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The phantom of Glast heim -2-
이걸 쓴 바보 니케君
어두운 공간에 단지 촛불 하나로 시야가 확보되는 좁은 공간. 곰팡내와 살이 썩는 냄새 그리고 죄신들의 고통을 표현하듯 이 곳에 켄이 있었다. 수족은 사슬로 묶여 자유를 잃어버린지 오래고 켄의 흰 머리카락은 자신의 피에 물들어 붉에 변해 있었다. 얼굴과 몸 이곳저곳은 멍과 상처들 투성이였고 그 중 깊어보이는 상처에는 이미 살이 썩어들어가 켄의 썩어가는 살을 먹기위해 탐욕스러운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상처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봐, 리비오. 밖이 시끄러운데.."
"오늘이 공주님의 결혼식 날이니깐."
"그게 오늘이였어?"
"그래."
"그렇군.. 쿨럭!"
뱃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잠시 후 입 속에서 비린 맛이 났다. 켄은 입 속에 고인 비린 맛이 나는 액체를 밖으로 내뱉었고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켄의 입에서 나온 붉은 액체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곳은 이미 피가 말라버릴 정도로 많은 피가 바닥을 붉게물들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뭐가?"
푸른 옷을 입고 톱날과도 같은 검날을 가진 검을 손에 집은 사내는 켄의 옆으로 다가간 후 켄의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 주었다. 켄은 고문으로 인해 부어버려 흐려진 시야로 리비오를 바라보았다.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와 푸른 옷 그리고 죄인들을 고문할때 그들의 원망과 저주가 담긴 시선들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쓰고 있는 괴물의 형상을 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내가 자신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고 있는 것이다.
"너만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구나."
"네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
리비오는 자신의 허리춤의 수통을 꺼내 켄에게 수통 안에 들어있는 물을 먹여주었다. 시원한 느낌이 목 안으로 아무 저항없이 타고 들어왔지만 그 맛은 피 때문에 비리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리비오의 이렇게 사소한 도움이 아니였으면 한 달동안 이어진 죽음보다 심한 고문들을 버티지 못하고 이미 죽어버렸을 것이다.
"고맙다."
"이 정도라도 해줘야지."
"그건 그렇고 공주님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싶군."
켄은 힘 없이 늘어진 고개를 온 기운을 내어 천천히 들어 루실이 결혼식을 하고 있을 수도원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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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글레스트헤임의 백성들의 환호, 따사로운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루실은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지하묘지 위에 세워진 대성당이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이 이 곳은 음산하고 싫다면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지만 룬 글레스트헤임의 전통으로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에 루실은 이 수도원에 들어와서 신랑인 폰 라파엘 공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실은 슬픈 눈으로 대성당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수도원의 문이 열리고 검은 갑옷을 입고 들어오는 흑발의 미청년이 들어왔다. 시리우스였다. 그는 루실을 힐끗 쳐다보더니 루실의 옆으로 저벅저벅 다가와 바로 옆에 서 멈추었고 주례사에게 손짓을 하여 시작하라는 뜻을 보였다.
"시작하시지요."
"어흠. 그럼 지금부터 시리우스 폰 라파엘 공작님과 루실 룬 글레스트헤임 공주님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주례사가 결혼식 시작을 선언하자 장내는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이 늙은 주례사의 주례만이 이 수도원 안에 울려퍼졌다. 루실은 면사포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 살짝 자신의 주변을 보았다. 이 곳의 국왕인 자신의 아버지는 무언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과 공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그 옆에 서 있는 붉은 갑옷을 입고 있는 레이드릭 형제는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란뮬트는 루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 옆에 서 있는 크리스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란뮬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고 있었다.
"에... 그럼 신랑인 시리우스 폰 라파엘 공작님은 루실 룬 글레스트헤임 공주님을 신부로 맞아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예."
공작의 힘찬 대답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주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질문의 대상을 루실로 바꾸었다.
"그럼 신부인 루실 룬 글레스트헤임 공주님은 신랑 시리우스 폰 라파엘 공작님을 신랑으로 맞아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네.."
갈라진 목소리로 루실은 겨우 대답을 하였고 그것을 들은 주례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대사를 이었다.
"그럼 반지교환 후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맹세해 주세요."
