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묵상] 성육신 예수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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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탄생을 성육신(incarnatio)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으로 나셨다는 뜻입니다.
요한복음에 말씀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로고스( λόγος)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온 피조물과 친히 사랑의 관계를 맺으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깊은 섭리요 진리의 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진리가 사람의 몸으로, 구체적인 한 인격으로 나타난 것이 예수님의 탄생 성육신입니다.
예수님은 고귀한 왕실에서 황태자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식민지 유대 땅,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습니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예수님보다 더 큰 능력을 보여준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병자를 고치고, 죽은 사람을 살리고, 귀신을 쫓아낸 것은 예수님만이 아닙니다. 베드로도 바울도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렸으며, 많은 귀신을 쫓아냈습니다.
예수님은 5병2어의 기적으로 만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였지만, 어차피 점심 한 끼 식사였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장장 40년 동안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와 메추라기로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였습니다.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셨지만, 수제자인 베드로 한 사람조차도 주님을 따라 물 위를 걷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의심으로 가득 찬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따라 홍해를 육지처럼 건넜습니다. 나타난 결과로만 본다면 모세의 기적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능력을 보이시려면, 십자가에서 고통 속에 죽으실 것이 아니라 저 높은 하늘에서 천둥 번개를 번쩍이고 우렛소리를 쿵쿵 울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기적을 나타내려면, 예수님 자신의 말씀처럼 열두 군단의 천군천사를 불러 로마군대를 단번에 몰아내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입니다(마태복음 26:53).
그러나 예수님에게는 모세가 가지지 못했고 다른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십자가의 죽으심에 나타난 사랑의 인격입니다.
예수님은 귀신을 쫓아내는 능력가가 아니라, 병든 인격을 치유하고 죄인을 구원하는 영혼의 빛이었습니다.
메시야는 전지전능한 초능력자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십자가의 희생제물인 하나님의 어린양(Agnus Dei)으로 오셨습니다. 이것이 성육신의 비밀, 어린양의 비의(秘義)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메시아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는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같고,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았다."(이사야 53:7)
글 | 이우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