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문장
고은산
동쪽의 살결을 벗겨가는 햇살들이
사라지고 먹구름이 덮쳐간다.
날씨 방향 나침반은
외로운 지향성을 유지하고
평온을 상실할 때
발톱 끝의
허공에 대한 타격 쪽으로
이끌린다. 바람의 객지에 대한
응답이 세차면 세찰수록 비참해질 수 있다.
1.
지구 대서양 한 쪽에서 바람이 찢어놓은 형상은 헐거운 혁대의 감각으로 흩어져 운다. 그 바다 한 쪽에서 폭풍우의 강한 갈퀴 속성들 사방으로 뒹군다. 지상에선 그 폭풍우 영향으로 많은 수직의 형태들 평면으로 납작 엎드린다.
기상예보의 냉소적 발음들을 지느러미로 밀어내고 해양을 가로지른 원양어선의 현재는 참혹하다. 그릇된 출항 결정으로 빚어진 핏기를 상실한 입술의 개수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슬피 운다.
한낮, 태양 광선이 죽은 곳은 가끔 대재앙의 뼈다귀들을 풀어 놓는다.
이어진 해외 뉴스에서 이국 땅, 어느 해변 쪽 가난한 어민들의, 폭우로 인한 흙탕물의 박편들을 너는, 포르말린 눈빛으로 보고 망막 일부가 먹먹해진다.
빈민들의 목구멍으로 드나드는 부패한 식성들,
2.
너의 머무는 곳으로 사방을 훑으며 건너 온, 태풍의 근력이 폐차장쪽으로 머리를 기울인다.
바람의 할퀴는 손끝으로 매달린 눈시울은 폐지로 된 문장을 읽는다.
운명을 고민하던 집이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다.
병풍으로 존재하던 모든 보호막들이 위태롭고 그 형태들이 안절부절 못한다.
난파선의 깃발을 움켜쥔 네 심장 쪽으로 상어 이빨이 으르렁댄다.
한 빈농의 작고 헐거운 비닐하우스가 머리를 잃고 황폐한 배꼽을 드러낸다.
모든 형태의 재난 재갈은 단단한 퇴비들의 뭉침,
모든 재난의 입덧은
생포된 포로들의 감각처럼 나타난다.
거칠게 발가벗겨진 피부를 옹호하는 지상의
많은 혀들 그들의 혀 위에
쌓이는 자비심,
풍경처럼 울리는 그 혀들의
문장 구사들이
재앙에 허덕이는 빈자들에게
자몽의 삶을 이끈다.
빈자들의 안구 속, 등대 불빛이
만선으로 쌓인다.
약력
본명: 고은산 필명: 고은산 출생: 전북 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