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국(48) 전 e캐피탈 대표는 29일 "1999년 9월 30억원을 투자해 BBK와 동업계약을 맺었다가 2000년 2월 28일 이후 김경준씨에게 지분을 모두 넘기고 관계를 정리했다"며 "이 과정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e캐피탈의 BBK 투자금 30억원은 이덕훈(62) 흥농종묘 전 회장이 멕시코계 세미나스에 흥농종묘를 넘긴 뒤 보유하게 된 매각대금으로 마련했다"며 "검찰도 BBK-e캐피탈 간 자금 거래 내역을 이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 |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16일 오후 국내에 입국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BBK는 이명박 후보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BBK 설립 초기 김씨와 동업했던 홍종국 e캐피탈 대표는 검찰에서 "BBK 설립 과정에서 이 후보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다. [중앙포토] | | | 홍 전 대표는 대주주 자격으로 BBK에서 1999년 9월부터 금감원에 의해 등록 폐지가 됐던 2001년 4월까지 등기이사로도 일했다. 본지는 홍 전 대표와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갖고 BBK 투자 및 동업 경위, 이 후보와 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29일 오후 사업차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떠났다. 다음은 홍종국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위한 설명)
-김경준씨와는 어떤 사이였나.
"(90년대 후반)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에서 함께 근무했다. 내 팀에 오영석(Bobby, 전 BBK 이사)이 있었고, 이보라(김경준씨의 부인)씨도 그쪽(김경준) 팀에 있어 서로 잘 아는 사이다. 99년 초 김경준씨와 오영석씨가 차익거래 펀드회사를 창업하자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나는 99년 6월 살로만스미스바니에서 알게 된 흥농종묘의 이덕훈 회장이 창투사인 e캐피탈(자본금 100억원)을 설립하면서 스카우트해 대표를 맡게 됐다." (※BBK란 이름은 Bobby의 B, 이보라의 B, 김경준의 K에서 따왔다고 함)
-BBK에는 어떻게 30억원을 투자하게 됐나.
"99년 9월 김경준씨가 '삼성생명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금융감독원에 일임자문업을 빨리 등록해야 한다'며 투자를 요청했다. 등록 요건상 자본금이 최소 30억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50대50으로 회사를 운영하자고 제의했다. 당시 김경준씨가 차익거래 펀드 매니저로 유명할 때였고 주가 프리미엄도 없이 투자하는 조건이어서 같이 해보기로 결정했다. 이덕훈 회장에게 "회장님이 합작회사의 앵커(버팀목)가 돼주시라"고 설득해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김경준씨가 당장 돈이 없다고 해 투자계약서에 '지분의 절반인 30만 주를 김경준에 되판다'는 옵션 약정을 만들어 일단 60만 주를 모두 인수했다."
-BBK와 동업관계는 왜 청산했나.
"99년 10~11월께 약정대로 김경준씨가 30만 주를 되사갔다. 그런데 이듬해 2월 말께 김경준씨가 나머지 지분도 인수하겠다고 요청해 왔다. 당시 실무자들이 '김경준씨의 회사 경영이 불투명하다"고 보고했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원금에다 이자를 합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우리 지분을 정리한 시점은 정확히 2000년 2월 28일 이후다. 검찰에서 e캐피탈 투자와 관련한 자금 내역을 계좌 추적을 통해 상세히 확보하고 있다. 원래 투자계약서는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된 것으로 당시 실무 직원들로부터 들었다."
-김씨는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한다.
"이 후보와 전혀 관계가 없다. 김경준씨는 당시 e캐피탈이 보유했던 나머지 지분도 사서 미국계 투자회사에 비싼 값에 팔아 넘기려는 딜(Deal)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딜이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이 후보가 BBK를 소유하려면 우리 지분부터 샀어야 하지 않았겠나. 당시 우리와 BBK 간 자금거래 내역을 보면 2000년 2월 21일(이면계약서 작성일) 시점에서 이 후보가 61만 주 전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면계약서 내용은 성립할 수 없다. 당시에는 김경준씨가 증권사 있을 때 받은 성과급으로 되사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MAF(역외펀드)의 펀드자금을 유용한 것 같다. 금감원 검사결과를 보니 MAF 펀드자금을 유용한 게 드러났다."
-BBK 동업을 할 때는 어떤 일을 했나.
"같은 창투사인 오리엔스캐피탈에서 100억원 넘게 MAF 펀드에 유치해줬다. 오영석씨는 삼성생명에서 100억원을 유치해 BBK의 파트너가 된 거였다."
어느 측이 진실이냐에 따라 BBK 실소유주 논란은 조만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e캐피탈과 김경준씨의 돈거래 흐름을 추적해 실제로 양측의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경준씨가 한국 검찰의 수사력을 너무 얕본 것 같다"며 "이면계약서가 김씨를 옭아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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