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
이소암
나비 한 마리
세 바위* 전설 궁금하여
바위를 두드린다
두드릴 때마다 열린다면
그건 문이 아니다
통로라는 것,
나비만 모른다
바위 틈새에
발 뻗은 조팝꽃
나비가 안쓰러운지
후다닥 피어버렸다
더더귀더더귀 새어 나오는 전설,
두 손 합창한 채 듣는
나비 귀는 충분히 슬프다
내일 비 오겠다
*세 바위-군산시 은파순환길 9에 있는 전설 속 바위.
썰물 시간
탁류*는 여전히 무르뫼**를 흐른다
어디가 푸른 바다일까
푸른 바다가 있긴 할까
체머리 흔들며 혼잣말하는 할머니,
고개를 오른다
퇴화된 지느러미로 오른다
고개말랭이 함석집
녹물 든 어항 같은 집,
출렁이는 세상 두려워
어항 속에서도 가끔 길을 잃지만
막막함을 애써 비질하지 않는다
썰물 시간,
오늘은 어느 모퉁이에서 길을 잃었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랫소리 들린다
이웃들은 사라진 지 오래,
속울음 열 뼘 깊은 장독대 항아리만
엎딘 채 숨죽여 듣는다
고개말랭이 밤이 깊다
아랫마을 탁류는 여전히 어슬렁거리고
어둠 곁 흘러든 별빛 유난히 희다
* 탁류 - 채만식 소설 『탁류』 차용
** 무르뫼 - 군산의 우리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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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 / 이소암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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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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