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아, 그 사람’이 되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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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누가복음 19장의 삭개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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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해서 주님을 만나고 변화되었을까요?
예수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주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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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갔을 때,
예수님이 “삭개오야” 하고 이름을 불러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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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의 인생이 바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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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중에 여리고로 들어갔을 때
가이드 목사님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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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는 때가 되어 그냥 집사가 된 ‘그냥 집사’와
“아, 그 집사!”라고 불리고 생각나는 ‘아, 그 집사!’,
이 두 종류의 집사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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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목사님의 어머니는
‘그냥 집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님이 전화 심방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가족의 이름과 가정의
기도 제목을 다 알고 이야기하실 때
‘아, 그 집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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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다음 주부터 장작을 패고
교회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교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봉사를 30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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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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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김춘수, 〈꽃〉)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를 돌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아, 그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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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마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냥 그 사람’이 아니라
‘아, 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공동체는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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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쩌면 당신은 마음의 상처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직 두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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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리라.
사람 때문에 아파하지 않으리라’ 하면서
자꾸 숨어 들어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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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에게 히브리서의 말씀은 큰 힘과
위안이 되어주며 “상처와 두려움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돌아보고
격려하며, 하나님 마음이 있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라고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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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서 기자는
모임에 관한 본문의 말씀을 전하며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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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그리하자”라는 말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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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앞서 권면한 일,
즉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일,
모이기에 힘쓰는 그 일들이 쉽지 않으리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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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더라도 서로를 사랑으로 격려하며
더욱 애쓰자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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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오늘 당신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믿으며,
당신에게 권면하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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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우리를 각 교회 공동체로 불러주셨는데,
이 공동체가 피상적 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섭리적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고 “더욱 그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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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님은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가리켜
“우리의 이상이 실현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영적 현시대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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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우리의 공동체는 내 이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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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나님의 인격에 중독된 사람들이
서로서로 사랑으로 격려하고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그것을 이루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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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때,
그 공동체를 통해 우리 가운데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삶의 모습이 만들어지며,
각 사람이 영적으로 자라고,
서로를 붙들어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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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음 알기, 김병삼 / 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