시리우스는 자신의 갑옷의 건틀릿을 벗어 자신의 옆에 놓고는 반지를 잡아 루실의 작고 연약한 손에 씌어진 하얀 장갑 위로 금색의 아름다운 반지를 루실의 손에 끼워주었고 루실도 시리우스의 커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시리우스가 루실에게 다가와 루실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루실에게 가져갔다. 루실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자신의 눈을 조용히 감았다. 시리우스의 숨결이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관계자 이외의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굳게 닫혀있던 대성당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루실은 눈을 뜨더니 문이 열린 쪽을 향해 쳐다보았다.
"켄?"
루실은 한낱같이 작은 희망을 가지며 바라 본 곳에는 한명의 피 묻은 병사가 서 있었고 그는 시리우스를 향해 걸어왔다.
"웃..."
피비린내가 루실의 코에 느껴지자 자신의 입과 코를 조그마한 손으로 가리고는 그 병사에게 떨어지기 위해 한발짝 뒤로 물러갔다. 하지만 그런 루실의 행동과 반대로 시리우스는 비틀거리는 병사에게 다가가 자신의 갑옷과 손이 피에 더러워지는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그를 부축했다
"괜찮은가?"
"루... 룬 미드가르츠의 공격이... 최종방어선 까지 무...너 졌습니... 다... 앞으로 반 시간 내로... 적이... 이곳에 들어!!"
병사는 끝까지 말을 마주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시리우스는 그 병사를 보고는 그의 눈을 감겨주고는 자신의 눈을 감으며 병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순식간에 수도원은 시끄러워졌다. 2대 강국이라 불리는 룬 미드가르츠가 조그마한 나라인 글레스트헤임에 침공함은 글레스트헤임의 멸망을 알리는 것과도 같았다. 게다가 이 곳에는 나라의 큰 경사로 인하여 방어선이 약해져 최종방어선이 무너진 지금 이 형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와 가깝다.
"공주님. 지하수로를 통해 이 곳을 국왕폐하와 함께 탈출하세요!"
"공작님은요!"
"저는 이 곳에 남아 두 분의 탈출까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겠습니다."
"하지만!"
루실의 말을 가로막듯이 시리우스는 자신의 손가락을 루실의 입술 위에 올려놓았다.
"이미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남아달라고 하는 것은 기사의 수치입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시리우스는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살며시 빼더니 루실의 손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공작님..."
삐이익!
공작이 휘파람을 불자 어디선가 힘찬 발굽소리와 함께 한마리의 검은 말이 뛰어 들어왔다. 시리우스의 애마인 블랙로드였다. 그는 땅에 떨어진 자신의 걸틀릿을 차고는 블랙로드의 위에 올라서면서 레이드릭 형제에게 외쳤다.
"레이드릭 경들은 기사단의 기사들을 이끌고 기사단에서 다가오는 적을 막아라! 수도원 앞은 내가 맡겠다."
"넷!"
레이드릭 형제는 큰 대답과 함께 기사단으로 달려갔고 시리우스도 공주에게 미소를 보이며 블랙로드의 머리를 수도원 입구로 향하게 하였다.
"공작님!"
"네?"
루실의 부름에 시리우스는 미소를 보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루실이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죽지마세요."
"물론입니다. 저는 글레스트헤임의 어비스 나이트. 절대로 쉽게 죽지 않을겁니다."
시리우스는 이 말을 끝으로 블랙로드를 몰고 수도원 밖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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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무거운 철창의 문이 열리고 약한 촛불의 빛이 어두운 시야에 익숙해진 눈에 들어오자 켄은 눈을 살짝 찌뿌렸다.
"리비오. 또 무슨일이야?"
철창 앞에 서 있는 리비오는 발걸음을 옮겨 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 춤에 차고 있는 자그마한 가방을 만지더니 그 안에서 흰색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더니 그 안의 내용물을 켄의 머리에 뿌리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거야?"
리비오가 뿌린 하얀 액체는 켄에게 고통을 앗아갔다. 크게 벌어진 상처가 서서히 오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상처사이로 흐르던 피가 멈추고는 새살로 상처가 덮어지며 잠시 후 고문으로 생긴 상처는 모두 사라져갔다.
"이.. 이게 어떻게.."
