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달리기로 한다. 시간이 없어서다.
염려된다. 오늘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런지가 걱정된다. 속도를 낸다. 괴상하게 생긴 바위도 확인하고, B-6 이라고 적힌 비표도 보게 된다. 무슨 표시인지는 모르겠다. 평지처럼 아늑한 산길을 한참동안 내달린다. 이번에는 B-2라고 적힌 비표도 발견한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안내판이 나오고, 이곳에서부터 완만한 능선은 오름길로 바뀐다. 낮은 봉우리 서너 개를 오르내린 후에 무명봉에 이른다. 무명봉을 내려서면서 또 감시카메라를 만난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바로 내달린다. 시간이 급해서다. 이젠 노인봉대피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 10여분을 내려가니 노인봉 무인관리대피소에 이른다. 혹시 감시인이 있을까 염려했지만 다행이도 아무도 없다. 대피소에는 출입금지안내판, 대피소 준수사항 그리고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노인봉이 0.3, 진고개탐방지원센터가 4.0킬로미터라고 적혀 있다. 바로 진행한다.
목책울타리에 돌계단이 이어진다. 바로 노인봉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있다(우측에 노인봉 0.2, 직진으로 진고개탐방지원센터 3.9). 이곳에서 노인봉은 우측으로 200미터 거리에 있다. 원래는 노인봉 정상을 들를 계획이었지만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다.
삼거리를 지나니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도 멋진 소나무가 나타난다. 바닥에서부터 줄기가 두 개로 뻗어 오르는 특별한 소나무다. 그 옆에는 진고개가 2.9킬로미터라고 알리는 표지판도 있다. 동대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진고개를 알리는 이정표가 자주 나타난다. 진고개가 가까웠다는 것이다.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인 안전 쉼터를 지나니 긴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바닥에는 폐타이어 조각이 깔려 있다. 계단 주변은 잎사귀 없는 잡목들이 무성하다. 계단을 내려서니 진고개 휴게소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바탕 숲지대를 지나 고위평탄면에 이른다. 좌측에 고위평탄면 안내문도 보인다. 잠시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지다가 돌계단이 나타난다. 잠시 후에는 한창 공사 중인 공사판을 지나고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한다. 드디어 백두대간 34구간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진고개에 도착하는 순간 택시가 진고개를 내려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리치며 달려가 택시를 붙잡는다. 이 택시를 놓치면 따로 택시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요금이 배가 된다. 진고개 주변 상황을 촬영도 못하고, 둘러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진고개를 떠난다.
이렇게 겨울 내내 고민을 하게 했던 백두대간 34구간을 허둥지둥 마치게 된다. 5월의 어느 하루가 또 소리 없이 지난다. - 끝 -
(교통편)
* 갈 때
1. 서울에서 횡계터미널까지
ㅇ 동서울 터미널에서 직행버스 이용(06:25부터 19;25까지 자주 있음)
2. 횡계터미널에서 대관령 초입까지
ㅇ 버스 : 10:30, 11:40, 14:00
ㅇ 택시 이용(10,000원 정도. 횡계 택시 033-335-5595)
* 올 때
1. 진고개에서 진부터미널까지
ㅇ 버스 없음. 택시 이용(진부 택시 : 010-5373-7617)
2. 진부 터미널에서 동서울까지
ㅇ 동서울행 직행버스 이용(07:10분부터~ 20:40까지 자주 있음).
(관련 사진)
34구간 초입에 세워진 표석
초입에 이정표도
담벼락 우측 비포장도로로 오른다.
바로 통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곧 이정표가 나온다.
새봉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를 바라본다.
통신중계탑을 지나고
선자령에 도착.
선자령에 이정표도 있고
선자령 정상에 헬기장도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면 목초지를 걷게 된다.
잘못된 이정표. 곤신봉은 목초지를 넘어 오른 후 임도 꼭대기에 있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대공산성에 이르는 듯.
이런 목초지가 계속된다.
목초지를 지나 임도 꼭대기에 이르면 곤신봉에 이른다.
곤신봉에서 이어지는 길도 임도이다.
바람의 언덕 삼거리에 이른다. 표석 우측으로 오르면 바람의 언덕으로, 좌측으로 가면 동해전망대에 이른다.
동해전망대
전망대에서 동해와 강릉을 바라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들...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대간길.
전망대에서도 한 컷.
산길에는 철지난 진달래가...
공터가 있는 무명봉. 중앙에 돌무더기가 있다. 매봉은 아니고, 매봉은 이곳에서 우측 철조망을 넘어 진행해야...
매봉 정상을 어렵게 찾았다. 전에 무슨 시설물이 있었던 듯 철거 흔적이 있다.
정상에 삼각점도 있다.
매봉에서 내려가면 삼양목장 귀퉁이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
삼양목장 내에 명품소나무도 보이고 관리동 건물도 보인다.
삼양목장을 지나 산으로 진입하려는데 또 출금판이 있다. 돌아가라고 한다. 그 옆에는 목책 울타리도 있다.
소황병산 초입에 또 감시카메라가 있다. 우측으로 돌아 진입하면 된다.
소황병산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길.
소황병산 정상 표지판
소황병산 감시초소 있는 곳에서 노인봉으로 가려는데 또 출금판과 철조망이 막는다.
길을 잃고 공군부대를 찾아갔다.
|
첫댓글 대단한 체력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백두대간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아자아자.!! 파이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