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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의 정체성과 전통미의 아우라...작가 스스로 부여한 창작의 책무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한국의 대표하는 원로 동양화가이며 시조시인으로 활동 중인 민병도의 서른 두 번째 개인전이 오는 6월 2일(화)부터 7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12F)에서 초대전으로 마련된다.
민병도에게 시와 그림이라는 두 영역은 상호 보완적으로 확장해 온 그의 일관된 예술적 태도이자 성실한 본성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그에게 시는 언어로 길어 올린 그림이며, 그림은 침묵 속에서 번져가는 또 하나의 시였다.
사진: 민병도 초대전: ‘흔들림의 힘’ 전시 알림 포스터
이처럼 문학과 회화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예술적 세계를 형성해 온 과정들은 민병도 예술의 중요한 특징이다. 민병도는 2024년 수성아트피아 전시 이후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연장선상에서, ‘들풀’과 ‘아리랑’ 시리즈를 통해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간결한 조형언어를 선보여 왔다. 이번 "민병도 초대전; 흔들림의 힘"역시 같은 선상에서 선보이는 전시다.
사진: 道法自然-들풀, 한지에 먹, 금은분, 62x62cm
민병도는 인위적인 틀을 벗어나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시각적 성찰로 풀어내며,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다시 피어나는 우리네 삶의 원형을 형상화한다. 전래의 우리 종이인 한지(韓紙) 위에 묵(墨)과 금분(金粉), 은분(銀粉)을 사용해 모필로 채색한 그의 작품에는 한국화의 정체성과 함께 전통미의 아우라가 짙게 배어 있다.
작가가 이처럼 들풀을 주제로 오랜 시간 연작을 이어오는 이유는 들풀이 지닌 상징성과 생명력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우리 산하에 이름 없이 자라고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들풀에 존재적 가치와 시대적 의미를 부여하고, 자연을 관조하며 체득한 사유를 전통적 미의식으로 조형화하는 것은 작가가 스스로 부여한 창작의 책무라고 여기고 있다.
사진: 道法自然-들풀, 한지에 먹, 금은분, 73x61cm
작가에게 자연은 생명의 근원이자 예술의 원천이다. 이러한 사유의 흐름은 그의 화면 속에서 구체적인 조형 언어로 구현되며, 단순한 재현을 넘어 생명력 있는 형상으로 재구성된다. 작가는 자연을 외부의 대상이 아닌 내면의 감각과 기억 속에서 다시 길어 올려 색채와 필선, 그리고 화면의 구성 속에 유기적으로 융합시킨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자연의 외형적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의 본질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깊은 사유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조형적 지평을 형성하며, 사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사진: 道法自然-들풀, 한지에 먹, 금은분, 200x280cm
작품에 등장하는 자연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생명의 리듬과 시간의 흔적을 내포한 정신적 공간으로 묘사된다. 화면 위에 스며든 색채와 유려한 필선은 대상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깃든 기운과 정서를 포착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는 동양화 전통에서 말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미학과 깊은 상통성(相通性)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4년부터 탐구해 온 ‘들풀’과 한국적 정서와 삶의 태도가 응축된 ‘아리랑’의 시각화는 작가가 자연과 맺고 있는 내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연을 관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의 구현은 한국화의 본질을 찾기 위한 오랜 수련과 독자적 회화 양식의 변모가 빚어낸 축적의 결과이자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사진: 道法自然-아리랑, 한지에 먹, 금은분, 220x200cm
1980년대 〈경(景)〉 시리즈를 시작으로 〈무위강산(無爲江山)〉(2008), 〈무위자연(無爲自然)〉(2010), 〈자연무위(自然無爲)〉(2012), 〈강산무위(江山無爲)〉(2014), 〈상선약수(上善若水)〉(2018), 〈도법자연(道法自然)〉(2023)으로 이어지는 화풍의 변화는 진경산수에서 추상회화로 나아가는 장대한 흐름 속에서 작가가 추구해 온 예술적 자연관을 심도 있게 보여 주었다. 이는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를 따르는 도가적 시각에서 비롯된 무위자연의 정신이며, 숭고한 자연에 순응하려는 탈속적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 道法自然-아리랑, 한지에 먹, 금은분, 85x85cm, 2026
작가 민병도는 한국화의 전통과 관습의 혁신을 모색하며 현대 한국화의 진화를 이끌어 왔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관조의 대상으로 보던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비추며 공존하는 관계 속에서 도법자연의 사유와 실천을 삶의 이념으로 삼고자 하는 성찰적 태도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도가적 자연관에서 비롯된 조형적 연속성은 그림과 시문이 융합된 독창적 미의식을 전제로 하며, 추상회화로 이어지는 조형적 실험은 형식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려는 실험적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동안 지속해 온 조형어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언어의 확장을 꾀하는 의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道法自然-아리랑, 한지에 먹, 금은분, 200x240cm
민병도는 이번 전시에서 100호부터 500호 이르는 대작과 40여 점의 최근작들을 선보인다.
사진: 작가 민병도 인물사진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상과 2014 미술세계 작가상, 2025 대구미술인 대상을 수상한 민병도(Min Byung Do b.1953)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졸업)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석사 졸업했다. 대구, 서울, 부산, 안동, 중국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 및 초대전을 32회 개최했다.
△1999-2001 대구미술협회 회장과 △2004-2006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영남대, 안동대, 대구예술대, 대구대 대학원 강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운영위원, 심사위원, △대구광역시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운영위원장, △경북도전, 정수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 △광주시전, 울산시전, 전남도전, 신라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심사, 운영위원, △이인성미술상 운영위원, 심사위원, △대구미술관 건립 추친위원, △이인성미술상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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