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고 홀로 남겨지고, 도무지 살아간다는 것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술 퍼먹어서 몸만 상하고, 아내가 모아둔 돈은 룸싸롱에서 탕진하고, 술 취해 죽으려고 차와 박치기 해서 머리 수술 받고 뇌진탕 판정을 받아, 2 주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아산병원에 있다가 동해병원 갔다가, 3 주 이상 입원이 안된다고 해서, 집에 갔는데, 어지러워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딸들에게 추한 모습은 보이기 싫어 연락을 안했다. 전부 외국 나가 있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가 요양병원에 가라 해서 요양병원에 5 개월 있다가, 지루해서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하고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다시 술 퍼먹기 시작하다가, 죽을 것이 뻔하고 이대로 죽으면 딸들에게 창피할 거 같아, 아파트에서 묵호시내에 원룸을 얻었다.
밥을 사먹으면서 무작정 묵호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화분 하나,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나를 닮아있는 것 같아, 집에 가지고 와서 영양제 주면서 살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고, 어느덧 그것이 내 유일한 일이 되었다.
화분은 베란다에서 내 친구가 되어갔고 나는 녀석들과 대화를 했다.
같은 원룸의 선배가 묵호노인회관에 가면 밥을 준다고 했다. 다음 날 등록을 하고, 직원의 노인 프로그램 소개 중에 노래교실에 등록을 했다.
노래가 나를 살렸다. 노래를 배우면서, 앞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나를 찾아갔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이제 홀로 살 수 있을 거 같다. 과거의 습관이었던 글쓰기와 책읽기가 다시 찾아왔다.
하루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베란다에 나가 녀석들을 관찰하고 담배 피고
일주일에 두 번 노래교실 가서 노래부르고.
Oh, my god, enjoy my life!
이제 시작이다.
베란다에서 가만히 오감을 느낀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을 안하면 오감이 느껴진다. 호흡도 느낀다.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있다.
방에 들어와 책을 읽으면 또 새로운 세상이다. 글을 쓰면서 여행을 떠난다.
노래 부르면서 사람들과 공감한다. 대화한다. 또 새로운 세상이다.
이제 겨우 살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