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 아침, 오래 전에 계획된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나서시 전에
티비 뉴스를 통해 잔혹한 장면 하나를 보게 되었다.
40대 남성이 아내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남친과 아내와의 사이를 불륜으로 의심하여
아내를 데리고 어릴적 친구였던 초등학교 동창 남자의 집앞으로 가서 그 친구를 불러내
아내가 보는 앞에서 무차별 살인을 하고 도망쳤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무설재 신선과 나란히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오늘의 여정을 설명하고 있던 차에 보여지던 화면은 너무나 처참하여
헉, 할 말을 잃었고 저토록 증오의 감정을 가질만큼 골이 깊어진 부부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싶었다.
결국은 남편의 과도한 집착과 낮은 자존감에 의한 오해였고 그것이 한 사람의 생명줄을 마감시켰으며
두 가정이 파탄나고 양쪽 집안의 아녀자들은 고통의 수렁 속에 빠지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을 터.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리도 험악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먹고 살기 바쁘던 시절에는 제 살길에 치어
옆도 뒤도, 가까운 사람도 친구도 지인도 돌아볼 새가 없이 미친듯이 달려야 했다.
그 갈길 바쁘게 살아온 덕분에 쥐어쥐게 된 경제적 윤택에 힘입어 어느 날 문득 잊혀지고 잊고 살았으며 잃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
지난 추억들을 불러 모으고 소환하여 과거 찾기 열풍이 불어대기 시작하던 이래로 사실 그동안 별별 사건들이 많기는 했었다.
아니어도 각종으로 다양한 불륜 사건들도 많았으며 별별 희귀한 일들도 많았지만 간통죄 마저 페지되고
얼씨구나 싶은 음지의 연애사들은 날개를 달고 양지를 향해 수시 모드로 진입하더니만 어느새 공개적인 양상을 펼치며
연일 유,무명인들의 사연들이 사람들의 귓등으로 온갖 억측과 소문으로 떠돌더니
이젠 도를 넘다못해 급기야 다양한 부류의 동창생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만만하기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별별 해프닝들이 소문의 진원지요 중심선상에 우뚝이라
토요일 아침에 벌어진 사태인즉은 동창생을 불륜 상대로 낙인 찍고 못숨을 해치는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요즘은 늘어가는 것이 사이코 집단들인 것 같고 앞 뒤 생각 없이 그저 단순하게 욱 하고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정신이 불완전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득세하는 것이 마치 유행이라는 듯이 사회적인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길을 나려서는 발길이 어쩐지 우스꽝스런 모습이 되었고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 또한 쥔장의 일상은 아니니 난 모르쇠로 길을 나설 수밖에...하여 차량 안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을 온갖 간식거리들을 챙기고
바삐 준비하는 와중에 소풍하면 떠오르는 계란까지 삶아서 피크닉 가방 하나 가득 불룩하게 들고 나섰다.
그야말로 무설재 신선과 길을 나설 때는 기껏해야 물 한병 챙겨가는 것이 고작인데
친구들 주려고 바리바리 이런 저런 먹을거리를 챙기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릴 적 소풍길과 다름 없더라는 말씀.
그렇게 준비를 마친 쥔장을 위해 무설재 신선의 에스코트 아래 친구들이 쥔장 픽업을 위해 들를 안성맞춤 휴게소를 향해 가려는데
그놈의 비는 또 왜 그리 억수같이 내리는지 과연 이길을 나서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나들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쓸데 없는 기우는 버려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싶을 만큼 25인승에 탑승한 친구들과의 차안에서의 수다 삼매경은 기분좋음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쥔장이 준비한 온갖 간식거리가 그들에게 활력을 주었음은 말할 것도 없음이니 역시 준비의 달인인 쥔장의 섬세함이 빛을 내는 순간이기도 하렸다?
어쨋거나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도로가 막히거나 말거나 그동안에 밀렸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전반에 걸친 별별 주제는 버스안의 토크쇼를 방불케 하였으니 참으로 진지하고도 유쾌하더라는.
