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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봉에서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송 얼음골 전경. 해발 62m의 거대한 인공폭포와 태극방향을 이루는 얼음골계곡 물길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왼쪽 뒤 저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영덕 팔각산이다. |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에 위치한 청송 얼음골은 해월봉 2부 능선 돌무더기 사이에서 찬바람과 함께 얼음이 맺히는 곳이다.
밀양 얼음골이 주차장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걸리고 정작 얼음이 어는 지점은 햇볕이 내리쬐는 데다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고 있는 반면 청송 얼음골은 주차장에서 폭 20m의 계곡을 징검다리로 건너면 곧바로 만난다. 이곳에는 약수터 조성을 위해 굴을 만들어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약수를 뜰 수 있어 한여름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 굴 위쪽에도 찬바람이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피서지로 애용하고 있다.
청송 얼음골에서 930번 지방도를 타고 영덕과의 경계를 지나 5㎞쯤 떨어진 지점에는 옥계계곡이 있다.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위치한 옥계계곡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 아래로 이름 그대로 옥같이 맑고 투명한 계류가 흐르는 절승지. 청송 얼음골 물과 포항 죽장면 하옥리계곡수가 합류하는 이곳은 특히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 광해군 때 선비 손성을이 이처럼 빼어난 절경에 반해 옥계계곡에서 경관이 으뜸인 자리에 침수정이란 정자를 세워 '옥계37경'을 명명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이번 주 산행지는 청송 구리봉(595m)~해월봉(610m). 앞서 뜬금없이 옥계계곡과 청송 얼음골을 장황하게 늘어 놓은 이유는 들머리가 옥계계곡 인근이고 날머리가 청송 얼음골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봉우리는 인근에 우뚝 솟은 국립공원 주왕산과 팔각산 동대산 바데산의 명성에 가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이 점이 되레 때묻지 않은 청정 산길임을 뒷받침하는 보증수표이지 않을까.
산행은 영덕군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옥계유원지 매표소(선경옥계 표지석)~송이채취 안내판~전망대~송이채취 움막~안부 사거리~김녕 김씨묘~541봉~잣나무숲~임도~경주 이씨묘~원구리 갈림길~구리봉~해월봉~돌탑봉~얼음골 전망대~목책~돌다리~얼음골 약수터.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계곡이지만 산길은 샘터 하나 없는 전형적 육산이다.
GPS 트랙 / 트랙 맵매칭 / 트랙 jpg파일 |
팔각산장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를 바로 건너 포장로를 따라 간다. 입구 좌측엔 옥계유원지 매표소, 우측은 '선경옥계(仙境玉溪)'라 적힌 대형 표지석이 서 있다. 잠시 뒤돌아보자. 상어이빨처럼 솟은 봉우리가 팔각산이다.
120m쯤 뒤 좌측 계곡 쪽으로 내려선다.
계곡과 나란히 50m 정도 걷다 물을 건너 잡풀숲을 뚫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해 좌측 병풍바위
청송 구리봉~해월봉 고도표 |
쪽으로 붙어 나아간다. 살짝 오르면 비닐하우스를 지나고 곧 이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비록 묵었지만 의외로 길이 있다. 8분 뒤 갈림길. 얇은 판자가 걸려 있는 우측으로 향한다. 간벌 후 뒷정리를 하지 않아 나뭇가지가 길을 막고 있다. 뚫고 오르면 무덤과 만난다. 무덤 좌측으로 오른다. 역시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60m쯤 올라서면 나아진다. 숲사이로 우측 바데산, 좌측으로 팔각산 능선이 보인다.
차츰 경사가 심해진다. 무덤에서 8분 뒤 부처손이 널려 있는 전망대에 서면 들머리 팔각산장 주차장과 팔각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20m쯤 올라서면 이곳이 송이가 나는 산임을 알리는 얇은 판자가 걸려 있다. 이후부터 10분 정도는 살인적 경사의 된비알. 낙엽까지 수북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우측 전망대가 하나 보이지만 앞서 본 풍경과 큰 차이는 없다.
이어지는 된비알. 가마솥 더위에 거의 쓰러질 정도로 힘들다. 6분 뒤 송이 채취 움막을 지나면서 경사는 누그러지고 솔가리길이 기다린다. 영덕에서 청송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후 안부 사거리. 좌측은 영덕군 달산면 도전리 옥녀암 방향, 우측은 옥계유원지 쪽, 산행팀은 직진한다. 역시 오름길의 연속이다. 20분 뒤 김녕 김씨묘를 지나면서 잠시 오르막은 주춤한다.
청송 얼음골 약수터. 여름철엔 온종일 물을 뜨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청정 산길이 한동안 이어지다 잠시 내려갔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서면 541봉에 닿는다. 김녕 김씨묘에서 19분. 이때부터 그간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541봉은 청송 영덕 포항의 경계 지점이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이 길은 '좌 포항, 우 청송'으로 이어지는 시군 경계길. 그러니까 이 길 좌측으로 포항 하옥리계곡, 우측으로 청송 얼음골계곡이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는 고개가 된다는 산경표의 주 이론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곧 좌측으로 잣나무숲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이 우로 휘더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안부를 지나면 이내 임도에 내려선다. 우측 청송군 부동면 진흥사, 좌측은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 방향. 잠시 땀을 식히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감상한 후 임도를 건너 바로 산으로 올라선다. 경주 이씨묘를 지나며 오름길이 이어지고 이후 우측으로 잠시 평편한 길이 지속되다 3분쯤 오르면 무명봉. 돌과 나뭇가지가 널려 있는 거친 길로 내려서다 급경사길로 치고오르면 갈림길. 우측은 원구리로 가는 탈출로. 체력이 부치면 이 길로 하산해도 된다.
