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었습니다.
우리나라 2대 명절이지요.
많은 이들은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하며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어느 해 신문 칼럼에 아프리카 외교관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는듯하여
우리나라의 이런 진풍경이 아름답고 부럽기도 하다고...
자기네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을 하던
글을 읽은 기억이 명절만 되면 떠오르곤 합니다.
저는 명절만 되면 의례 정해진 레파토리가 있습니다.
우선 제사상의 오를 명목을 꼼꼼히 적습니다. 그런다음
장을 볼 제수용품을 적어 나가지요. 이렇게 점검을 한 후 장을 봅니다.
대략 20~30만원이 듭니다. 혼자는 장을 못 보니 남편과 함께 갑니다.
때론 아들이 시간이 나면 아들과 함께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편의 도움을 받지요.
집에와 장을 본 뒷정리만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대청소 하고 물김치 담고 시간 나면 식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고
다음 날은 나물들 다듬고 녹두 담구어 불려 갈아놓습니다. 전이나 적은 동서들이 만들어 옵니다.
그리곤 송편 떡쌀 씻어 담구고... 이러고 나면 허리가 남아나질 않아
저녁 때는 파스를 서너군데 붙입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5,6년 전 미국의 조카와 조카 사위가 와서 함께 송편을 빚었지요.
그러면 명절 전날 아들 며느리가 아이들 데리고 아침 일찍 옵니다.
아들 내외는 맞벌이 부부여서 그렇게 밖에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며느리는 내가 준비해 준 대로 빈대떡을 부치고 나는 나물, 탕 등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끝나면 미리 떡방아를 찧어온 가루로 물을 끓여 송편 반죽을 합니다.
(이것은 아들을 시킵니다. 송편 반죽은 많은 힘을 필요로 하거든요.)
몇 년 전부터 동서들이 각각 나누어 음식을 장만해 오기 때문에 이젠 전 날 다 모이질 않습니다.
이렇게 반죽을 한 것으로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식구가 모여 앉아 송편을 빚습니다.
크게 빚어라 작게 빚어라. 깨 속이 맛있다. 아니다 녹두 속이 맛있다.
아니다 콩이다 등등 자기네 기호 대로 지껄이며..
이렇게 빚은 떡은 12시가 넘어야 찌는 것까지 다 끝납니다.
이랬었는데...올 해는 제가 아팠던 관계로 처음으로 송편을 안 빚고 사서 썼습니다. 처음으로...
그랬더니 우리 손녀 딸이 잉~~ 송편 안 만들어...? 하길래
떡가루 조금 있던 것으로 반죽하여 만들라고 주었지요. 그래서 한 시루 찌긴 쪘지요~~^^*
명절 아침엔 8시만 되면 모두들 한 보따리씩들 싸 들고 시동생들, 동서들, 조카, 조카 며느리들이 옵니다.
이 때부터 시끌벅적 인사하랴 음식들 받아 준비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차례상을 진설 해 놓고 떡 올리고 탕을 올리면 차례가 시작됩니다.
차례가 끝나면 여자들은 더욱 바빠집니다.( 남자들은 자기네들이 음식 찾아 음복하려 술상부터 장만하고
그래도 이젠 그러죠. 옛날 시아버지 살아 계실 때는 어림도 없었지요~~후훗)
음식들 다시 데우고 적은 뜯어 다시 양념하고 등등.. 아고 정신없어...
지난 정월 명절 아침 상입니다. 다른 방에도...
이렇게 하여 아침상이 3상 정도 차려지고 모두 앉아 아침식사를 맛나게 합니다.
화기애매한 가운데 아이들 이야기,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 시집 장가 안 간 아이들 이야기 등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 하지요. 우리 가족은 비교적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주 만나기 때문에
그리 묵은 이야기도 없건만은 뭔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워낙 이야기 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가운데 저는 할 일이 따로 있지요. 음식들을 골고루 나누어 싸는 일입니다. 들어온 선물도 나누고 아주 분주합니다.
그러는 사이 며느리들은 설거지, 동서들은 과일, 식혜등을 준비합니다.
과일과 음료를 마시며 아기들의 재롱 잔치를 보기도 하고, 시국 이야기, 경제 이야기, 해외에 거주하는 식구들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고 나누다 보면 어느 새 12시가 되어 갑니다.
그러면 이제 일어날 시간입니다. 모두들 처가집으로 가야하는 일들이 남았지요.
제가 싸주는 음식을 받고 또 각자 가지고 온 선물들을 나누고 기뻐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이렇게 명절은 힘도 들었지만 꿈꾸듯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도 되었다고
마무리를 짖는 2014년 록은의 집 추석 명절 STORY입니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생길 정도로 주부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지요.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그리 힘드는 일도 아니랍니다.
물론 저도 젊어서는 제가 이런 마음을 가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같은 상황이었지만 (아니 조금은 더 거칠고 가혹하긴 했지만)옛날엔 내가 젤 불행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40여년 동안 몸에 배인 세월의 익숙함이 가져다 준, 또 하느님이 가르쳐 주신 노하우이지요.
이번 추석에도 우리집 아침 식사 인원은 아이들 포함하여 24명이었으니까요. 옛날에 비하면 반도 안 되지요.
이제 작은 댁은 자기네 식솔이 늘어나니 각자 자기네들 식구끼리 지내니까요.
