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목)
정원이 예쁜 한울타리민박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과 정성어린 아침(토스트와 누렁지탕)을 대접받고 길을 나섰다. 아침 8시다. 온 사방이 비안개로 촉촉하다. 13코스는 무릉외갓집에서 시작하여 용수포구까지 이어지는 해변길이다. 무릉외갓집은 이곳 무릉2리 주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마을기업으로 농부들이 정성으로 길러낸 농산물을 집까지 배송해주는 협동조합이다. 넓은 들판에 펼쳐진 밭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신도저수지가 나오고 이어서 신도 생태연못을 만난다. 이곳은 철새들이 찾아와 추운 겨울을 나는 자연습지다. 조금 더 가니 녹남봉(표교 100m)으로 길이 이어진다. 녹남봉 정상에는 원형분화구가 있는데 이를 가메창이라고 한다. 분화구 안에는 삼나무로 두른 감귤원과 밭이 있고 둘레에 보랏빛 분홍빛 예쁜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녹남봉을 한바퀴 두르고 내려오면 폐교된 초등학교에 차린 도예작업장인 산경도예가 나오고 거기서 중간 스탬프를 찍었다. 이제 길은 해안 쪽으로 이어진다. 도구리 해안입구에서 신도포구까지 바당올레다. 바닷가 바당올레에는 용암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도구리가 여럿 있다. 도구리는 나무나 돌의 속을 둥그렇게 파내어 돼지나 소의 먹이통으로 쓰는 함지박이란 뜻의 제주어다. 해변의 바위가 둥그렇게 파인 도구리 안에 파도에 휩쓸려 물고기, 문어 등이 들어온다고 한다. 신도포구에서 농로를 지나면 수월봉(표고 78m)이 나온다. 경사길을 잠시 오르면 고산 기상서비스센터가 나오고 그 옆으로 지붕이 날렵한 수월정 정자가 서 있다. 수월정은 차귀도, 죽도, 눈섬, 당산봉, 산방산, 한라산까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다. 탁 트인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다소 가파른 포장길을 따라 수월봉을 내려오면 바닷가 쪽으로 엉알길이 나타난다. 수월봉 아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르는데 화산분출물이 겹겹이 쌓여 아주 신비로운 줄무늬가 만들어져 있다. 이 큰 규모의 화산절벽을 따라가는 길이 엉알길로 평탄한 산책로가 닦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유람하고 있다. 비가 오면 물이 절벽을 따라 흐르는 모습도 볼만하며, 절벽 곳곳에서 솟는 샘물을 ‘녹고물’이라고 부르는데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의 전설이 얽혀 있다. 엉알길 끝이 자구내포구이고 여기서 바다를 등지고 당산봉(표교 148m)을 향해 오른다. 입구에 있는 전망이 좋은 카페(바람과 언덕)에서 시원한 주스로 목을 축이고 계단을 잠시 오르니 정상이 나온다. 단산봉의 옛이름은 당오름이다. 옛날 당오름 산기슭에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이 있었는데 이 신을 사귀라고 했다. 바다 쪽으로 긴 능선이 생이기정 바당길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절벽 위로 풀밭과 억새길을 따라 좁은 길이 이어지는 생이기정은 바닷바람도 시원하고 완만한 해안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로 앞바다에 내려다 보이는 차귀도와 작은 섬들의 앞과 옆, 뒷모습이 차례로 바뀌는 풍광이 아주 멋지다. 차귀도는 죽도와 와도 등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로 고산리 해안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제주에서 제일 큰 무인도다. 차귀도란 이름은 옛날 중국 호종단이 제주에 왔다가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날 것을 경계하여 지맥과 수맥을 끊고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수호신이 매로 변하여 이 섬 근처에서 폭풍을 일으켜 돌아가는 길을 차단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까지 내려오면 이제 한경해안로를 따라 12코스 종점인 용수포구에 이른다. 용수포구의 옛 이름은 지새개다. ‘지새개’란 기와를 뜻하는 제주어로 옛날에 이곳에 기와를 굽던 도요지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내일은 이번 일정을 끝내고 오후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 약 2킬로를 더 걸어서 용수교차로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오늘은 모두 3만보 20km를 걸었다.
6월 24일(금)
어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까지 줄곧 내린다. 참 반가운 비다. 어쩔 수 없이 오늘 계획했던 13코스 걷기는 다음으로 연기하고 쉬었다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바로 갔다.
[올레길 여행 참고내용]
- 타마라호텔 : 서귀포터미널 길 건너편 언덕에 위치, 2인 1실 하루 37,000원으로 가성비 좋고 깨끗함
- 호정이네(제주은갈치조림 전문식당 T.064-794-3222) : 올레 10코스 종점 인근 모슬포호텔 인근에 소재(대정읍 하모항구로 22-11) 제주조림 2인분(35,000원)이면 긴 은갈치구이 한 마리가 서비스되고 맛이 아주 좋음.
- 한울타리 민박(T. 064-901-9999) : 올레 11코스 종점 무릉외갓집 인근. 정원이 잘 꾸며져 있으며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함, 아침 제공
첫댓글 희국이가 역시 글솜씨가 특출하네요.
마지막의숙소,식당정보는 다들 유용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네요
7-1,7,8,9,10,11,12,13코스정보도
와~ 대단합니다
6일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총132km를 걸었으니 하루 평균 22km를 걸었네요
대단한 체력과 튼튼한 다리를 가진 친구들.....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