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돈은 못 벌었지만 오랫만에 간단 후기를 써 봅니다.
저번 주말에는 아레나 오픈이 있었습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잘 하면 2천달러를 벌 수 있는 대회입니다.
저는 1회때 돈 벌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계속 꾸준히 하고 있지만 그 뒤로는 다 실패했네요.
이번 아레나 오픈은 아레나 전용 포맷인 '히스토릭' 으로 진행되었습니다.
Day1 은 BO1 과 BO3 중 선택이 가능한데, BO1 은 7승 2패까지 통과고, BO3 은 4승 0패가 통과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실력이 자신있지 않는 한 BO3 보단 BO1 이 통과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개인적 편의를 위해서 단어의 뜻을 좀 다르게 사용하겠습니다. '사기치다'라는 표현은
보통 속이는 걸 의미하는데, 이 글에서는 '낮은 확률로 상대를 압도하는 강한 패턴을 자주 쓴다.' 로 사용합니다.)
히스토릭은 포맷에 좀 특수성이 있습니다. 기존 아레나가 나온 이후에 발매되었던 카드들 전부 뿐만 아니라,
특별 팩으로 히스토릭에 포함된 강력한 카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탠/모던 에서 접하지 못했던
의외의 콤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속칭 '사기치는' 덱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4턴 칼패턴 어그로도 굉장히 많고,
3턴에 콤보가 돌아서 끝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밸런스가 좋다고는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상금이 있고 대회가 있는데 그런 밸런스 논쟁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이기느냐죠.
이런 사기치는 포맷에서 선택하는 길은 두가지입니다. 나도 사기를 치거나, 상대의 사기를 잘 막는 덱을 고르거나.
콤보덱의 대부분은 사이드카드 한장에 막히는데, BO1 에서는 사이드보딩이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합니다.
반면에 대놓고 사이드보드를 메인에 넣고 나오는 컨트롤덱이 사이드 한장 깔면 바로 지는 약점도 있죠.
유쿠히로 켄이 예전에 인터뷰했던 내용 중에 '상대의 기분이 나빠지는 덱이야말로 강한 덱이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할땐 저거 사기야 지만 내가 쓰면 기분좋은 승리인 것이죠.
그래서, BO1 에서 더 많은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더 사기를 잘 치는 법' 을 연구하는 겁니다.
20%확률로 3턴에 이기는 덱보다는 30%확률로 3턴에 이기는 덱이 좀 더 최종 승률이 좋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래서 저는 최근에 많이 연구하던 네오스톰이나 고블린 모노레드 위주로 연습을 하다가, 예전에 통과했던 적이 있었던
고블린을 선택했습니다. 고블린 자체는 메타를 많이 당하는 덱이기도 하지만 3-4턴에 이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빠른 타이밍에 게임을 승리할 수 있을까 / 메인 메타카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를 생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덱을 사용했습니다.
평소에 히스토릭을 잘 안 하던 분들이라면, 얼핏 봤을 때 무슨 차이인지 잘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Conspicuous Snoop 이 없습니다. 2. 시즈갱커맨더가 있습니다. 3. Irencrag Feat 가 많습니다.
1.이 가장 중요한데, Snoop은 고블린덱의 핵심카드이자 다방면으로 매우 좋은 카드이지만, '3턴에 이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 튜닝방향은 BO1에서 좀 더 사기를 치는 방향인 거고, 덱의 안정성 같은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판 해보면서 판단이 섰고, 그 자리는 명확한 부스팅들로 대체되었습니다.
2.는 취향도 취향인데, 실제로 묵서스 히트 후에 나오는 기대치가 올라갑니다. 크랜코가 베스트라고는 하지만,
헤이스트가 들리지 않거나 두마리가 들렸을 경우에는 손해가 있고, 실제 빠른 3턴 묵서스에서 필드에 추가되는 고블린 수는
시즈갱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시즈갱은 묵서스가 나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3.은 뭐 올인 플레이라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BO3고블린은 저자리가 찬드라로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메인/사이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즈갱이 추가되서, 3턴에 7마나를 뽑고 시즈갱+2점번 을 쏠 수 있기 때문에, 묵서스가 나오지 않더라도
상대의 2마나 핵심 생물을 끊어서 이기는 때도 있었습니다.
