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2023-08-15)
< 강아지 유치원의 반장 선거 >
- 정영인-
개 호텔, 개 장례예식장 등에 이어 강아지 유치원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가 강아지 유치원에서는 반장 선거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유치원생인 개 중애서 반장을 뽑는다는 것이다. 개 반장을 뽑는 이유는 견주(犬主)들의 만족을 높여주고 일종의 상술이라는 것이다. 강아지 유치원의 반장 선거 방법은 유치원마다 다 다르다고 한다.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거나 ‘기다려’라고 말했을 때 오래 버티는 강아지나 출석율이 좋은 개를 선택한다고 한다. 혹은 수십 장의 종이 가운데 ‘반장’이라고 쓴 적힌 글을 물면 반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간 전국 견주협회에서 대한민국 대표 총반장 개를 뽑는 날도 없으리라는 것은 보장 못한다. 문제는 강아지 유치원 반장으로 당선된 개주인은 다른 개들한테 개껌이나 개 간식으로 한 턱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전에 초등학교 학급 반장이 되면 학급 전원에게 한 턱을 내야하는 것처럼….
손자가 별안간 반장 선거에 나선다고 한다. 겨우 두 표 나왔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두 표냐고 했더니 자기 표 한 표와 자기를 추천해준 친구 것 합해서 두 표라고 했다. 느닷없이 외손녀한테 오밤중에 문제 메시지가 왔다. 반장 선거에 나서려고 하는데 정견 발표문을 써 달라는 것이다. 나는 펭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처럼 되겠다는 요지로 작성해서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열댓 표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떨어졌다. 딸아이가 중3 때, 담임이 반장 선거에 나가 보라고 해서 반장 선거에 나가도 되느냐고 우리 부부에게 물었다. 그때 우리 부부는 맞벌이이었다. 교사이던 우리는 반장이 되면 학부모 대표로 학급 일을 뒷받침하려면 치다꺼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우리는 사정 이야기를 했다. 딸아이는 반장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아이나 어른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무소유를 주장하던 법정 스님도 제일 버리기 어려웠던 욕심은 명예욕이었다고 술회하였다. 학급 반장은 물론 줄반장 떨어져도 아이들은 섭섭해 한다. 나는 반장커녕 그 흔한 줄반장도 못해봤으니 한심하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천오백만이 넘게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10 가구 중 1집 꼴로 개를 키운다는 것이다. 이젠 늙은이나 젊은이나 개를 키우는 집이 많아지고 있다. 점치 늘어만 가는 현대 사회의 고독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늘어만 갈 것이다.
지인 중에 유난한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사랑으로 교감하다가 저 세상으로 보냈다. 물론 개 장례예식장에 가서 화장하고 납골로 모셨다고 한다. 그 아픔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이제는 안 키운다고 한다. 그 친구는 공원으로 산책을 갈 때에는 으레 곡식 한 줌 주머니에 넣고 새들에게 뿌려준다. 식당에서 밥이 남으면 컵에다 싸 가지고가 배고픈 고양이에게 주기도 한다.
갈수록 정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잃은 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인가 보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일은 최소한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흔한 개똥을 치우는 것부터, 개를 버리지 않는 것 등.
사람이나 개나 고양이나 같이 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그놈의 정 때문에 오늘도 우리 이웃집 할머니는 유모차에 개를 싣고 공원을 산책한다.
설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은 남편은 개보다 가정에서 서열이 확실히 아래라는 것이다. 하기야 개새끼 같은 놈, 개만도 못한 놈이 세상을 차고 넘치는 데 그럴 만도 하다. 엊그제 아들이 늦게 들어왔다고 야단치는 어머니를 죽인 사건이 종종 일어나니 말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욕은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 새끼’는 그래도 사람이다. ‘개새끼’는 개쯤 된다. ‘개만도 못한 놈’은 개도 아니라는 것이다. 강아지가 야단치는 제 애미를 죽였다는 소식은 어느 세상에도 없다.
적어도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은 듣지 말고 살아야 하겠다. 그리도 위대하다는 인간에게 그리도 개만도 못한 인간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지만 가장 선한 것도 인간이고 가장 악하고 잔인한 것도 인간이다.
막냇동생은 오랫동안 치와와라는 개를 키웠다. 한번을 가서 귀엽길래 귀에다 바람을 불었다. 개는 길길이 날뛰고 짖었다. 나만 보면 날뛰고 짖어댔다. 또 나만 가면 내 신발에 오줌을 뿌려 놓았다. 그래서 동생네 가면 우선 내 신발을 높은 곳에 올려놓는 일이 첫 일이었다. 설에 의하면 개는 자가 귀에다 바람을 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 녀석을 사람으로 치면 환진갑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갔다. 아마 거기서 나를 만나면 어김없이 짖어댈 것이다.
그 친구의 지론에 의하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기야 자기가 기르던 개가 병이 나면 수백만원 기천만원을 들여 수술해준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자기가 기르던 개가 병이 나서 천 여 만원을 들여 수술해주었다는 신문기사도 본다. 혹 가다 이런 생각이 든다. 자기 부모에게도 그리 할까 하는 …….
이젠 아이들은 유치원(幼稚院)에, 개는 강아지 유치원, 늙은이는 노인대학이라는 노치원(老稚院)에 가야 하나 보다. |
첫댓글 ㅎㅎㅎㅎ
건강하십시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健幸을 빕니다.
ㅎㅎㅎ 형제님,
글은 재밌게 쓰십니다.
ㅋㅋㅋ
오늘 추석입니다.
세월이 변하다 보니 정겹던 '아줌마'라는 말도
이젠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시절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