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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3 (수) 韓, 김건희 의혹규명 요구… 尹, ‘의혹들 허무맹랑’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10월 21일 회동이 끝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A4용지에 적힌 257자 분량의 짧은 메시지로 만남의 결과를 전했다. 회동에 배석하지 않은 박정하 실장은 한동훈 대표로부터 구두로 결과를 전해 받았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회동 뒤 주변 인사들에게 “필요한 얘기들, 할 말을 가감 없이 다했다”고 말하며 면담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동훈 대표는 앞서 밝힌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조목조목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3대 요구 수용을 최소한의 조건,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의 요구에 부정적인 이유를 하나하나 거론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구를 둘러싼 갈등 끝에 어렵게 만났지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각자 할 말만 한 채 합의문 발표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빈손’ 회담에 그쳤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왔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면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 3대 요구 사항 尹 사실상 모두 일축한 듯
박전하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3가지 방안,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사항들 설명 및 해소 그리고 특별감찰관 임명의 진행 필요성을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정하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감대 여부는 용산 대통령실에 확인해 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을 언급하는 것은 피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대표가 내놓은 3대 요구 사항에 윤석열 대통령 역시 사항별로 부정적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인사에 구체적인 잘못이 없지 않나. 확인되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에 대해선 “이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의혹 규명 절차 협조에 대해선 “현재 나오는 의혹들이 다 허무맹랑한 것들 아니냐”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의 핵심 요구 사항을 모두 일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회동 전부터 측근들에게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들의 인적 쇄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대표는 주변에 “대충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를 원하는데, 대통령과 반씩 주고받을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동훈 대표의 3대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양측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해법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참모를 한동훈 대표와의 정원 산책에 동행시킨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회동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사전에 예고한 것으로 읽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언론에 배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회동 사진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예상된 회동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 대표의 김건희 여사 해법에 대해 대통령실이 계속해서 불쾌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친한(친한동훈) 진영의 인사는 “여당 대표가 계속해서 민심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애초 합의 나올 면담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물어보라”는 한동훈 대표 측 브리핑과 달리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의 3대 요구 사항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과 답변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회동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며 당정 화합을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이에 여당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하나 되자’는 말을 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당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인적 쇄신 등 3대 요구에 대한 시각 차가 큰 상황에서 면담을 통해 합의나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10월 16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당정 화합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측의 제안으로 이날 면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 면담은 사실 당정 관계 봉합을 위한 의무방어전 성격이 강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굳은 얼굴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당대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응시하는 대통령
10월 21일 오후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분위기는 대통령실이 배포한 몇 장의 사진이 대변해주는 듯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면담은 이날 오후 4시 54분께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시작돼 오후 6시 15분까지 81분간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참모들과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10여분간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전 경찰의 날 행사에서 현양된 4인의 경찰 영웅과 오후 영국 외무장관과의 만남, 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동훈 대표를 파인그라스 내부로 안내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내부로 안내할 때 "우리 한동훈 대표님..."이라고 했다며 애써 부드러운 분위기로 포장하려 했으나, 배포된 사진을 보면 결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잔디밭을 걸으며 담소를 나눌 땐 일부 웃는 사진도 있었지만,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테이블에 양 손을 뻗어 얹고 밀리지 않겠다는 듯 잔뜩 노려보는 것같은 표정이 담겼다.
한동훈 대표는 현안 자료가 든 것으로 보이는 빨간 파일을 테이블 위에 놓고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는 듯 보였다. 정진석 실장은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듯 한동훈 대표의 왼쪽에 앉아 아래를 보고 있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라인' 등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사항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할 것을 요청했다.
