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7개월째 감소세… 환율 1328원 연중 최고
4월 20일간 對中수출 26.8% 급감
수출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줄어들었다. 연간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적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관세청은 올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이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해진다.
주요 품목별로는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39.3% 급감했고 석유제품과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각각 25.3%, 25.4%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58.1%)와 선박(101.9%) 수출은 크게 늘었다.
수출 대상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62억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8% 급감했다. 일본(―18.3%), 인도(―17.4%), 베트남(―30.5%)으로의 수출도 크게 줄었다.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1.4%), 유럽연합(13.9%) 정도만 수출이 늘었다. 이 기간 수입은 365억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39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 누적 적자는 265억8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규모(95억400만 달러)의 약 3배, 또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55.6%에 달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다.
올해 넉 달간 무역적자 266억 달러… 작년 年적자의 56%
수출 7개월째 감소세
반도체 수출 1년새 39% 급감 등
무역수지 13개월 연속 적자 ‘비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현재 반도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보기술(IT) 품목의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빠르고 강한 수출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선 품목 다변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방산, 바이오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품목을 중심으로 동유럽, 중동,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각국이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기업들을 위해 해외 규제사항 등 정보 제공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의 구조적 문제점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지 못하고, 반도체 수출 감소 충격을 줄일 품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수출 감소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증가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보이며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5.4원 오른 1328.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1332.3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연고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최근 달러화가 약세 국면에 들어섰지만 수출 부진 등 악재가 몰려 원화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인 만큼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한국기업들이 주로 4∼5월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달 특히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응형 기자,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