"조용히해."
리비오는 다시 가방에서 하나의 병을 꺼내와 켄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약초 특유의 씁씁한 맛이 느껴지며 아무 거부감 없이 목을 타고 넘어가 뱃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고통으로 날을 지세우며 피곤한 몸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정신까지 번쩍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모은 돈으로 산 하얀포션이다."
"그거는 네가 몇 달을 모아야 살 수 있는거잖아!"
리비오는 켄의 말에 아무 대답없이 켄의 손과 발에 채워져있는 족쇄를 풀어주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켄에게 말했다.
"이정도라도 해주는 것이 너에 대한 속죄일테니..."
"무슨 소리야."
켄은 여태 족쇄와 수갑으로 인해 뻐근해진 손목을 돌리며 리비오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룬 미드가르츠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룬 미드가르츠와?"
켄은 어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리비오를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선전포고도 없는 강국이 약국을 치는 일방적인 침략이지.."
"그럼, 폐하와 공주님은!"
"지하수로로 도망가셨어. 하지만 이 상태로라면 붙잡히는 것도 금방이겠지..."
"그런...."
켄은 리비오의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려왔다. 강국이 약국에대한 일방적인 침략에 대한 분노에겠지만 사실 그보다 공주에 대한 걱정에 자신의 마음에 대한 흔들림이였다.
"켄... 공주님을 부탁한다."
리비오는 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켄은 리비오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켄!"
리비오가 켄을 부르자 켄은 달려가다말고 잠시 발을 멈추어 뒤를 돌아오자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켄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 것을 받았다.
"가져가는 것이 좋을거야."
켄은 리비오가 던진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기다란 막대기와도 같은 물체였다. 하지만 손에 익은 느낌. 켄은 그 것을 받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물건의 이름을 불렀다.
"무라마사..."
"가라, 켄!"
리비오의 외침에 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들려있는 요도인 무라마사를 꽉 쥐고는 지하감옥과 이어져있는 기사단의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리비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톱날과도 같이 날카롭고 요철이 심한 검을 잡고는 철창의 입구로 걸어간 후 심호흡을 크게 쉬고는 자신의 날카로운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리비오의 어깨에 손이 올라왔고 리비오는 반사적으로 손이 나온 방향에서 반대쪽으로 뛰쳐나가 칼을 고쳐잡고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손이 나온쪽을 바라보았다.
"혼자만 폼 잡을 생각이십니까? 리비오 룬 글레스트헤임 왕자님?"
낯익은 목소리에 리비오는 고쳐잡은 칼은 땅으로 내리면서 콧웃음을 치고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말했다.
"왕자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인저스티스. 켄에게도 말하지 않은거라고."
"그럴 수는 없지요."
"이미 아버지에게 의절 당한 몸. 더 이상 왕자도 뭐도 아니다. 인저스티스!"
리비오의 부름에 인저스티스는 무릎을 꿇고 대답을 하였다.
"네."
"이 곳 죄수들의 방문을 열어다오. 이 곳에서 적을 맞이해 요격한다."
"알겠습니다."
이 백발의 2미터가 넘어가는 키를 가진 거인은 빠르게 움직이며 굳게 닫혀있는 국가 중죄범을 가둬놓고 있던 철창들을 열었다. 그러자 수갑과 족쇄를 찬 험악한 인상의 죄수들이 철창밖으로 하나 둘씩 빠져나오면서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괴물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대를 보았다. 리비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죄인들을 보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이름은 리비오 룬 글레스트헤임. 이 나라의 왕자였던 자다. 지금 이 밖에는 2대 강국이라고 불리는 룬 미드가르츠와의 전쟁으로 혼란스럽다."
감옥이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로 룬 미드가르츠와 글레스트헤임의 대치상황을 말하자 곧 감옥내는 엄청난 기세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리비오는 자신의 말을 끊지 않고 이어갔다.
"비록 그대들이 중죄인 들일지어도 내가 그대들의 자유를 보장해주겠다. 비록 아버지인 알프레드 룬 글레스트헤임 국왕과는 의정된 상황이지만 내가 나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대들의 자유를 이루워주겠다. 이 곳에 남아 룬 미드가르츠의 포로가 되어 죽고 싶은가 아님 그대들의 손으로 직접 자유를 되찾겠는다! 자아! 그대들의 옆에 놓여진 무기를 들어라! 그리고 그대들의 손으로 자유를 쟁취해라!"
