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청주시내에 있는 청주문화관 숲속 갤러리에 작품을 관람하러 갔다. 평소 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생님들의 작품을 볼 생각에 꽤 안쪽에 위치한 전시장을 찾아가는 길이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우리학교 강사 선생님들의 전시는 약 2주간 진행되었는데 첫 주(10.20~10.25)엔 허주혜 선생님과 송유정 작가님의 작품을, 둘째주엔 김준기 선생님과 홍종철 선생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 끝없이 펼쳐진 - 허주혜展
전시장 내부에는 작업과정과 포트폴리오를 볼 수있는 노트북이 설치되어있었다. 주혜선생님의 경우에는 이 공간에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작업실의 모습과 지금까지 작업하셨던 작품들을 영상으로 편집하여 관람객이 자유롭게 볼 수 있게끔 하였다. 인상깊었던건 작업실의 모습에서 얼핏 볼 수있었던 작업 과정이었는데, 19개의 캔버스가 모여 9m를 이루는 대형작품을 크기와 구도정도만 잡아둔 채 스케치 없이 채워나가는 점이 나를 놀라게했다. 작품을 관람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선생님 작품속의 건물들은 현대인의 욕망을 대변하듯 시간을 주어도 헤아릴 수 없을정도로 빼곡하다. 이러한 작품이 오로지 작가의 기억과 상상에만 의존하여 바로 표현될 수 있다는건 이미 자신만의 작품세계와 특색, 작품이 추구하는 목적지가 확고하기 때문은 아닐까. 섬세한 손길과 능숙함 그리고 우직함은 내가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Made in silhouette - 홍종철展
우리 학교에 오셨던 강사선생님들 중에선 홍종철 선생님의 작품을 제일 처음 접한걸로 기억한다. 예고에 입학하고 갓 여름방학을 넘겼던 나는 우습게도 선생님들이 작품활동을 하실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왜 그러지 못했냐고 물으면 대답이 나오지 않을정도로 근본없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상한 믿음을 깨준건 선생님이 보여준 작품 팜플렛이었다. 홍종철 선생님은 따로 영상자료가 없어서 작업과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학교에서 입시미술을 하실때도 두드러졌던 특유의 섬세함이 작품에서도 느껴졌다. 종철쌤 작품의 신기한점은 그 재료도 기법도 한국화지만, 실루엣이 서양의 조형물이란 점만으로도 우리에게 혼란을 주어 그것의 국적(?)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작품에 한번더 시선을 쏟아야한다. 이 긍정적인 애매함과 센스로 미국까지 날아가셔서 전시회를 여신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선생님 작품에 아쉬운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 전도를 실루엣으로 쓴 작품에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져있지 않다는 점?하하
::타자他自의 초상 - 김준기 展
앞의 선생님들과는 다르게 김준기 선생님은 한국화 재료와 기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신다. 아니 그려낸다는 표현은 좀 부적절할지도 모르지. 선생님의 그림은 얇은 거울의 표면에 점들을 새겨나감에서 시작된다.
선생님의 그림을 전시장에서 처음 접한건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발견한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작업영상과 이전 전시회에 내셨던 작품과 제작의도를 미리 읽어보며, 선생님께 점수나 따 볼 요량이었다. 한없이 가벼운 내 의도와는 달리 직접 마주한 작품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다. 개인적으로 타자他自연작은 본인을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품으로 관람자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작품이 새겨지는 거울을 마주하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끊임없이 물어가며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것에 중점을 둔다. 바로 그래서 전시회의 타이틀이 타자(他者)의 풍경이 아닌 타자(他自)의 풍경이지 않을까.
결론은 우리학교 한국화쌤들 존잘^^ 다음에 또 전시회 하시면 보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