● 한동훈 대표, 브리핑 하지 않고 바로 자택으로 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은 즉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동훈 대표가 원하던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초 한동훈 대표는 면담이 끝나고 국회에서 직접 브리핑할 것을 검토했으나, 그냥 자택으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몫이 됐다. 대통령실은 보다 자세한 서면 브리핑을 내겠다고 했다가 결국 하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는 당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잔디밭에선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면담에는 정진석 실장이 배석했다. 결국 잠시라도 대통령과 당대표가 둘이서만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없었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 24일과 9월 24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단체 만남이라서 자세한 현안을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 한동훈 대표는 이후 계속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해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동훈 대표는 제로 콜라가 제공됐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면담에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만남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과 국정 난맥으로 엉망이 된 여권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민주당 "딱딱하게 굳은 윤 대통령 얼굴... 한동훈 결단할 시간"
야권은 즉각 반응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아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만남에 쏠렸던 국민의 마지막 기대는 차갑게 외면당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받아낸 성과는 전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역시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오늘 두 사람의 면담을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단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불통의 면담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며 "면담이 시작될 때 벽처럼 딱딱하게 굳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밖에 없는 결과"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은 절망스럽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이제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을 때 어떤 심판이 닥쳐오는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또한 한동훈 대표를 향해서는 "이제 남은 판단은 윤석열 대통령과 공멸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뿐"이라며 "지금까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단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한동훈 대표 자신이 결단해야 할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앞으로 있을 특별검사 도입 법안에 찬성 표를 던져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자들과 만난 조승래 대변인은 "회동 자체가 처음부터 탐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용한 것도 없고, 결과도 없다"라며 "브리핑할 게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회동은 생전 처음 본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건 정말로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며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그만큼 여당 대표와 여당을 가볍게 생각하는 방증"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나마 한동훈 대표와 여당이 국민 여론의 작은 부분을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그조차 수용 못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편협함, 민심 외면이 단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평가였다.
● 개혁신당 "면담 내용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
개혁신당 역시 김성열 수석대변인 명의로 "불통과 무능만 확인한 빈 쭉정이 면담"이라고 논평했다. 김성려 대변인은 "여당 대표가 공개 제안을 하고도 면담 내용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유례없는 최악의 결과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면담이 되었다"라고 직격했다. 특히 "이번 면담의 유일한 성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한동훈 대표의 무능을 확인한 것 뿐"이라며 "더 이상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기대를 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이다. 부질없는 희망은 버리고 특검을 통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신당 역시 김건희 여사 특검 대열에 동참할 것임을 재차 분명히 한 셈이다.
가을 '실종', 패딩 팔아야"… 재고 쌓인 패션타운, 눈물의 '땡처리’
10월 21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중구 '동대문 패션타운'에 위치한 A 여성 의류 전문도매상가. 이곳에서 도매로 옷을 판매하는 최모씨(38)는 가게 안의 가을옷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 가게에는 외투 안에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와 카디건 등이 진열돼 있었다. 그는 "보통 8월 휴가철부터 추석 이후까지 가을옷을 판매하는 시기"라며 "올해 가을은 짧을 것 같다고 해서 가을옷 제작 수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는데도 재고가 남는다"고 밝혔다.
◆ 역대급 더운 여름 끝나자 바로 겨울… 10월에 등장한 코트·목도리
지난달까지 이어진 무더위가 끝나자마자 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옷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고심이 깊다. 의류 도매업계에선 "가을이 순삭(순간 삭제)"됐다며 재고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0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년 연간 폭염일수는 지난 9월까지 30.1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으로 본다.
반면 한파 특보는 최근 3년과 비슷한 일자에 발효됐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상특보 자료를 보면 여름 이후 가장 처음 발효된 한파 특보는 △2021년 10월16일 △2022년 10월17일 △2023년 11월6일로 기록됐다. 올해는 지난 19일 강원도 북부 산지에 한파특보가 처음 내려졌다. 여성 의류 전문도매상가 안은 겨울 준비에 한창이었다. 매장 안에는 갖가지 색의 니트가 진열됐고 겨울 패딩과 무스탕 등 두꺼운 외투도 걸려 있었다. 코트 위에 목도리가 둘려 있는 마네킹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의류 판매상들은 사라진 가을에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B 의류 전문도매상가에서 옷을 판매하는 김모씨(53)는 "여름이 지나고 바로 겨울이 됐다"며 "12월 말이면 봄옷이 들어오는데 11월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남는 가을옷 재고를 싼 가격에 일명 '땡처리' 하기로 했다. 그는 "도매상 옷을 싸게 사 가는 사람들이 있어 저렴한 가격에 보내고 있다"며 "가을옷 매출은 작년 대비 3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소매상들도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C상가에서 브랜드 의류 매장 매니저로 근무하는 정모씨(49)는 "가을 재킷은 걸어 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이런 후드티도 입기 애매하니 잘 안 산다"며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같은 상가에서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사장 정모씨(53)는 "가을옷 매출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며 "재고를 안 남기려 가격을 낮춰 판매했다. 남은 재고는 매장 사이사이 진열해놓고 계속 판매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 "차라리 겨울옷 살래요" 눈 돌리는 소비자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가을옷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25)는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없이 바로 겨울로 넘어가니 가을옷 말고 겨울옷을 사자는 생각"이라며 "가을에 새 옷을 입고 코스모스 축제 같은 곳에 가는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코스모스 축제도 반소매를 입고 간다. 가을옷 입는 재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기학자인 조천호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데이터를 살펴보면 봄과 가을 등 환절기 길이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대신 여름이 길어지며 봄은 좀 더 빠르게, 가을은 좀 더 늦게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기에 가을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천호 박사는 여름이 길어지는 경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온실가스는 배출이 된 이상 사라지지 않아 전체적인 추세로 보면 기온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꽉 막힌 연어들의 고향… 정말 심각한 연곡천
강과 바다 사이에 모래로 이루어진 길이 형성되었다. 산과 들판에서 흘러내린 모래알들이 모여 언덕을 이루었고, 이 길은 바다와 강을 연결하면서도 동시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원래 물과 모래는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야 하지만, 모래언덕이 그 흐름을 막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방문한 하천변에서 갈매기는 바다를 바라보고 한가로이 노닐고 가마우지는 강가에서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물줄기를 따라 오가는 바다생물과 민물고기들은 설 자리를 내주고 멀리 달아났다. 하천 물속은 썩어가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30여 년 전 은어를 잡고 천렵(냇물에서 고기를 잡는 것)을 했던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지만, 이제 그 모습은 상상 속에만 남아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연곡천 이야기다.