"우와!"
리비오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연설에 죄인들의 함성으로 인해 언제나 고통에 절은 신음소리가 들려오던 감옥은 활기를 되찾았다. 룬 미드가르츠가 이 곳을 함락하면 원래 글레스트헤임의 죄인인 이들은 쓸모가 없기에 반드시 죽게 될 것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기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죽는 것 보다는 혹시라도 자유롭게 될지도 모른다는 한낱 같은 작은 희망을 가지고 리비오의 말에 크게 동요하여 너도나도 손을 들어 자신의 손과 발에 달려있는 족쇄를 풀어 인저스티스가 가져온 잘 손실된 칼과 창을 들고 이 곳에 찾아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저스티스, 미안하다."
"아닙니다. 저는 태어났을때부터 당신의 하인. 주인이 죽는 곳에서 같이 죽는 것이 마땅하지요."
"고맙다. 좋아!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곳에 오는 적을 요격하여 켄이 왕과 공주를 구할때까지 이 곳을 사수하는 것이다! 왠만해서는 적을 전멸시켜보자고!"
리비오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 곳에서 적을 요격하여도 이 곳에 있는 죄인들과 자신도 그들에게 죽을것을... 하지만 이런 나약한 생각보다는 한명이라도 더 많은 적을 물리치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칼을 꽉 집으면서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거인과도 같은 소리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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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달렸을까... 이미 눈에 익숙해진 어둠 속을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살려 달려가다가 모퉁이를 꺽자 눈이 부실정도로 환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한달동안 어둠에 대한 생활로 눈이 있는지 없는지의 생활로 인하여 빛이 눈에 보이자 갑자기 들어온 많은 빛의 양을 버티지 못하고 눈 앞에 깜깜해지면서 눈물이 흘렀다. 눈에 대한 보호를 위해 자연스러운 행동에 켄은 걸음을 잠시 멈추고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고는 어둠 속에 익숙해진 눈을 이제는 빛에 익숙해지기 위해 천천히 눈을 떳다. 오랜만에 보는 사물들의 확실한 모습. 켄은 빛을 향해 달려나갔다.
"욱..."
빛을 향해 달려나온 켄은 눈을 찌뿌렸다. 사방에 일부러 뿌린듯 퍼져있는 찐득한 붉은색의 액체와 선홍빛의 육편과 내장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빛을 통해 가장 먼저 본 것이 이런 것이다보니 얼굴을 찌뿌리며 옷소매로 자신의 코를 가렸다. 이미 자신의 피 냄새로 찌든 옷이였지만 다른이의 피의 냄새는 왠지 익숙해 질 수 없었다. 그러던 도중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었다. 붉은 갑옷. 피에 물든 붉은 갑옷을 입을 두명의 사내와 그 주변에 서 있는 십 여명의 사람들이였다. 그 중 하나는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한명의 여인도 눈에 들어왔다.
"레이드릭 경!"
켄은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기사단과 이어져있는 지하감옥의 입구에서 낯익은 얼굴이 다가오자 그란뮬트는 거칠은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여, 프로발트. 한달 동안 어디에 있던거냐!"
그란뮬트는 끈적하게 피에 젖은 건틀릿을 낀 손으로 켄의 가슴을 툭 쳤고 그란뮬트의 건틀릿에서부터 켄의 가슴에 이어져있는 붉은 실타래같은 피가 땅으로 떨어져 땅을 붉게 물들였고 켄은 비틀거리는 그란뮬트를 보자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그를 부축하였다. 하지만 그란뮬트는 켄의 부툭을 마다하면서 자신의 검을 지팡이 삼아 허리를 곧게 폈다.
"글레스트헤임의 붉은 이리를 우숩게 보지 말라고. 이래뵈도 아직 나와 크리스 그리고 여기있는 기사들로 병사 수백은 충분히 막을수 있을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란뮬트는 한쪽 손을 들더니 검지 손가락만을 곧게 피더니 좌우로 흔들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리비오님의 명령을 듣고 온거지? 우리도 리비오님의 부탁을 받았다고."
"네?"
