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주가가 하락세다. SK텔레콤이 투자한 의료기기업체 '나녹스(Nano-x)'가 사기 의혹에 휩싸인 여파다. '나녹스'는 '니콜라'와 더불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종목이어서 서학개미 피해도 우려된다.
23일 오후 2시35분 SK텔레콤은 전일대비 4500원(1.89%) 떨어진 23만3000원을 기록 중이다. 미국 공매도 세력이 나스닥 상장사 '나녹스'에 대해 사기의혹을 제기한 여파다. SK텔레콤은 나녹스에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약 273억원)을 투자, 2대 주주로 올랐다.
디지털 기술 X-ray 촬영장비 ‘나녹스.아크(Nanox.ARC)
나녹스는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X-ray) 기술을 토대로 의료장비 '나녹스.아크'(Nanox.Arc)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아날로그 제품보다 선명한 화질과 최대 30배 빠른 속도, 방사능 노출 시간을 1/30으로 줄인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1회 촬영 비용도 기존 제품의 10% 수준에 불과해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SK텔레콤도 나녹스와 여러 공동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 공매도 투자세력인 '머디워터스리서치'는 22일(현지시간) 나녹스에 대해 '니콜라보다 더 큰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머디워터스는 트위터에서 "나녹스는 주식 외에는 판매할 물건이 없는 회사"라며 "나녹스는 기업공모(IPO)에 나서면서 마치 니콜라처럼 가짜 데모 영상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밝혔다.
니콜라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트럭을 언덕에서 굴렸던 것처럼, 나녹스는 ARC(차세대 영상촬영기기)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흉부 사진으로 조작한 시연 영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머디워터스는 앞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나스닥에 상장한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 의혹을 폭로, 올해 6월 루이싱커피가 상장폐지되는 단초를 제공한 곳이어서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머디워터스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SK텔레콤이 단박에 부인하면서 SK텔레콤 주가는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나녹스도 개장 직후 22% 급락했다가 막판 4.4% 상승 마감했다. 서학개미들도 일단 안도의 한숨은 돌렸다.
그러나 머디워터스 공격이 지속될 것으로 여겨져 자칫 니콜라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콜라 주가는 지난 8일 50달러대에서 전날 28달러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나노스 보관잔액은 1억26만달러 규모로 1163억원에 해당한다.
김소연 기자 nic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