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소견(1)에 대한 이어지는 글로 축문의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순리에 따라 운운" 에 대해 만춘정 형이 "'이밀李密의 진정표'와 같이 운운"으로 소제에게 칭찬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마침 송원 형이 '저는 한 가지를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부모님의 속을 썩이지 말라'라는 말에 대해 "부모님이 계시지않아 실천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가슴이 찡한 말씀으로 와서 닿는 말이라서 내친 김에 진정표에 대한 사연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여 몇자 생각을 적습니다. 물론 만춘정과 함께 사랑방 대감들과 같이 둘러 앉은 장소의 담소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반포지효反哺之效라는 말은 까마귀의 효도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까마귀의 기록을 보면 부화한 지 60일간은 어미가 새끼를 먹여살리지만 그 후 다 자란 다음에는 어미가 늙으면 새끼가 '되먹여 살린다'는 뜻인 '반포라'는 말이 생겼으며 지극한 효도라는 말의 대신으로 반포지효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흔히 말하기를 효도에 대해서는 이밀이 쓴 "진정표"를 읽지 않고 효도를 말할 수 없으며, 忠에 대해서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보지 않고 충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진정표에 반포지효라는 말이 나옵니다.
진나라 무제가 이밀에게 높은 벼슬을 주어 입각할 것을 권하는데 이밀이 아흔이 넘은 할머니 봉양을 이유로 거절을 하자 무제가 이해하기를 이밀은 촉나라 유신임으로 불사이군의 마음이 있어 거절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추상같은 조서를 내리자 이 때 무제에게 바친 글이 진정표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까마귀도 반포지정이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아흔이 넘은 조모님은 얼마 살지 못할 터이고 저는 젊으니 폐하에게 충성할 날이 많지만 이 때를 놓지면 평생 후회할 터이니 끝까지 봉양토록 해 주신다면 더 없이 황공하겠나이다."
우리 나라 박장원(광해군 때의 문신)이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불효를 반성하는 '反哺鳥'라는 시에 보면 부모를 여읜 우리들 42 대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데, "나이 많은 어버이를 모시면서, 그 동안 맛있는 진수성찬 대접하지 못하였네. 미물도 사람을 감동시키련만, 숲속의 까마귀를 보며 눈물 흘리네."
자세히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대로 이밀의 진정표에 대한 이야기를 만춘정 형의 고유제 축문 언급에 보답하는 뜻으로 기술하였습니다. 42 사랑방에서 "그 뉘고 효도에 대해 이도 안난 친구가 말은 비단 같구먼"하는 호통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시골에 계신 팔순 어버이 뵙기가 부끄럽습니다. 소제가 공연히 진정표는 꺼내 가지고 .... 계산 강수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