그란뮬트는 자신의 옆에 있는 벽을 만지는 듯하더니 벽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란뮬트가 만졌던 벽이 위로 올라가더니 사람 한 명이 허리를 숙여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기사단의 비장의 비밀통로다. 곧장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지. 자, 그럼 그 말괄량이 공주님을 부탁한다!"
그란뮬트는 켄의 등을 떠밀며 조그마한 비밀통로로 밀어넣었다. 켄은 아무 말 없이 비밀통로로 들어간 후 작은 목소리로 그란뮬트에게 말했다.
"죽지마세요! 꼭 살아남으세요!"
"걱정말라고!"
그란뮬트는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그 손을 그대로 아까 전에 그란뮬트가 만져서 약간 튀어나온 벽돌을 내려찍어 벽돌을 부수자 비밀통로는 다시 굳게 닫히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그란뮬트였다.
"프로발트를 따라가지 않아도 되겠어? 엘리스."
"네. 저를 사랑해준 유일한 분인 레이드릭 경과 최후의 순간까지 같이 있고 싶습니다."
"엘리스..."
그란뮬트와 엘리스는 서로의 얼굴을 안타까운듯 쳐다보았고 그 가운데 있던 크리스는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흠. 애정행각은 전쟁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시라고요. 그건 그렇고 이 인원으로 몇 백을 쓰러뜨리는 것은 솔직히 과장인 것 같은데요."
"뭐, 그렇지... 크리스, 네 상황은 어때?"
크리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황인 알바레스트를 잠시 힘을 주어 약간 휘어보더니 그란뮬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크로스보우의 활 시위는 끊어진지는 오래고 알바레스트의 활대가 언제 부러질지 모르겠군요. 그것보다는 화살이 떨어져가요. 이미 30발 정도 밖에 남지 않았어요. 형님은 어떠세요?"
"검에 군데군데에 날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멀쩡하다구!"
그란뮬트는 자신의 오른팔을 올리고는 그 오른팔에 자신의 왼손을 올리며 끄떡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크리스는 이런 바보 형을 보며 고개를 좌, 우로 저었다.
"어라?"
그 순간 그란뮬트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크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그란뮬트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에 닿기 전에 그란뮬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엘리스가 자신의 온 몸으로 그란뮬트의 몸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곳에 있는 어떤이보다 가장 앞장 서서 적을 베기를 반복한 그란뮬트였다. 수십명의 병사를 베고도 멀쩡하다면 그 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괴물이다. 하지만 그란뮬트는 인간이다. 이 만큼의 피로를 멀쩡히 버티고 서 있을 만큼의 무쇠몸도 괴물 같은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엘리스는 그런 그란뮬트를 기가막힐 정도의 타이밍으로 그가 쓰러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피의 젖은 갑옷으로 무거워진 그란뮬트를 받아내기에는 여성의 힘으로는 무리감이 있는지 엘리스의 다리는 심하게 떨려왔고 엘리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힘을 주어 버텼다. 이빨이 입술을 파고들어 붉은 선혈이 아름다운 엘리스의 턱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 순간 엘리스가 느끼는 무게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아니 사라졌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형님같으니라고! 무리하지 말란 말입니다!"
"아하하, 미안, 미안."
크리스의 꾸중에 그란뮬트는 멋쩍은 듯한 웃음을 보이더니 다시 자세를 잡고 검을 지팡이로 삼아 일어났다.
"대장! 적이.."
쉬익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란뮬트와 켄은 아까 전 보초가 소리를 질렀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이미 화살로 인해 인간 고슴도치가 되어있는 보초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보초를 지나 빠르게 입구로 달려 들어오는 적군들이 보였다. 그들은 빠른 동작으로 자신들의 손에 들려있는 반쯤 당긴 활 시위를 완전히 땡긴 후 그란뮬트 일행을 향해 활 시위를 놓았고 활 시위의 탄력을 받고 날아가는 화살들은 마치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글레스트헤임의 최후의 기사들을 향해 날아왔다. 이 행동에 크리스가 활로 반격할 시단도 그란뮬트가 칼을 이용해 화살을 쳐 낼 시간도 주지 않고 화살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그란뮬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고통은 찾아오질 않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가 하고 생각하다 자신의 앞에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의 무언가에 이상함을 느끼고는 살며시 눈을 떳다. 그리고 찾아오는 경악의 순간...
