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생각났다
강해자
아가미에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넣고 내장을 꺼내다가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뭉클하게 만져지는 촉감에
손끝이 움찔해지는
40년 차 주부의 조기 손질이란 것이
이순耳順이 지난 오늘에도
이렇게 어색하기만 한데
명절이나
잔칫날이면
부엌 앞에 쪼그리고 앉아
능수능란하게
생선 비늘을 걷어내셨던 어머니,
머리에 붙어 있던 생선 비닐을 떼어 주면
멋쩍게 웃으시며
‘에구 비린내야’ 하시던
그 싱그런 웃음과 함께
오로지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가족들 그 모습만 생각하며
힘들게 생선을 다듬느라
바쁜 손마디를 끝내 펴지 않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삶을 정렬整列하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참 길었다
아니 길기만 하였으면 좋으련만
또한 얼마나 꼬였던가
그동안 무얼 했는지,
순조롭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나의 숨구멍을 위해
그저 꿈틀거리기만 했을 뿐
왜 한 번쯤
시간을 박차고 나오려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새벽이면 또다시
목을 곧추세우며 울어대는 수탉처럼
내게도 정해진 운명 속에 가야 할 길이 있다면
하루하루
부대끼며 즐거워하며 울고 웃으리라
다만 맞아야 할 운명의 시간만큼
내 마음의 길목을 열어
희락喜樂과 애로愛怒의 간격을
감히 맞추어보리라
앞으로 나란히
좌우로 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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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생각났다 / 강해자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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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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