◆ 바다생물의 고향 연곡천
강릉 연곡천은 오대산과 소금강 수림 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1급수를 유지해 토속 어종인 뱀장어, 메기, 붕어, 피라미가 자생하는 곳이다. 자신이 태어난 강의 물 냄새를 맡고 찾는 연어, 은어, 황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동해로 흐르는 강이나 냇가에만 산다는 꾹저구(망둑엇과에 속한 민물고기)가 많아 지금도 옛날의 향수를 이어받은 전문 음식점들이 연곡 읍내에 있다.
◆ 모래 길이 막힌 하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은 고성의 명파천에서 삼척의 가곡천 지류까지 산과 계곡에서 흘러온 모래가 바다로 이어진다. 백두대간에서 내려온 토사가 파도에 의해 해안선을 따라 긴 모래사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모래가 하천 하류에서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해,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모래언덕이 형성된다. 이는 하천과 바다의 상호작용이 차단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연곡천은 오대산과 소금강 지류에서 흘러온 모래가 모이는 하천이다. 원래 이 모래는 바다로 흘러가 해변을 형성해야 하지만, 그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모래 공급이 차단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류에 퇴적된 모래의 양은 약 20만㎥로 추정된다.
해안침식을 연구하는 장성렬 박사는 "연곡천 하류에 쌓인 모래는 15톤 트럭 3만4000대 분량입니다. 이 모래가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간다면, 동해안 해변의 연안침식 문제 일부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며 "연곡천은 강과 바다의 흐름을 방해하는 모래톱을 제거해 모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 영진항 퇴적의 원흉
영진항은 항구 입구에 모래가 퇴적되어 1년에 3~4회 준설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는 연곡천에서 바다로 흘러가야 할 모래가 항구 입구에 쌓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어선들이 무리하게 교행하다 충돌 사고가 자주 일어나며, 선박 하부가 지면과 닿는 사고도 빈번하다. 그러나 관계 기관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모래를 퍼내는 임시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
홍성문 영진어촌계장은 "영진항은 동해안에서 항구 입구 퇴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입니다. 어선끼리 충돌하거나, 제때 어업을 못 해 발만 동동 구를 때가 많습니다"라며 "연곡천에서 내려온 모래톱의 중앙을 터주면 항구로 유입되는 모래가 사라질 텐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 생태계가 무너진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지역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기에 자연적으로 수질 정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지역이 차단되면 오염 물질이 축적되어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 이미 물 흐름이 차단된 연곡천 하류는 오염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끼가 끼고 하천 바닥은 검은 오염물질로 뒤덮여 있다. 강릉시는 연곡천 하천 정비 명목으로 하천에 우거진 초목과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등 하상 정비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하상 구조가 바뀌면서 연어, 은어 등 물고기 자연산란장이 훼손됐다. 한 마을 주민은 "물길이 막혀서 물이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강릉시에 여러 차례 갯터짐을 요청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어요"라며 "2022년부터 연곡천 생태하천을 조성했지만, 물 흐름을 가로막는 모래톱을 제거하지 않으면 맑은 하천이 될 수 없습니다"라며 관계 기관의 대책 부족을 비판했다.
