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갈 만나러 갔던 예당 커피숍 테라로사에서
갑자기 계획한 강릉 여행.
여행은 즉흥적일 때 더 큰 기쁨으로 보상 받는법.
커피거리가 주 목적이지만
우리가족 호텔 여행도 놓칠수 없는 항목.
이번 여름은 각자의 여행으로 뭉칠시간이 없었다.
특히 내가 분주했군.

장난끼 발동한 큰딸
출발전 소파에 앉아 명상하는 척
많이 해본 솜씨네.
얘야,
정작 요가매트는 뒤에서 놀고 있구나

오랫만에 달려보는 강원도 길.
평창이란 지역 명도 반갑다.

누군가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휴게소의 소떡소떡
난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소는 패스하고 떡만 한두개 떼어 먹을 순 있겠다.

옛 대관령이나 한계령을 추억하며 감자나 먹어볼까.
한계령엔 꼭 다시 가볼거야.
구불구불 옛길로.


휴게소에서 엄마 삥 뜯는 짠딸!
딱 걸렸어.
구석에 엄마를 몰아넣고 손 내미는 상황이 영락없네.

대관령 휴게소 굽이굽이 언덕길로 가질 않으니
전망대를 따로 마련해 놨다.
괜찮은 기획이군.

그네에 앉아 잠시 강릉시내 내려다보기.
평창 올림픽 실내 경기장은 거의 강릉에 있었구나.

우린 강릉 시내보다 먼저 테라로사 본점인 커피공장을 찾아가기로 한다.
강릉인터체인지로 들어가지 않고
남강릉 인터체인지로 들어가면 된다.
가는 길이 아주 한적한 시골 길이기에
한산한 분위기를 꿈꾸었다가 주차장에서
아이, 깜짝이야.


입구엔 원두 판매장이 있다.
예전엔 원두가 담긴 저 자루가 왜그리 멋져보였는지.
카페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듯한 커피콩자루만 봐도 낭만, 고독, 멋, 향기, 보헤미안 ...
뭐 그런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혼자 좋아라 했었다.
그 콩자루가 뭐라고 그리....

테라로사표 빵도 지나칠 수 없는 유혹.

처음엔 호텔이나 카페 등지로 커피를 제조해 납품하던 커피공장이었는데
하도 사람들이 찾아오다보니 레스토랑을 한쪽에 만들고
나중엔 카페로 꾸몄다고 한다.
그래서 애써 멋부린 작은 카페들과는 사뭇 다른
투박한 멋이 있다.
규모도 엄청나고.
왜 아니겠는가 공장이었으니.


전체적 분위기는
제주에 있는 '에스프레소 라운지' 느낌이 난다.
남편은 파리의 '생 라자르'역이 생각난다고 한다
자리를 찾다가 2층에 겨우 한자리 발견하고
딸들은 주문하러 내려간다.
주문하려는 사람들 줄 서있는 모습이 공항검색대를 방불케한다.

줄 서 있다가 발견한 야외테라스.
딸들이 우릴 황급히 데려간다.
와우!
밖이 훨씬 시원하다.
운치도 있고.
강릉 기온이 25도밖에 안되니
그럴수 밖에.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미니선풍기 안가져온 걸 살짝 후회하고 있었다.








유럽의 어느 노천카페를 연상시킨다.
갑자기 가족 유럽여행 추억이 모락모락.
자유여행의 진정한 자유를 누렸던.



커피 마시고 둘러볼 곳도 많다.
넓은 건물 곳곳에
레스토랑도 있고 기념품가게도 있다.
포토그래퍼 자질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짠딸.


딸들 다리를 이케만든 나는 그저 자질없음.
썬구리를 하고 셔터를 누르면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놓친다
다리를 자르기도하고
타인의 머리를 한쪽에 끼워 넣기도 하고.







그냥 지나칠수 없는 굿즈샵.
탐나는건 있지만
오늘은 구경만 하는걸로.
특히 저 도마는 좀 들고 오고 싶기도.



커피나무도 이렇게 판매중.
신기하기도, 궁금하기도.
하지만 내 스타일은
살 때만 소중히, 관리는 나몰라라.
염치없어, 자신없어 살수 없었다.

자, 이제 우리의 하룻밤을 허락한 호텔로 가자.
세인트 존스 .