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으로 유명한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의 소설 가운데 '저저세계 펠루시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본터라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떤 과학자가 땅을 파고 지하로 돌아다닐 수 있는 기계를 타고 지구 내부로 나아가던 중 지저세계를 발견한다는 내용입니다. 가벼운 흥미위주의 SF소설로, 워낙 인기가 좋아 타잔이 지저세계로 가는 편도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땅파는 기계 때문입니다.
땅을 파고 지하로...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런 기계를 못 만들 일이 없습니다. 인간들의 굴파기 역사는 오래되었고, 더구나 요즘과 같이 지상이 좁다하여 사방팔방 굴을 뚫는 것을 볼 때 분명 저러한 기계가 있을법하지요. 네, 그래서 있습니다. 굴파기기계, 이른바 Tunnel Boring Machine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따온 TBM 공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른바 TBM이 파놓은 굴 뒤에 미리 조립된 터널라인을 삽입하여 굴파기와 굴 완성하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TBM을 그리 본일이 없지요? 인력을 동원해 드릴로 굴을 뚫고, 또는 단단할 때는 폭파공법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가 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TBM 공법을 이용하지 않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미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이 뾰족한 드릴과 같은 형태일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TBM은 앞이 평평합니다. 크기도 다양하지만 사실 굴을 파고 지주터널을 삽입한다고 생각해보면, 차나 지하철이 다니기 위해서는 저 정도 크기는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TBM의 머리 부분은 뚫어야 할 곳의 암석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하긴 사암질과 화강암질은 확연한 차이가 날테니 말입니다.
길고 거대한 이것을 쑤셔넣는 겁니다.
그럼 여기에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TBM 공법을 쓰지 않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쉽게 얘기해서 채산성이 맞지 않습니다. 일단 기계 자체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저걸 설치하는데도 만만찮은 비용이 듭니다. 한마디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지요. 따라서 TBM을 이용하여 터널을 뚫으려면 상당히 긴 구간을 뚫을 때 사용하여야 비용 대비 효율이 나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렇게 긴 터널을 뚫고 있는 곳이 없고, 그러기에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 그리고 이러한 공법을 이용하려면 공법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써먹을게 아니라면 교육비용, 설비비용, 설치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음... 단지 저 기계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고집하는 정신나간 시공사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사진 모음
reference http://express.howstuffworks.com/exp-tunnel.htm http://www.subversiveelement.com/Dulce.html http://www.civil.usyd.edu.au/future/undergraduate/geotechnical.shtml http://www.ocrwm.doe.gov/factsheets/doeymp0001.shtml http://www.darkroastedblend.com/2008/11/humongous-tunnel-boring-machines.html http://en.wikipedia.org/wiki/Tunnel_boring_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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