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나고 잎이 나서 덜컹거리는
주영란
운동화 끈을 잡아당기며 들판을 지나는 트럭
풀들의 쌉쌀한 속내가 빈속을 울렁인다
싹이 났다고 풀이 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운동화 한 켤레 가격이 한 달 쌀값을 훌쩍 넘는다고
풀잎 속으로 가라앉은 숨, 역류하는 바람이 비리다
지붕 낮은 집에 건물이 숲처럼 세워지는데
돌아보지 말고 언덕을 넘어가라, 터널에서 보았다고
변경 선에서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다짐하면서
인공위성에서 송출하는 웅크린 신발 데이터들
모래로 채워진 지상의 몸속에 거울로 삼고
휘어지며 급락하는 창밖, 노을이 트럭을 헤쳐 본다
전선에 뒤엉킨 가지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새들을 불러 모아 날개를 펼치는데
아파트그림자에 자석처럼 붙은 허공에 뜬 발
시멘트 냄새가 부서지는 지금 다시 시작이다
12시 5분 전이거나 5분 후라서 가능한
그녀의 어깨선에서 좌우비대칭에 걸려있다 몸이 무거운지 아니면 가벼운지 고개를 세울 줄 모른다 동일로를 옆에 두고 발걸음은 골목길을 들쑤시며 벗어나지 못한다 밀대처럼 성실하게 바닥을 친다 방바닥에 삐딱하게 대각선으로 누워있는 다리, 벽시계는 12시에 꼿꼿하게 바늘을 세운다 손끝으로 눌러도 여울물 흐르듯 흘러 세운다 집어 던져도 구석에 고꾸라져 세운다 거꾸로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역류의 자세, 오 분 전이나 오 분 후를 어김없이 지키는 성실한 몸, 툭 하면 문턱에 걸리고 뒤집혀 지고 12시가 오기까지 바늘 속에 고개를 처넣고 기울어진 채로 먹고 마시는 생생하게 어긋나 있다 어디든 가서 머무르지 않는 시간, 들이닥치면 비스듬히 굽힌 몸은 비틀거리며 어디로든 가려는 흔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