"크리스! 엘리스!"
그의 앞에는 등에 수많은 화살을 달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낯익은 붉은 갑옷과 하늘거리는 메이드 복이 그의 눈 앞에 있었다.
"정말 멍청한 형님이라니깐.. 나는 언제나 손해만 보는 것 같아...
크리스는 그 말을 하고는 무픞을 꿇었다. 그리고는 이 한마디를 잊지 않고 말하였다.
"형님. 죽으면 안됩니다."
크리스는 이 말을 끝으로 옆으로 쓰러지고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우윽!"
엘리스가 자신의 앞에서 시뻘건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화살에 스친 상처때문에 이미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하늘거리며 아름답던 메이드 복도 이제는 붉게 물들어 땅바닥에 핏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엘리스.. 어째서..."
"저에게 삶의 의미를 준 레이드릭 님을 위해서라면야..."
그 말과 함께 엘리스는 그란뮬트의 가슴으로 쓰러졌다. 너무나도 가벼운 몸무게. 이 얼마나 갸녀린 몸인가. 엘리스는 이런 몸으로 그란뮬트에게 날아오는 수십발의 화살을 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글레스트헤임의 붉은 이리의 칭호가 울겠어요."
엘리스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피에 젖은 손을 힙겹게 들며 그란뮬트의 뺨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뜨거운 눈물 대신 끈적한 차가운 피가 그란뮬트의 뺨에 묻었다. 그란뮬트는 자신의 뺨에 있는 엘리스의 손을 붙잡았다. 서서히 식어가는 엘리스의 체온이 차가운 건틀릿을 넘어 피부에 직접 느껴지는 듯 했다.
"그란뮬트... 사랑해요..."
그란뮬트가 잡고 있는 엘리스의 손이 힘 없이 그란뮬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에.. 엘리스... 너 마저 크리스 처럼 내 곁을 떠나가는 것이냐..."
자신의 연인이 처음으로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주고 난 뒤로는 들을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란뮬트는 오열하였다.
"개 자식들!"
다시 한 번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의 줄기가 그란뮬트에게 날아갔다.
푸욱
날카로운 화살촉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정작 그 화살을 맞은 그란뮬트에게는 크리스나 엘리스와 같은 붉은 피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여 그 화살들은 그란뮬트의 몸에서 하나, 둘씩 스스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룬 미드가르츠의 병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쓰러진 엘리스를 잡고 있던 그란뮬트는 엘리스를 차가운 바닥에 눕히고는 서서히 일어났다.
"너희들을 위해 흘려줄 피 따위는 없다. 네 놈들을 위한 온정 따위도 없다. 나 여기서 너희들을 위해 한마리의 붉은 이리가 되어주마! 이 곳이 네 놈들의 무덤이다! "맥시마이즈 파워!""
순간 그란뮬트의 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그란뮬트의 근육이 이상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자신의 생명을 깍아 몸을 한계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레이드릭가의 비술 그 금기를 깨고 자신을 위해 죽어간 엘리스와 크리스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부수어가면서 그들의 원혼을 달래고자 하기 위해 눈 앞에 보이는 룬 미드가르츠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엘리스, 그리스 약속을 못 지킬것 같구나... 니플헤임에서 다시 보자!"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들을 헤치며 그란뮬트는 자신의 검을 고쳐 잡고는 적들을 향해 휘둘렀다.
" "매그넘 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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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켄은 자신이 빠져나온 기사단 쪽에서 붉은 화염의 폭발과 함께 기사단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켄은 그 모습을 보면서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단 쪽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레이드릭 경... 편히 쉬십시오."
켄은 어쩐지 서글픈 연기를 푸르른 창공으로 올리고 있는 기사단을 등지고 수도원으로 달려갔다.
작가 후기
- 드디어 2부가 써졌군요. 스크롤의 압박이 있겠지만 여기까지 봐주시는 당신 정말 고마워요~
- 다음은 마직막 화인 3부 입니다~
- 이곳에 나온 몬스터를 모두 맞춘다면 당신은 라그 매니아~
- 오타 지적 받아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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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오노 휴우미씨 같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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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에그, 비극이로군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