여튼 저는 나름대로 사기를 잘 치는 법을 연구하면서 특히 1번에 대한 이야기를 모 매직고수님한테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걸 누가 빼는데? 아무도 안 그러던데?' / '내가 생각한건데?' (캐무시 당함) 이었습니다.
살짝 분노모드가 발동해서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해주마!' 하는 마인드로 참가했습니다.
R1 UB Rogue O
1라부터 뜬금없는 로그덱...인데 상대가 메인 4턴에 풀탭 인투더노스를 써줘서 뭐지 하면서 묵서스 승.
R2 UW Aura O
오라덱이 3턴 허쉬브링어를 깔았지만, 저는 운좋게도 묵서스가 아닌 로드-크랜코-스커크-시즈갱 핸드라 적절히 모아서 승.
R3 RG Aggro O
3턴 시즈갱 2점으로 상대 초반생물을 끊고, 이어지는 생물을 계속 디나이해서 엠버클리브 타이밍을 늦추면서, 크랜코로 승.
R4 BW NineLives O
네임드 프로 코왈스키를 만났습니다. 이 플레이어는 고블린 킬러로 유명한 나인라이브즈+솔렘니티 덱을 굴리더군요.
하지만 상대가 칼패턴이 아니라서 4턴에 나인라이브즈를 깔았는데, 저는 4턴에 고블린 9마리로 때려서 이겼습니다.
(사기를 잘 치면 승리한다!)
R5 GW Heliod O
이건 되게 극상성 덱이지만, 상대가 플레이가 약간 안좋았고, 저는 슈퍼 시즈갱님이 활약해서 상대 라이프가 50이 넘어가고
12/13 생명연결 생물이 계속 공격왔지만 막고씹고 버티다가 크랜코로 모아서 60점 한번에 쳐서 승리합니다.
R6 UW Planeswalker O
이건 좀 듣도보도못한 덱이었는데 (카드 쓰는게 괴이했음), 매스 2번 맞고 테페리 나오면서 패색이 짙어졌으나,
결국엔 묵서스 묵서스 연타하면서 승리합니다.
R7 KeepMul Freeze Bug X (Disconnect)
6-0이라 와 전승각이다 하는데 상대가 킵멀리건에서 모래시계를 태웁니다. 다행히 제가 후공이라 상대 시간만 흐르더군요.
이미 이긴거같아서 기분좋은 나머지 그냥 기다렸는데, 평소와 달리 10분이 지나도 계속 시간이 깍입니다. 흠 버근가 하면서
30분을 기다렸는데... ???? 시계가 00:00 다음에 00:01 로 다시 올라가더니 시계가 +로 계속 올라갑니다...
좀 어이없어서 재부팅하니 패배 처리 ㅡ.ㅡ ...버그신고 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귀찮아서 다음겜 갑니다.
R8 UW Aura O
분노모드로 선공 3턴 묵서스를 해서 이겼습니다(...)
여튼 전반적으로 생각한 방향대로 잘 풀렸고, 운도 좋아서 1트라이에 통과합니다. 시즈갱 만세!
하지만 Day2 는 BO3 한정이기 때문에, 사기치기보다는 막는 덱을 선택하고자 했습니다.
젠디카 챔피언십 우승했던 백청컨을 튜닝해서 그전부터 좀 굴리고 있었고, 스타시티 대회에서 락도스 희생덱이 많이
흥했길래 그쪽 대비를 좀 더 해서 백청컨으로 등록했습니다.
히스토릭은 워낙에 덱 논의를 할 지인들도 적은데, 각자 전문성도 달라서 그냥 혼자 짰습니다.
평소에는 4장 잘 안 넣는 카드도 돈을 따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와일드카드를 투자해서 4장으로 만들었습니다.