이어지는 완경사 오르막. 도중 1시 방향으로 저 멀리 해월봉이 보인다. 이후 산길은 능선으로 올라가지 않고 8부 능선쯤에서 우측으로 돈다. 운동장 트랙으로 비유하자면 안쪽으로 도는 셈이다. 길은 반듯하지만 잡풀이 웃자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도중 길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주변 산의 조망이 가능하다. 맨 왼쪽부터 숲사이로 일부만 보이지만 팔각산과 그 우측으로 바데산 동대산 내연산 삼지봉이 확인되고, 동대산 좌우로 경방골과 마실골의 위치가 가늠된다.
다시 직진한다. 완만한 오름길이다. 좌측으로 잣나무가 또 보인다.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져 지그재그 오름길로 변한다. 5분이면 구리봉 에 올라선다. 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정상석도 없고 '구리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한가운데에는 밀양 박씨묘가 자리잡고 있다.
날머리인 얼음골까지는 2㎞. 이제 해월봉을 향한다. 두 번의 내리락오르락을 반복하면 해월봉. 6분쯤 걸린다. 역시 조망은 없다. 이정표 옆에는 나무를 베어 만든 조그만 벤치가 여러 개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벤치 좌측에 보이는 '등산로 아님'이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사실은 등산로다. 이 길로 가면 낙동정맥 통점령과 만난다. 이 능선 우측 계곡 건너 보이는 산줄기인 팔각산도 양설령을 거쳐 주산재로 이어져 결국 낙동정맥과 합치므로 결국 두 능선이 일정 거리를 두고 낙동정맥과 만나는 셈이다.
본격 하산은 벤치 우측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만나는 돌탑봉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지만 능선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돌아나간다. 돌탑봉에서 8분 뒤 만나는 전망대에선 발아래 거대한 폭포와 태극 방향을 이루는 얼음골계곡 물길이 눈길을 끈다. 비록 인공폭포지만 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신다.
산행은 막바지. 수차례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면 숲사이로 얼음골 유원지가 보인다. 돌길이 끝나면 목책을 따라 동선이 안내된다. 도중 얼음골의 원리가 숨어 있는 대형 너덜을 본 후 돌다리를 건너면 '해월봉 등산로 입구 1.5㎞'라 적힌 안내판을 지난다. 얼음골 약수터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또 다른 돌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난다.
산행 도중 바라본 풍경. 들머리 팔각산장 주차장과 저 멀리 팔각산이 보인다. |
# 떠나기 전에
- 1억3000만 원 들인 높이 62m 얼음골 인공폭포 장관
청송 얼음골은 밀양 얼음골에 비해 지명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경북 내륙지방에선 꽤 유명한 여름철 관광지이다. 청송은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고 있는 밀양 얼음골과 달리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얼음물이 나오는 지점에 굴을 조성해 찬바람을 돌 틈 사이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약수터의 유량도 많아 여름철이면 항상 물을 뜨려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얼음골의 명물 폭포는 청송군이 지난 1999년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1억3000여만 원을 들여 천연 암벽에 계곡수를 끌어올려 만든 인공폭포. 처음보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귀띔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높이 62m로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는 매년 1월이면 폭 100m의 얼음벽을 조성해 청송 주왕산 빙벽대회를 개최한다.
폭포에서 약 150m쯤 영덕방향으로 가면 곡각지점에 인공폭포만큼은 못 돼도 제법 큰 규모의 절벽이 하나 보인다. 원구리다. 이번 산행 중 탈출로의 날머리이기도 한 이곳은 옛날 원님이 말을 타고 순시차 절벽을 넘다가 말과 함께 절벽 밑으로 떨어져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즉 원님이 떨어진 굴이라는 의미란다.
구리봉과 해월봉은 왜 이렇게 불리게 됐을까.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풀이했다. 구리봉은 산아래 굴이 있는 봉우리라, 해월봉은 정상에 오르면 달(月)과 등불을 밝힌 고깃배가 떠다니는 동해바다를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한다.
# 교통편
- 갈 땐 영덕에서 들어가고, 올 땐 청송에서 부산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울산 포항 경주 7번~포항 위덕대학교~포항 안강 7번~포항 울진 7번~울진 영덕 7번~위덕대학교 지나~울진 영덕~삼사해상공원 지나~팔각산 청송 달산 914번 지방도 좌회전(대금기사식당)~달산면 안내판~부남(팔각산 옥계유원지 주왕산) 좌회전~옥계2교 지나자마자 팔각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팔각산장 간판) 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시외버스(포항 경유)는 오전 7시5분, 7시52분, 9시41분에 있다. 3시간 걸리며 1만1600원. 영덕터미널에서 옥계유원지행 버스는 오전 9시50분, 11시40분에 있다. 30여 분 걸리며 3260원. 날머리 청송 얼음골 휴게소 앞에선 청송터미널행 버스를 탄다. 오후 3시30분, 6시30분. 청송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분, 6시에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6100원. 또 얼음골 휴게소에서 오후 3시20분 영덕과 청송의 경계까지 가는 버스가 한 차례 있다. 여기서 영덕터미널행 버스가 연계된다. 영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5분, 5시32분, 7시5분(막차)에 있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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