그렇게 바쁘지 않게 움직이면서 비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며 괴산 산막이길을 걷는 묘미와 재미는 그야말로 굿굿굿.
지난 번에 맑은 햇살 아래 걸었던 맛과는 또다른 묘미를 선사하나니 비오는 날의 유람선도 두배의 운치를 더하더라.


웬만해서는 주말에 산막이길을 찾는다? 그것은 걸어가기 힘든 어깨끼리 부딪혀가며 엉킨채로 걸어야 하는 곳이지만
비가 오는 주말엔 역시 발길이 뜸한지라 그야말로 고즈넉하고 낭만에 밥 말아먹을 만큼 한가롭고 좋기만 하더라는 것이니
비오는 날에 어디론가 가고 싶은 사람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찾아들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어쨋거나 말이 옛길이지 역시나 관광길로 조성된 산막이길 또한 너무나 획일적인 모습엔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었으나
초딩 동창들과 함께 하는 자리인 만큼 여기저기서 웃음 보따리 만개하나니 도대체 왜, 누가 동창들을 이상한 눈으로 본다는 말인가.
무슨 일이던지 어떤 상황이던지간에 기본과 원칙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면 별 일이 없겠다만서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또 그리 쉽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동창들과의 만남과 모임은 그야말로 나이 들어가며 만나는 인생의 좋은 동반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놈의 감정선의 찌꺼기들이 문제이긴 한가 보다...살인을 불러올 만큼.
좌우지간 온갖 즐거움의 끝을 보고 나서야 수안보로 날아가 "청솔식당"에서 맛보는 산채정식은 그야말로 에너지 넘치는 식사가 되겠다.
약속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하였으나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는 순간 음식 모두에게서 에너지가 발산하는 느낌이 확 들어서
그동안 맛보았던 천편일률적인 산채 정식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좋았구만
시선만 강탈한 것이 아니라 맛까지 일품이었으니 혹시 수안보 온천엘 가게 되거들랑 꼭 들려보시길 강추한다.
다양한 반찬도 일품이지만 코다리 고추장구이와 계란물 입혀 부쳐나온 손두부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은 먹어봐야 아는 법.
사실 식탐에 빠져 사진 촬영은 아쉽게도 못했지만 청솔식당 - 043 846 6373 - 을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쇠락의 길을 가는 수안보 온천을 보면서는 마음이 아팠다.
한때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온천지였으나 지금은 유명무실 그 자체요 언제 불야성을 이뤘던 곳인가 싶게
쓸쓸함을 넘어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비오는 주말 거리에서 애닮음이 묻어난다.
하긴 해외 여행하기 어려운 시절이야 수안보로 신혼여행도 가고 온천여행도 다녔을테지만
요즘은 뻑하면 해외로 고고고 이니 특별한 방법을 제시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마음이 변해버린 민심을 되찾긴 어려울 일.
강구할 방법 없이 그렇게 방치되는 수안보가 안타깝기 짝이 없어 마음이 좀 그러했지만 갈 길 바쁜고로 휘리릭.
문경새재를 향해 가는 길 자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또 얼마나 환상적이던지.



역시나 비오는 관계로 호젓하기 짝이 없는 문경새재 1관문길을 우산 쓰고 나란히, 비옷 입고 낭만에 밥 말아먹을 동심으로 걷다보니
새삼스럽게 일상에 지친 마음들이 편안하고 널럴해지며 여유까지 생김은 물론 감성마인드 스멀스멀 기어오르니 그 자체가 요즘 말하는 휠링이 되시겠다.
고로 비 온다고 해서 나들이길을 나서려던 것을 포기하지는 마시길 부탁드린다.
언제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기분좋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걷는 길은 또 그렇게 우리게게 추억 하나를 선사했다.
하지만 무엇을 하던지 간에 옥에 티 하나쯤은 있는 법.