상류로 갈수록 오염이 심각해지고, 바닥은 메말라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모래는 차단되었고, 하얀 모래는 검게 오염되었다. 새들은 먹이를 찾아 나서지만, 메마른 하천에는 먹이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 연곡천이 좋아 터를 잡았다는 김아무개(79)씨는 "이렇게 막힌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모래가 썩고 냄새가 나서 물고기도 사라지고 그 흔하던 달팽이마저도 보이지가 않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모래 퇴적은 바다로 공급되는 영양염류를 차단해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모래에 의존하는 조개와 패류뿐만 아니라, 암반에 붙어 자라야 하는 해조류도 모래 퇴적으로 인해 암반에 부착할 수 없게 된다.
국립원주대학교 해양생태환경학과 이충일 교수는 "강에서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바다로 흐르지 않으면 해양 생태계의 영양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는 해양 생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바다와 강물의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연어의 고향, 연곡천 그 기능을 잃다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 동해안으로 향하는 큰 하천에서는 부화한 연어들이 산란과 수정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의 중상류는 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모래와 자갈이 넓게 분포하여 연어가 알을 낳고 보호하기 좋기 때문이다. 연곡천은 연어가 올라오는 생태하천으로, 수산자원공단이 매년 연어 포획장을 설치한다. 포획된 어미 연어에서 성숙한 난과 정액을 인공 수정하여 건강한 어린 연어로 성장시킨 후 방류한다.
연어는 2~5년 동안 북태평양을 경유하여 2만km의 여정을 거쳐 동해안 모천으로 회귀한다. 바다에서 전 생애를 보내며 성장하지만 산란철이 되면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먼 길을 찾아온 연어는 산란할 장소를 바로 앞에 두고 갈 길을 포기해야 한다. 연곡천으로 오르는 길목이 거대한 모래톱으로 막혀있고 좁다랗게 터진 물길은 오르기엔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연어와 같은 회유성 생물은 양쪽 생태계를 오가며 에너지를 전달한다. 산림과 강이 건강해야 바다가 건강해지고, 바다가 건강해야 산림과 강도 건강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하구에 쌓인 모래를 제거하여 연어가 회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강릉시와 수산자원공단은 생태하천인 연곡천 관리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센터 관계자는 매년 관할 지자체에 모래 준설을 요청하지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연어가 오르는 시기에는 직원들이 연어길 터주기 작업을 하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연곡천은 연어 자원 조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존에 힘쓰고 있지만, 천변 하구에는 동해생명센터에서 설치한 연어 포획 금지 현수막만이 길가에 걸려 있다.
영진어촌계원인 김아무개씨는 "연어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연어 포획금지라는 문구만 걸려있고 그마저도 거꾸로 매달린 채로 있다. 연어 자원 보존에 관심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혀를 찬다. 연어뿐만 아니라 다른 바다생물들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어 같은 회유성 어종들은 각 생태계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생물들을 끌고 다니는 특성이 있다.
산란을 위해 연어가 하천으로 이동할 때 수달 같은 동물이 연어를 잡아먹기 위해 강가에 모여든다. 연어를 잡아먹은 육상생물은 연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숲속으로 전달한다. 어린 연어가 성장을 위해 바다로 나갈 시기에는 강 입구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그 물고기들을 잡아먹기 위해 갈매기 등 많은 새들도 몰려든다. 강과 바닷길이 차단된 연곡천은 회유하는 연어도 고기를 잡는 낚시꾼도 볼 수가 없다.
낚시하러 온 김아무개씨는 "예전에는 천으로 오르는 물고기가 많았고, 이 시기에는 많은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는데, 물길이 차단되면서 강으로 오르는 물고기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연곡천은 동해바다와 강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로,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생물들과 모래 위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의 서식지다. 이제는 자연이 고향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때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 옥녀봉 풍경 속으로....!!!!!!!
18번째 절기 상강(霜降)....... 서리가 내릴만큼 쌀쌀하다
명륜2동 행정복지센터
황소마을 대봉감나무......
19번 국도 남원로.......
천매봉길
하양공원........
남원주중학교
떨어진 은행알이 뒹구는 단구근린공원 시벽.......
옥녀봉 들머리 81계단.......
백운산 조망.......
치악재........
구름에 덮인 치악산맥........
옥녀봉 쉼터.......
명봉산 - 배부른산 조망.......
비바람에 떨어진 도토리.......
10:10 옥녀봉 230m 정상에.......
단구공원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둘레길에.........
단구공원 보행육교........
10인 10색전이 열린 원주아트갤러리........
여성가족공원...... 대왕참나무 단풍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원주우체국 / 강원지방우정청
구곡택지 시네마 11번가.......
남원로.......
주공 명륜2차........
17:03 금대리행........
17:15 바른요양병원장례식장에......
17:34 원주로.......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