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포스코센터 앞에는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이란 설치미술 작품이 있다. 포스코의 의뢰로 제작돼 1997년 설치된 이 작품은 비행기 잔해인 고철 수백 점으로 만들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구겨진 금속 덩어리 같지만 멀리서 보면 한 송이 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재료들을 공수해 와 포스코 사옥 앞에서 조립하기로 했는데 고철 수집상으로 보내졌다가 나중에 회수해 겨우 조립 작업을 마쳤다. 당시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나라 재정이 거덜난 상황에 이런 곳에 돈을 쓰느냐는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20억원이란 비교적 헐한 값에 들여 왔는데도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느낀 일부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때 이전이 검토되는 등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키 큰 소나무를 심어 가리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 작품은 2016년 세계적인 미술 분야 인터넷 매체인 아트넷뉴스가 발표한 '가장 미움받는 공공 조형물 1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작품을 제작했으며, 미니멀리즘을 선도한 미국의 유명 회화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가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해 87세인 그가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부인 해리엇 맥커크가 밝혔다. 갤러리 소유자인 제프리 다이치가 유족의 연락을 받고 고인의 죽음을 AP에 알렸다.
스텔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미술계를 대표한 인물로 색상과 형태를 끈질기게 탐구한 혁신가라고 NYT는 설명했다. 1936년 5월 12일 매사추세츠주 몰덴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프린스턴대에서 역사와 미술을 공부했다. 당시 대다수 미국 화가들처럼 추상표현주의에 경도된 그림을 그리다 1950년대 말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크고 간결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혁신적인 회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어두운 색상의 줄무늬 사이에 칠하지 않은 캔버스를 가느다랗게 드러내는 '블랙 페인팅'으로 20대에 일찍이 명성을 얻었다. 평면적이고 단색인 데다 패턴을 적용한 스텔라의 작품은 빌럼 더코닝, 잭슨 폴록 등 1940∼50년대 뉴욕 미술계를 지배했으며 다채롭고 활기찬 화법을 구사한 추상적 표현주의자들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고 WP는 설명했다.
1960년대 초에 캔버스 틀의 모양에 따라 작품의 디자인이 결정되는 주제를 더욱더 복잡하게 변화시킨 연작을 그렸으며, 이런 목적을 위해서 금속광택의 물감과 불규칙한 형태의 캔버스를 사용했다. 1960년대 중엽에는 기하학적인 형태와 곡선적인 형태가 서로 교차하며 형광빛을 띠는 생생한 색의 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영향력 있는 회화연작에서 여러 가지 색을 이용하여 작업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말에 가장자리가 분명하게 처리된 이전 작품의 양식과 결별하고, 감각적으로 채색되고 혼합 매체로 이루어진 부조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 작품들은 아라베스크 무늬라든가, 운형(雲形) 곡선, 그밖의 유기적인 형태를 띠었다.
그는 1990년대에는 조각품과 공공예술로 눈을 돌려 포스코센터 앞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 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 동관 앞 흰색 조형물 등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뉴욕에 있는 제프리 다이치 갤러리에 전시돼 있다. 다양한 색채의 조각들은 규모가 엄청나며 심지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다이치는 "그의 최근 작업들은 놀라운 것이었다"며 "그는 자신이 보여준 작업들은 새로운 그림의 공간을 창출하고 회화와 조각을 융합하는 수십년의 노력이 결집된 것이었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