문경 골짜기에 들어선 "설빙" , "스타벅스"는 발상의 전환이 딱이다 싶게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황이었고
참으로 역발상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싶었지만 속내까지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만은
막상 뚜껑이 열린 도시의 존재감들은 역시나 촌티를 벗지 못하고 완전한 프랜차이즈 이름값을 못하더라는 말씀이니
그렇게 전국 어디서나 충실하지 않고 맛이 똑같지 않은 행태는 결국 자신들에게 마이너스요 상술의 비루함 일테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더라 뭐 그런 말이고 결국은 가서 한마디 하고 부족한토핑 재료를 챙겨서 다시 만들어 먹었다는 말씀이렸다.
암튼 계획대로 일정은 잘 맞아떨어져 나들이는 풍성하고도 운치있게 끝나가지만 돌아갈 길을 생각해
문경에서의 고추장 액돌돼지구이는 생략하고 서울로 고고고...사당동에 입성하여 족발을 비롯하여 다양한 메뉴로 식탐을 즐겼다는 소식을 뒤로하고
내려준 곳과 반대쪽 안성맞춤 휴게소에 마중나온 무설재 신선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뿌듯하고 흐뭇하며 푸근하더라.
그렇게 마음에 맞는 서울하고도 우신초등학교 동창들과의 비오는 날의 나들이는 기분좋음으로 끝이 났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살이 났어도 그 전날까지 병원에 입원했어도 "쇼미더 머니"를 보느라 늦은 잠을 잤어도
역시 친구들의 힘은 대단하여 열성적으로 약속을 지켜낸 친구들에게 지면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한 주간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
어제 하루종일 찾아든 지인들과 다담을 나누느라 토요일의 여독을 채 풀지 못하였으나
그 또한 내 에너지의 원천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고
오늘은 바닥을 드러낼 에너지 충전을 위해 소소한 일상으로 자신을 잘 다스리며 쉬어가고자 한다.
첫댓글 동창들끼리 만나서 바람피는 경우 왕왕 있긴 있어요.
하지만 사실은 동창회여서가 아니라 그런 부류의 사람은 어디든 존재하기 마련이죠.
즉 동창회 때문에 바람이 났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제가 혼성팀을 구성하여 년중 너댓번은 외박을 하는 행사를 주관해 봤습니다만
사실 누구나 의붓증, 의처증은 조금씩 있는것 같아요.
특히 남성 대부분은 부인이 모임을 핑개로 외박 하는것 싫어해요.
부인이 하도 모임에 참석 하겠다 조르니까 몇 번 따라왔던 남편도 있지만 재미 없다고 빠지더군요.
둘레길인지 뭔지는 하도 많고 너무 편리하게 다듬어서 재미가 그다지 없는게 요즘 현실입니다.
ㅎㅎㅎㅎ 맞아요...동창이 문제는 아닌 거죠.
그리고 그놈의 둘레길은 정말이지 화가 날 정도로 난리굿인 듯.
어느 곳 하나 옛날 정취 그댈로 둔 곳이 없고 죄다 뒤집고 새로 만들고 천편일률적이기까지 하니...
스페인의 산타아고길 같은 것, 일본의 오헨리 순레길 같은 엣길 그대로나누면 어디가 덧나는지.
그러다보면 저절로 입소문이 나서 관광상품으로도 최고일텐데 아쉽습니다.
뭐 나라에서 하는 행정 짓거리들이 그렇긴 하지만 말이죠.
그것 뿐이겠습니까?
잘 다녀온 나들잇길이었네요. 내 동창생들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테고...
익숙한 지명들이네요. 난 지난 21~23일까지 전남 강진과 무안으로 사모님들과
나들이 쉬면서 잘 다녀 왔어요.
지리산으로 간다더니 강진, 무안으로 방향 전환을 했구만요.
잘 다녀왔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운전하느라 피곤은 두배 이상이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