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호랑이 중 가장 작지만… 한 번에 8m 뛰고, 8㎞ 물길도 헤엄쳐요
수마트라호랑이
▲ 수마트라호랑이의 모습. /위키피디아
올해 초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태어난 수마트라호랑이 새끼 두 마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최근 공개됐어요. 야생에 3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어서 새끼들의 탄생은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죠. 수마트라호랑이는 세계에서 여섯째로 큰 섬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살고 있는 호랑이랍니다.
수마트라호랑이의 몸 전체 길이는 최고 2.5m, 몸무게는 140㎏이에요. 전 세계 호랑이 중에서 가장 작은 몸집이죠. 몸무게만 보면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거예요. 호랑이치고 왜소하지만 나무와 풀이 빽빽하게 자란 열대 우림을 민첩하게 다니기에는 딱 알맞죠.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5m 가까이 뛰어오를 수 있고, 멀리뛰기로 한 번에 8m 넘게 점프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유연하답니다.
수마트라호랑이는 몸통 털 색깔에도 다른 호랑이와 구분되는 점이 있어요. 우선 노란색과 검은색 얼룩무늬 사이 간격이 매우 촘촘해요. 노란색도 다른 호랑이보다 짙은 편이고요. 이 같은 얼룩무늬는 수마트라호랑이가 나무와 풀 사이에서 눈에 잘 띄지 않게 해준답니다. 멧돼지나 사슴·원숭이 등을 사냥하는 데 도움을 주죠. 정글을 호령(號令)하는 최고 포식자지만 사냥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아서 10~20번 정도 사냥을 시도하면 간신히 한 번 성공하는 정도래요.
수마트라호랑이는 섬에 사는 호랑이답게 수영 실력이 아주 뛰어나요. 강을 건너기 위해 7~8㎞의 물길도 거뜬히 헤엄칠 수 있대요. 물고기도 곧잘 잡아먹고 야행성이에요. 평소에는 철저히 단독 생활을 하다가 번식 철에 암컷과 수컷이 잠깐 만나 짝짓기를 한답니다.
전 세계의 모든 야생 호랑이처럼 이들 역시 심각한 멸종 위험에 처해 있어요.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21세기 들어 대표적 수출품인 팜유(식물성 기름)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수마트라의 열대우림을 대대적으로 개간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호랑이 서식지가 파괴돼 숫자가 급감했대요.
밀렵도 커다란 위협이죠. 호랑이 뼈 성분이 몸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중국 등지에서 호골주(虎骨酒·호랑이 뼈로 담근 술)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요. 호랑이의 뼈와 가죽을 장신구나 장식품으로 만들어 암거래하는 일도 많아서 호랑이가 밀렵꾼들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수마트라호랑이 밀렵이 국제 문제가 되자 이슬람교도가 많은 인도네시아 종교 당국은 2014년 '호랑이를 비롯한 동물의 밀렵은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특별 칙령을 내리기도 했어요. 전 세계 호랑이 아홉 종류 중 세 종류(자바·발리·카스피호랑이)는 이미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특단의 보호 조치가 없다면 수마트라호랑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