이렇게 이렇게 시대에 따라 명절 분위기도 날로 간소화 되겠지요.
그러나 어느 아프리카 외교관 말대로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간소화라야 되지 않을까요?
역시 저는 보수주의인가 봅니다.
쉼터님들의 추석 명절은 어땠는 지요? 저와 별다름이 없었을 줄 압니다.
다만 큰집과 작은 집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ㅇ
첫댓글 얼마나...
얼마나....아름다운 모습인..지
오지네유^^
맏며느님..록은님의
손이...마음이..아름다우세유..
정말....보기 좋아요
저는 어느새
연미사 넣을 분들이 많아져서
미사 드리고
재민이 할머니 오셔서
같이 놀았네요
오랫만에 들어 보네요. 재민이 할머니...
그들은 잘 있겠지요?
재민이는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요?
엄마도 가끔 만난다니 다행이구요.
곡스맘은 휴일이 많아 행복했겠어요.
푹 쉬며 상우와 행복하기를..
재민이 아빠가 요새 일을 다닌데요^^
재민엄마도 애한테 신경 쓰네요
재민이는 매일 놀러 와유
재민할머니는 김치 떨어지믄 오세유
ㅎㅎ
@곡스 다 곡스맘의 노력 덕분예요.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을 주고 품어주고 하니
그곳에서 김이 모라모락 나와 하느님께로 올라간 거쥬
그리곤 하느님이 내려다 보신거쥬
재민이는 잘 클거예요.
사랑을 배웠으니 지도 남에게 그렇게 베풀겠죠
사진이 참 정겹구
저를 고향의뜰로 이끌어 갔어유
사람사는 행복이 푹~~배인 글과 사진 사랑스럽습니다
찐빵님 그곳에선 추석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타향에 사셔도 고국의 명절들은 지내는 것을로 알고 있는데...
고향뜰로 오셨다 가시게 했으니 제가 한몫했네요~~^^*
정겹고 정겨운 모습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조상님 생각하고, 함께 밥먹고, 이야기하고 웃고....그런게 명절의 기쁨인 듯 합니다.
저도 하도 오랫만에 일을 마이했더니 발이 아파서 저녁에 파스 붙이고 했습니다..ㅎㅎ
명절연휴가 끝나갑니다.
조금 지루해하는 아들넘 데리고 바람이나 쏘이러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캐더린님 그렇게 보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명절이 지나 갔습니다.
시작을 하면 다 해 나가는데도
하기 전에 걱정이 태산 같죠.
이젠 걱정 보다는 일이 하기 싫어져서...
아드님과 산책 잘하시고 좀 쉬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언제 가족 사진까지 ..... 여유가 부럽네요 저와 비슷한 환경이라 준비 다 해 놓으면 추석 전날 오후에 며느리와 동서가 와서
부치게하면서 이야기도 하지먄 저는 주방에서 준비헤서 내놓고 식사 준비 하고 ....추석명절 다음날은 이부자리 수건들 세탁 쓰레기처리 정신없읍니다
이제는 정신없이 잠에 취했다가 일어나 앉아 신부님 시도 읽어보고 시를 읽고 신부님생각만 하면 마음이 찡하니 슬픕니다.
그렇지요. 고목나무님, 우리 주부들은 사실 일을 찾아하면 끝도 없어요.일 잤지요. 몸이 매 맞은 것 같이 쑤시고 아프네요.
저도 우리 애기가 침대 카바에 Dong 싸놓은 것 빠느라
그리곤 하루
이젠 다시 일상으로...
수고 많으셨고요ᆞ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하실것 같아요ᆞ
아름다운 대 가족 잔치 사진이 너무 정겨워요ᆞ
저도 결혼을 했다면 큰 대가족 들어가서
막 불러다 퍼주면서 그렇게 할것같은데요ᆞ
행복한 사진 저도 기뻐하면서요ᆞ
소금님 추석 잘 쉐셨어요 하지만...라요. 있어야지요.
어머니와 조우 하셨나요
제주의 추석 풍경은 좀 다를까요
누군가는 이제 명절이라는 명제가 꼭 있어야 할까
제 생각은
우리나라 나름의 추수감사절이라 할 수 있지요.
대가족의 맏며느리 그렇게 나쁜 것 만도 아니랍니다,
맏며느리들 항의가 저 한테 막 쏟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고!~ 제가 다 축 늘어집니다.
저희도 한 동안 했던일이라 눈에 선 하네요.
여인들 짜증없고 화기애애 하도록 괜히 서성였고 괜히 뒷모퉁이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심부름도 해주고 했었는데
일을 받아드리는 록은님의 고운 심성이 옅보이네요.
역할하시느라, 마무리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
그렇지요. 오솔길님 그랬을겁니다.
저의 남편도 박카스 사들고 와서 너스레 떨곤 했으니까요...
보름달 만큼 넉넉한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군요.
명절은 제 오래된 기억으론 참으로 행복하고 가슴설레이며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어린시절이었지요. 현실적인 내 삶이 된 후론...글쎄요.
그러나 록은님의 추석은 참으로 바람직한 그림입니다.
감사합니다. 솔숲님,
그랬죠. 어려서는 명절이 설레이는 기다림이었지요.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감정을 알런지요.
그래도 그 아이들에게도 나는 어렸을 때 이랬지...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