R1 BR Arcanist OXO
1라는 대비한 어그로라 쉽게 풀릴거라 생각했으나, 보딩겜에 소트+듀레스를 6방(...)맞으니 지더군요.
3겜에는 철창깨면 아즈칸타로 철창찾고 깨면 찾고 하면서 장기전 끝에 승리했습니다.
R2 UW Control OO
미러는 솔직히 많이 불리했는데, 첫겜을 운좋게 상대가 던진 테페리 비토로 카운터치고 역테페리로 승리.
보딩겜은 어느정도 자신 있어서 적절히 승리합니다.
R3 UW Control XOO
또 미러... 1겜 카드차이로 무난하게 지고 2.3겜 보딩에서 승리합니다.
R4 UW Aura XX
이겜이 좀 아쉬웠네요. 5턴에 상대가 오라 붙이고 공격오면 킬각인데, 1.오라를 카운터치고 매스친다/2.샤크로 막고 매스친다
의 선택에서(뭘해도 강아지가 하나 살림) 샤크를 썼는데, 그랬더니 다음턴 풀전개 후에 오는걸 라이프 부족으로 졌습니다.
2겜은 구성상 대비도 부족한데, 상대는 강아지를 3개씩 깔아서 디나이 내성이 너무 화려하고, 마지막에 노핸드에서 드로우가
펌핑이라 딱점으로 졌습니다.
R5 G Elf OO
아니 모노그린 엘프가 존재한단 말인가... 는 1겜 매스 2방치고 승, 2겜 상대가 원랜드 라노워 라노워길래 라노워만 열심히
끊었더니 말려서 자멸했습니다.
R6 BR Aggro OO
헤이스트 생물이 많고 죽음거주자의 부름을 여러장 쓰는 빌드였습니다. 초반에 피해가 좀 누적되었지만 적절히 매스치고
테페리깔면서 역전승. 2겜은 영사의 권위가 캐리했습니다.
R7 Goblin OXX
1겜은 영사의 권위와 철창을 다 깔면서 승리. 고블린은 대비 많이 했으니 낙승이라고 생각했으나, 2게임은 멀리건에 땅도
말리고 상대는 잘풀려서 패. 3게임 첫핸드 = 6랜드 1테페리. 당신이라면 킵하겠습니까?
사실 이 부분을 좀 더 생각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랜드 중 2개가 사이클랜드였기 때문에, 어차피 고블린이
보딩 가면 올인보단 운영하는걸 믿고 갔어야하는데 멀리건을 했습니다. 멀리건하니 2랜드 2철창에 싱글디나이.
이거지 하고 철창 하나 내리고 킵. 드로우 철창. 으음... 그리고 상대는 고블린을 3 4 5 턴 꾸준히 까는데,
저는 철창만 2개 깔았을 뿐 디나이가 부족해서, 결국 늘어나는 고블린을 막지 못하고 집니다. 으아 신의분노 어디갔어 ㅠㅠ
5승 2패로 마감했습니다. 6승부터 상금 1000달러인데 좀 많이 아쉽더군요. (5승은 2만젬)
2천달러 먹으신 모 님께서 다음날 '그래도 5승이면 MIQ 자격 줘요' 해서 약간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가,
알고보니 자격은 다음달거가 아니라 이번달거 주는 거였습니다. (이번달 자격은 이미 있다고오오-)
다음에는 2천달러 먹고 싶네요.
아레나 오픈은 사람들 평이 좋기 때문에 꾸준히 열리고 있어서, 관심있으신 분들은 다음에 도전해 보세요!
이번 주말에는 MIQ가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잘 되서 후기를 쓰면 좋겠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후기 끝.
첫댓글 아쉽지만 여러 시도가 어느정도 통한 후기같아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우승 후기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ㅋㅋ
2천 달러 먹으셨으면 더좋았겠지만 손해안보시고 생각하신데로 풀리신게 좋네요
잘하는 분들이 꾸준히 잘하시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